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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
어느 나라를 가든지 도시의 거리를 나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우는 것이 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간판을 보노라면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요해가 얼마간은 갈 것이다.
한국에서 거리의 간판들을 보면 우리말 간판, 한자간판, 영문간판,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간판,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쓴 간판 한자와 한글을 섞어 쓴 간판 등을 볼 수 있다.
모회사를 지나다가 “XX엔지니어링㈜”란 간판(완전호칭을 밝히지 않고 한자어로 되여 있는 앞부분을XX로 표시)을 보았다. 그 회사의 직원들과 엔지니어링이란 무슨 뜻 인가고 물어보았더니 10여명 되는 직원가운데서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럼 이 많은 회사직원들이 모르고 누가 아는가?”고 물으니 “사장이나 알겠지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다행이 그 간판 옆에 “XX 機械工業(株)”라고 한자로도 표시되어 있어 중국의 조선족들은 그것이 모모 기계공업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나 사전의 해석으로 보면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란 “1. 공학(工學) 2. 재료, 기계, 인력 따위를 일정한 생산목적에 따라 유기적인 체계로 구성하는 활동”이라고 하였으며 중국어로는 ‘系統工程’라고 하였다.
필자는 여러 회사의 사장들과 “무엇 때문에 간판을 우리말로 표시하지 않고 영문 혹은 영어를 한글로 표시하는가?”고 물으니 대부분 회사사장들의 말은 “우리말로 하면 어딘가 촌스럽다. 그래도 영어로 명칭을 달아야 국제화 시대에 발을 맞추는 것 같다.”라고 하였고 일부 사장들은 “남들이 그렇게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한다.”라고 하였다.
‘통구이’는 순수한 우리말의 고유어이다. 하지만 거리에서 ‘통구이’란 간판을 쓰지 않고 ‘바베큐’라고 쓴 간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바비큐’라고 표기하여야 맞는다.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간판들은 영어발음과 차이가 있어 영어를 잘 아는 외국사람들도 한글로 표기된 영어는 무슨 뜻인지 모른다. 본국사람도 모르고 외국사람도 모르는 그런 간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선일보’가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선 세종로의 간판을 조사한 결과, 총 58개 간판(중복 제외) 중 약 3분의 1인 18개가 한글 없이 영어로만 돼 있었다. 필자가 관찰한데 의하면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간판이 대부분이었는데 어쩌다 순수한 우리말의 간판을 보게 되면 아주 정답게 느껴졌다.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문화회관조차 복도와 게시판에 'SEJONG CENTER'라는 표기를 한글 없이 적었고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건물에 세종대왕의 이름이 한글보다 영어로 더 많이 적혀 있다고 하니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게 죄송스러운 일이 아닌가고 생각된다.
안내 문구도 영어로만 쓰인 경우도 많다. 얼마 전 한 할머니가 백화점에서 계단으로 나가는 문인 줄 알고 문을 열었다가 "할머니 여기는 들어오시는 곳 아니에요"라는 직원의 말에 무안을 당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거기에는 영어로 'Staff Only’이라고 씌여 있었지만 할머니는 그것이 ‘직원전용'란 뜻을 몰랐던 것이였다. 지금 대부분 담배갑에는 영어로만 씌여 있어 영어를 배우지 못한 젊은층들도 상표명을 몰라 손으로 가르키며 “이걸 주세요.”라고 하고 있다.
이런 간판, 상표 외에도 각종 언론 매체와 출판물에서 우리의 고유어가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외국어, 외래어를 많이 쓰고 있다.
예하면 순수한 우리말인 흰색을 ‘화이트’’안해’를 ‘와이프’ ‘열쇠’를 ‘키’ ‘힘내라’를 ‘파이팅’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24가지 자모로 이루어진 우리글이 그 표기가 제한되어 외국어나 외래어 를 원음대로 표기 할수 없는 것이다. 례하면 힘내라는 ‘fighting’을 원음 대로 발음은 할 수 있으나 우리글의 문자로는 어떻게 하여도 정확히 표기할 수 없다. 하여 어떤 사람들은 ‘파이팅’, 어떤 사람들은 ‘화이팅’으로 표기한다. 이렇게 하면 원래의 음이 왜곡된다.
지금은 중국의 조선족들도 한국나들이를 많이 하면서 한국사회에 습관되어 외래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이제 몇 세대 후에는 우리의 고유어가 점차적으로 사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우려된다.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것은 국제화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것 이라고 하는데 몇가지 외국어 단어를 장악하여 가지고 국제화시대에 발을 맞출 수 있겠는가? 우리말의 고유어거나 귀화어(귀화어란 한자어를 포함 하여 남의 나라에서 들여온 글이나 말이 오랜 세월 동안 사용하면서 차용한 글의 原地의 의식이 희박해지면서 우리글처럼 되어 우리글로 탈바꿈된 글이나 말)가 없는 말은 외국어거나 외래어를 써도 무방하겠지만 우리 겨레의 고유문화를 보존하려면 고유어가 있는 단어들은 고유어를 쓰면 좋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지금 조선(한국)어 사용인구는 7739만 명으로 세계 언어 중 13위에 이르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는 조선(한국)어를 9번째 국제 공개어로 채택하였다고 한다. 올해 인도네시아 부톤섬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자기 말을 적는 공식 문자로 채택하고 초등학교에서 한글 교과서로 찌아찌아어 교육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인구대국인 중국에서도 한국어 학원을 설치한 대학이 점차적으로 늘어 나고 있는 추세이다.
지금 세계언어학자들은 한글을 세계통용 문자로 하자는 주장도 나 오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견해는 한글은 배우기 쉽다는 것이다. 24가지 자모로 우리말의 모든 문자를 다 표시할 수 있고 가, 나, 다, 아, 야, 어 등 기본음에 몇가지 받침을 넣으면 그 계렬의 음을 다 문자로 표기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주요한 이유는 컴퓨터 문자입력에서 육필의 필순에 따라 건반을 치면 모든 글자들을 순조롭게 쳐 내려간다는 것이다. 컴퓨터 사용에서 그 어떤 다른 글보다 우월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여 세종대왕이 600년 뒤에 올 디지털시대를 예견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하지 않았는가 하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우리말 우리 글이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이런 뛰어난 우월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월성을 가지고 있는 본국(한국)에서 자기의 글을 촌스럽다며 도외시 하고 우리글로 정확히 표기할 수도 없는 외국어에 집착하고 있는지? 이것도 국제화 시대에 맞추어 간다고 할 수 있는지?
자기 나라의 우월한 문화를 보전하고 자랑하며 국제화시대에 맞추어 나가야지 이런 우월한 문화를 도외시 하면서 국제화시대에 맞추어 나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은 간판·현수막·벽보·전단 등에 반드시 한글 표기를 곁들여야 한다고 정해두고 있지만 처벌 규정이 모호해 법이 있으나 마나 한 실정이다. 중국에서 조선족이 집거한 연변 거리의 간판들을 보면 한가지 간판을 두 가지 문자로 표시하였는데 우에는 조선문자 아래에는 한자로 표시되어 있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행정수단으로 강제철거를 시킨다. 조선문자를 첫 자리에 놓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런 글은 본적이 있다. “우리가 한국어와 한글을 더욱 사랑하 고 가꾸지 않는다면 한국어와 한글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100년 내지 200년 후에는 박물관에서나 한글을 찾아보겠지...... 온통 영어만 쓰고...... 이제 대한민국은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한글을 사랑 하고 지키어 세계화하자.” 이는 외국어에 집착하고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가운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우리말, 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하자’고 웨치고 싶다.
[주] 이글은 지난해 한국의 조선일보, 동북아신문, 한민족신문 한글학회 잡지에 게재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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