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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을 대체할 새 문자를 만들려는 것은 찬성할 바 아니다
주청룡
올해 년초 이인철 서울아산병원 울산의대 교수가 ‘f, v, z, r, th’ 등의 영어 발음을 표기하는 다섯 개의 새 한글 문자를 제안하는 글이 조선일보에 발표되자 지금 찬반양론(贊反兩論)계속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한국체 류중인 중국동포로서 여기에 대한 견해를 말해 보려 한다.
우선 우리는 외국어와 외래어 개념에 대하여 똑똑히 분별하여야 한다. 한국어사전의 해석으로 보면 외국어는 말 그대로 “다른 나라의 말”이고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여 와 국어처럼 쓰이는 말이다.” 즉 외국의 말을 들여다가 원래의 음을 따르면서 우리말의 발음과 우리 문자가 있는 단어로 만들어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이다.
문자표기에서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려는 것은 틀린 생각이라고 본다. 외국어라면 반드시 그 나라의 문자로 표기하여야 정확히 표기할 수 있으며 외래어는 이미 국어화(國語化)하였기 때문에 원어의 발음과 똑 같을 수 없으며 또 한글로 표기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예하면 라디오, 텔레비전, 컵, 넥타이, 페이지, 바나나, 아파트, 베란다 등은 외래어로서 완전히 우리말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 한글로 충분히 표기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우리의 고유어는 물론 외래어까지 충분히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다.
만약 이인철 교수가 제기한 것처럼 ‘f, v, z, r, th’ 등의 영어 발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새로운 문자를 한글에 보충한다면 한글의 의미를 떠나게 되며 그것은 영어 발음을 표기하는 일종 기호이지 한글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말에 ‘f’의 발음이 없기 때문에 ‘file’과 ‘pile’을 모두 한글로 ‘파일’로 적는데 원어의 발음과 의미를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한자어에 한자를 병기(倂記)하는 것처럼 ‘파일[file]’, ‘파일[pile]’ 등으로 원어문자 표기를 병기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소견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순수한 우리말이 있는 ‘아내’를 ‘와이프[wife]’ 흰색을 ‘화이트[white]’, ‘힘내라’를 ‘파이팅[fighting]’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고유어가 있는 단어들은 우리 말의 고유어로 쓰면 발음 표현과 문자 표기에도 아무런 장애도 생기지 않고 우리말, 우리글의 순결도도 높이고 있는데 하필이면 발음하기도 불편하고 정확히 표기도 할수 없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며 영어 발음을 대체할 새 문자를 만들어 한글에 보충하여 우리의 글을 영어에 예속시킬 이유는 더구나 없다고 본다.
지금 한국에서는 우리의 고유어를 포기하고 외국어나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말의 순결도를 점차적으로 낮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새로운 세대들은 외래어는 많이 쓰지만 그것으로 순화되는 고유어를 모르는 것이 적지 않다. 하여 기성세대 사람들은 우리의 고유어가 점차적으로 희박하여지고 우리말의 순결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한글을 쓰는 것은 한글을 장악하고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하는 것이지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을 대상한 것이 아니다.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글에 외국어나 외래어를 쓴다고 하여 알아 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필자는 우리말, 우리글에 외국어를 섞어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며 더욱이는 영어 발음을 대체할 새 문자를 만드는 것은 찬성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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