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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일
정인갑
인간은 당연 헛일을 하지 않기를 원할 것이다. 제한된 인생을 효과적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겠다. 그러나 사실은 저도 모르게 많은 헛일을 하게 된다. 아래의 두 가지 예를 들어본다.
필자가 군부대에서 병사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킬 때 경험한 일이다. 군사체육훈련 과목에 철봉 ‘턱걸이’가 있다. 10번이어야 합격인데 신입병졸들은 대부분 3번 정도밖에 못한다. 하루에 10분씩 20일에 200분 훈련하면 합격할 수 있다. 하루에 1시간씩 훈련해도 20일이 걸린다. 미련한 교관은 하루에 1시간씩 20일 훈련시켜 1,000분이란 헛된 일을 하게 된다.
중국은 초등학교로부터 대학까지 모두 50분 수업하고 10분 쉰다. 북경의 모 초등학교에서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학급의 여러 개 반에서 절반 A는 50분 상과하고 10분 쉬고, 절반 B는 40분 상과하고 20분 쉬었다. 그런데 학기말 시험에 두 부류 학생의 성적이 거의 같았다. 아마 상기 A는 매일 1시간 정도의 헛된 일을 하는 셈인 듯하다.
초등학생의 수업은 30분을 초과하면 효과가 나쁘며 40분을 초과하면 하나마나 하다는 설이 있다. 필자가 미국 LA의 친구 집에서 목격한 바는 초등학생은 오전만 등교한다. 숙제도 내주지 않으므로 책가방을 학교에 두고 집에 온다. 이렇게 가르친 미국학생이 한국이나 중국의 학생보다 수준이 낮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인생대하(大河)의 차원에서 낮을 것 없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본문을 쓰는 동기는 이 문제에 관해 한-중(한족) 두 국민의 기질을 비교해 보려는 데 있다. 중국인에 비해 한국인은 헛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한국인들은 자녀를 배양함에 학령 전의 유아 때부터 영어학원에 끌고 다니고, 학교에서 지칠 대로 공부한 후 또 학원에 보내 공부시키며, 휴일도 쉬우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학생이 아마 한국 학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그중 많은 공부는 헛일일지도 모른다.
어느 해인가 필자는 한국으로부터 3월 말에 걸려온 이런 전화를 받았다: 모 정치 거물이 4월 말에 북경에 가는데 청화대학의 특강을 안배해 달라. 필자는 그 전화를 받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4월 초에 또 전화가 걸려왔다: 출장이 5월 말로 바뀌었으니 5월 말로 해 달라. 필자는 청화대학에 건성으로 전화 한 통 걸고는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5월 초에 또 전화가 결려왔다: 6월 말로 연기해 달라. 그 번에야 필자는 학교에 찾아가 대충 안배해 놓았다. 그런데 6월 초에 또 전화가 왔다: 갑자기 러시아로 출장 가니 청화대학의 특강을 취소해 달라.
필자는 왜 그 전화를 받고 시종 건성으로 대하였는가? 헛일을 잘 하는 한국인의 기질을 알기 때문이다. 그 거물이 ‘출장’, ‘특강’의 콧방아만 찧어도 보좌관과 비서는 신속히 움직인다. 만약 그런 기질도 모르고 일사불란하게 대하며 30킬로나 먼 청화대학으로 여러 번 오갔다면 수십 시간의 헛일, 1천여원의 택시비 낭비에 나중에 사기꾼이라는 누명을 썼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은 성격이 급하고 ‘빨리빨리’의 기질이므로 상쇄(相殺)되는 헛일을 많이 한다. 중국인은 성격이 느긋하며 ‘만만디’이므로 무슨 일에 봉착하면 ‘글쎄’, ‘좀 지켜보자’, ‘설마’하다보면 ‘그 일, 그만두어도 괜찮아’로 변하는 수가 많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항상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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