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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필자가 모 재미동포와 그가 숙박하고 있는 호텔방에서 담배를 피우며 상담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18살 나는 딸(2세)이 안방으로부터 나와 담배를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때 필자는 너무 당황하였다. 재미동포의 경우 2세면 우리말도 모르고 기질도 우리민족이 아니다. 일본도 조총련계를 제외하면 재미동포와 거의 비슷하다. 재구소련 동포의 경우 3세에 거의 동화돼버렸다. 유독 중국조선족은 이민 6세가 지났지만 동화되지 않고 민족특징을 지금까지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필자의 아들(4세)이 한국에서 유학할 때 필자의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아들이 담배를 피우니 “너 아버지 앞에서 담배 피우냐?”라고 묻자 아들이 “무슨 말씀입니까? 조선족이 어떻게 아버지 앞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는 정말 배달의 후손에 손색이 없구나”라며 감탄하였다고 한다. 즉 중국조선족은 감정, 정서에까지 뉘앙스마저 우리 겨레에 손색없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족 집거구역 동북에서 수 천 킬로 떨어진 상해의 조선족 A와 서안의 조선족 B가 티베트에서 만났다고 하자. 둘이 술 한 잔 하며 말해 보면 A의 부친이 B의 선생에게서 배운 적이 있소, B의 조부가 A의 조부와 동창이요 하며 이내 인연상 연결된다. 둬 다리만 건너면 192만 조선족이 다 이런 연결이 가능하다.
언어, 풍속, 습관, 문화, 예술, 감정, 정서, 인연…, 게다가 조선족 자치주(1개), 자치현(1개), 자치향(6개), 자치마을(천여개), 대학(1개), 초・중・고교(근 천개, 1990년대까지), 방송국(1개), 신문(4개), 출판사(4개), 예술단(10개 정도), 이 모든 요소를 통틀어 감안하여 필자는 ‘중국조선족공동체’라는 용어를 쓰곤 한다. 중국조선족공동체는 중국이라는 나라 안의 ‘준(准) 나라’이고 중국 사회 안에 존재하는 상대적으로 독립된 사회이다. 지금 이 공동체는 점점 해체되고 있으며 아마 2060년대에 가면 거의 해체될 듯하다.
세계 이민사에서 이처럼 이민 200년간 자기의 민족공동체를 유지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실로 인류역사상의 기적이다. 최근 10여 년 간 중국조선족을 연구하는 해외의 많은 석사, 박사 생들이 필자를 찾아왔었다. 그때마다 ‘중국조선족공동체’라는 내용으로 학위논문을 쓸 것을 권고하곤 하였다. 그들은 꼭 쓰겠다고 철석같이 대답하고는 감감 무소식이다.
우리겨레의 해외이민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중수교 이후 중국에 장기 거주하는 한국인만 하여도 40만 명이 넘으며 불원간에 100만명을 바라보게 된다. 국경의 개념은 점점 퇴색되고 문화가 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이 시대 중국조선족공동체의 산생, 발전 및 소망(消亡)에 대한 연구는 한낱 중요한 테마라고 보여 진다.
편집자주: 본문은 한국 코리안신문에 련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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