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중년의 눈물
김영분
중년이 되고 나서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마흔은 먹먹한 한숨입니다라는 글귀 때문에 내 가슴이 시려오고 눈물이 그렁해졌다. 중년을 그리는 노래가락 하나에도 감동의 쓰나미가 덮쳐들 때도 있다. 이렇듯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하루에도 몇번이고 변덕이 많은 날씨처럼 흐렸다 개였다를 거쳐간다.
마흔이 되면 남녀 몸속의 호르몬분비가 변화를 가져와서 남자에게는 녀자 호르몬을, 반면에 녀자에게는 남자 호르몬을 이색적인 선물이라도 하듯 조금씩 분비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나이가 들수록 호랑이처럼 세상을 호령하던 남자는 부드러워지고 양처럼 순하던 녀자는 남성호르몬 덕분에 더이상 약해지려 하지 않고 강인하게 변한다.
그래서일가. 중년이라는 인생길에 접어든 천하의 무쇠처럼 강하던 아빠나 엄마들은 눈시울을 붉히는 일이 많아졌다. 간혹은 고향에 계시는 늙은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를 하고나서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감추는 눈물을 보았을 것이다. 자식이 어버이의 날이라고 꽃 한송이를 가져다 바치면 금세 목이 꺽 메이는 적도 있었을 것이다. 저녁 늦도록 회사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왔을 때 쪼그리고 잠든 안해의 얼굴을 보면서 항상 기대에 못미치게 한 죄책감에 남편의 가슴에는 뜨거운 무엇인가 울컥했을 것이다. 그러한 남편의 뒤모습을 지켜보는 안해는 괜스레 코끝이 찡해난다. 남편의 두 어깨가 왠지 축 처져있는 듯해서 안쓰럽다.
중년에 난데없는 불청객처럼 소리소문없이 살며시 찾아온 눈물앞에 사람들은 당황한다. 나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닌데 하면서 강철도 녹일만큼 열정이 장작처럼 투닥투닥 거리며 불탔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급히 손사래치면서 부인 해 보지만 불쑥불쑥 터져나오는 눈물은 이런 주인의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족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여태 몰부은 사랑이 실마리같은 인정을 받아서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고 사회생활속에서 받았던 억울함과 피타는 노력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가족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애절한 하소연이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주위에 소중한 것들 때문에 아프다는 투정조차 못하는 중년은 번민의 복합체이다. 과부사정은 홀아비가 알아준다고 남자나 녀자나 서로의 중년의 처지가 안쓰러운 것이다.
자주 상대방을 위해 뒤돌아서서 몰래 훔치는 눈물이 그 증거이다.
올해6월에 우리 아들은 중학교 졸업식을 치렀다. 졸업식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졸업식에 참석해서 어엿하게 큰 아들을 바라보는 순간 눈물이 앞을 흐렸다.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 학부모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들쭉날쭉 히죽히죽 웃으며 장난스레 입장하고 있던 학생들도 졸업식 마무리 때는 엉엉 소리놓고 울었다.성장이란 이렇게 감동스러운 것인지 다시 한번 가슴 깊숙히 느꼈다.
모두가 한 목표를 가기 위해 쏟아 부은 열정과 노력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이해받지 못했던 서로를 보듬어주는 시간이 되자 중년의 부모들은 여지없이 눈물의 보뚝 앞에서 엎어졌다.항상 조심스레 노심초사하면서 뒷바라지를 하면서 분하고 억울해도 꾹 참고 견디였던 시간들을 이해받는 순간이였다. 아들한테 꽃을 안겨주고 축하한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어려운지 목이 꺽 메였다. 포옹하는 찬스에 아들 어깨를 가까스로 부여잡고는 몸이 전률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토록 원했지만 청소년 아들이 학업에 매진하기를 늦장부렸던 것이 억울해서였을가. 아니면 내가 아직 못다 해준 사랑 때문에 미안해서였을가. 아니면 이 부대끼고 있는 엄마의 마음을 아들한테 이해를 받았다고 생각해서 고마워였을가.
중년에 들어서서 눈물이 부쩍 많아졌다.
가야 하는 길에 잠시 마음을 치유하고 먼지 털 듯 그 자리에서 일어나 또 떠나야 하는 방랑객의 들키기 싫은 하소연이다. 물밑을 헤염치는 고기떼마냥 조용히 우직하게 움직이는 중년이다.
바람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느라 버드나무를 춤추게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년에 부쩍 많아진 눈물은 지치고 외로워서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을 알리려 흘러내리는 것이 아닐가. 중년은 아픈 가지에 꽃을 피우려고 인내와 끈기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그 눈물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이 눈물은 생명의 완성을 상징하는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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