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창문턱에 가지각색 다육이들을 모셔온지도 일년이 넘었다. 몸이 풍선을 불린 듯 탱탱 부은 아이,자기를 보호하려고 솜털같은 가시를 뾰족히 세운 아이,돈 자랑을 하는 듯 동전같은 잎을 훤히 보이게 조롱조롱 매달은 아이,남방의 야자나무처럼 길고 가는 몸매에 꼭대기에만 손톱만한 잎을 피운 아이, 등 앙증맞기로 두번째로 가라하면 서러워 눈물 흘릴 다육이들로 창문턱이 점점 수북히 채워져갔다.
식물에 관심이 전혀 없던 나였는데 어느새 귀엽고 야무진 다육이들의 모습에 혼을 쏙 빼앗겼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무작정 가까워지고 싶어 하고 연약한 모습을 보면 리유없이 지켜줄 생각이 들게 한다더니 다육이들의 가녀리고 앙증맞은 모습이 나의 보호욕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헌데 키우다 보니 생긴 것이 가녀리고 작을 뿐이지 다육이는 은근히 자신만의 생존철학이 있는 개성이 돌출한 꽃이기도 했다. 자주 물을 주는 것은 금물이고 통풍도 늘 시원히 시켜줘야 한다. 누군가 들여보지 않으면 며칠사이에 금세 초췌해지고 자주 들여다보면 목이 말라하는 것 같아 또 자꾸 물을 주고 싶게 만드는 것이 또 다육이다. 키우는 이의 마음을 쥐였다 폈다 하는 재능이 있다.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게 하는 련인처럼 다육이를 대할 때는 일편단심으로 조심히 정성스레 그리고 사랑을 듬뿍 곁들여 돌봐야 한다.
다육이를 키우는데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 키우는 이와 다육이 품종에 따라서 모두 다르다. 적절한 습도와 환기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서 요령있게 혼자 가늠해서 헤쳐나가야 한다.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 너무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가 갑갑해하고 또 한편으로 지나치게 무관심하면 일탈을 할 수 있는 것과 많이 닮아서 혼자 혀를 끌끌 찬 적도 있었다.
인간의 육아를 쏙 빼닮았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은 것은 선인지(仙人指)라는 다육이의 머리카락을 본 후였다.
선인지(仙人指)라는 다육이는 그 이름을 보면 알 수 있 듯이 손가락모양으로 생겼다. 한뭉치의 손가락이 조론히 모여 작은 화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는데 신선의 손가락이 하늘을 찌르 듯 천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양지바른 창턱에 고히 모셨더니 며칠만에 마치 머리카락을 옆으로 빗은 듯 해빛을 좇아 창밖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었다. 괜히 보기가 불편하여 방향을 바꾸어 돌려놨다. 그랬더니 며칠 후에는 또 손가락들이 다 같이 거꾸로 창밖으로 늘어질 기세였다.
오기가 발동하여 옆으로 기울 때 마다 바로 세워주기 위해 화분을 요리조리 돌려주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선인지(仙人指)의 머리스타일이 말이 아니였다.
폭탄맞은 포도넝쿨처럼 이리저리 헝클어져있었다.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늘어뜨리고 아래를 향한 아이도 있었다. 옆구리를 채운 강아지마냥 꼬부라져있기도 했다. 유독 꼭대기를 향해 서있는 손가락은 없었다.
나의 쓸데없는 바로 잡아야겠다는 오기로 바꿔놓은 방향때문에 다육이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 모양이다. 처음에 데려올 때 가쯘하고 똘똘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심신이 피폐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젠 야무졌던 자신의 손가락을 어디로 뻗어야 할지 방향을 잃은 듯했다.
문득 내가 평소에 별 의미없이 아이들에게 늘어놓던 잔소리가 생각났다. 아이들의 생각을 무시하는 어른들의 권위적인 간섭이 얼마나 치명적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였다. 소금처럼 짜도 소금처럼 쓸모없는 것이 잔소리라 했건만을.
“모두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을 하며 사랑이라는 갑옷을 입고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 아이들도 많이 당황하고 힘들었으리라 믿는다. 아이들의 성장과 탐색의 욕구를 외면하고 어른들의 경험으로만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아이들 또한 얼마나 정서적으로 헝클어질 것인가.진정 원하는 일의 동기가 불이 붙었다가 스러지는 초불처럼 점점 희미해지고 꺼지는 연기처럼 흐려질 것이다.
자주적으로 결정을 할 수가 없는 어린 아이들은 커가면서 갑갑하다 못해 뛰쳐나갈 생각을 하게 되거나 뿔 없는 소처럼 수걱수걱 일만 하고는 철저히 꼬리를 내리고 부모의 울타리에서 준비된 빵만을 기다릴 것이다.
다육이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모멘트에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대책을 강구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곶은 나무가지로 의지할 수 있게 묶어주는 가 하면 끈으로 손가락들을 모아서 오무려 묶어주라는 방법도 있었다.
허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으로든 묶어주면 한동안은 곧게 자라겠지만 그 또한 얼마동안 유지할 수 있겠는가. 좀 지나면 해볓을 좇는 마음은 여전히 창밖으로 향하리라.
있는 그대로 자랄 수 있도록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 치렁치렁 화분밑으로 머리태를 드리우 듯 신나게 자라게 놔둘 것이다. 어떤 풍경이 되든 그건 다육이의 몫이니까.
나는 그냥 해볓과 물과 그리고 바람을 줄 수 있을 뿐이다. 드문드문 기특하게 자라는 모습에 눈도장을 찍어주고 야호를 불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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