4년 전 필자의 친구가 랴우닝(遼寧) 텔레비전방송 3채널에 한국음악프로 ‘쿠쿠한류펑(酷酷韓流風)’을 개설하고 필자에게 본 프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적이 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볼 수 없는 채널이므로 막무가내였다.
이번 국경 연휴에 고향 랴우닝에 가서 사람들에게 문의하니 한결같이 그런 프로가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 너무 의심쩍어 친구들과 함께 해당 시간(17:00~17:30)에 그 채널에 들어가 보니 번연히 그 프로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제야 친구들은 중국 텔레비전 방송은 전혀 보지 않고 한국방송만 본다고 실토하는 것이었다. 좀 더 알아보았더니 농촌의 조선족들은 전혀 중국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도시의 일반 조선족들도 거의 보지 않으며 지식인들만 조금 보는 형편이었다. 물론 그들은 중국의 신문, 잡지도 보지 않는다.
필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프로가 재미있고 없고를 제쳐놓고, 또 정부의 위성안테나 설치 금지령의 잘잘못을 제쳐놓고, 조선족들의 이런 처사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저절로 우물 안의 개구리로 되고 있는 것이다.
1975년 필자가 옌지(延吉)에서 근무할 때 정기간행물 발행 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 <붉은기(紅旗)> 잡지 중국어판의 발행부수가 제한되어 많은 한족들이 주문할 수 없으므로, 중국어판을 보는 조선족더러 한족에게 양보하라는 회의였다. 조선족들은 한결같이 반대하였다. 중국어 판을 보아도 언어 등 제한성으로 형세에 떨어지는데 조선어 판을 보면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사실 조선족들은 여러 면의 제한성으로 중국 텔레비전, 신문, 잡지를 부지런히 보아도 한족에게 떨어지기 쉽다. 그런데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이 된 말인가! 이런 우물 안의 개구리가 어떻게 일사천리로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며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
사실 조선족은 중국 이민 150년 동안 우리 민족들끼리 똘똘 뭉쳐 자기의 공동체 속에서 살아왔다. 그 시대에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형세 하에 이렇게 살면 우물 안의 개구리밖에 될 것 없다.
우리민족 속에서는 학자, 교수, 가수, 운동선수, 사업가…라고 우쭐되지만 우리민족을 떠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13억 인구라는 중국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면 200만 속에서 만의 아무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실 국제화 시대, 지구촌 시대의 차원에서 보면 13억 속에서의 아무것도 그리 대단할 것 없다. 영어를 모르면 반 문맹이고 세계 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면 반 머저리이다.
조선족은 하루속히 200만, 4,000만이라는 울타리에서 헤쳐 나와 13억, 60억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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