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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종교와 미신은 어떻게 다른가?
김정룡 재한 조선족칼럼니스트
무한한 본체에 대한 신앙이 종교이고 유한한 물체에 대한 믿음이 미신이다. 이것이 곧 종교와 미신의 구분이다.
무엇이 무한한 본체이고 무엇이 유한한 물체인가?
무한한 본체란 가시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세계의 존재로서 하나님, 도, 상제, 천주, 천지신명 등등이다. 유한한 물체란 가시세계의 존재로서 흔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무한한 본체가 인류사회에 등장하게 된 것은 ‘물활론(物活論)’에 의해서이다. ‘물활론’이란 모든 물체는 활(活)의 가능태라는 것이다. 원시인류는 밤이 가면 낮이 오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식물이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살아나고, 개구리가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살아나는 등 모든 물체는 죽었다가 살아나는 가능성이 있으며,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대지에서 만물이 생겨나는 데는 필시 인류가 모르는 자연의 ‘힘’에 의해 그렇다고 믿었다. 그 ‘힘’이 처음에는 바람이었다. 고대사회 여러 민족에게 이러한 샤머니즘적인 발상이 모두 있었다는 것을 종교학자들이 누누이 지적해왔다.
다시 말해서 종교의 토대는 샤머니즘이며 샤머니즘은 종교의 원시태인 것이 아니라 종교의 근본태이다.
예수가 “바람이 임의로 불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아느냐? 성령으로 난 것은 다 그러하느니라.”고 말했듯이 <<성경>>에도 바람이 자연의 형성과 인간의 영혼과 관련이 있다는 암시가 여러 곳에 있다.
원시인류는 차츰 사유가 발달함에 따라 자연의 ‘힘’인 바람을 ‘신(神)’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인간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힘’ ‘바람’ ‘신’은 모두 추상적이어서 감을 잡을 수가 없고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그것을 구체화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즉 정신적으로 인식되는 ‘신’을 구체화시켜 ‘귀(鬼)’라 불렀다. 이렇게 신을 구체화시킨 것이 곧 귀신(鬼神)이다. 귀신가운데서 인귀(人鬼)가 가장 세고 두렵다. 무한한 본체인 상제, 천주, 하나님을 인격화 시킨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유래된 것이다. 유태인은 구체적으로 여호와라는 이름까지 붙여 하나님을 인격화 시켰다.
종교도 결국 알고 보면 귀신놀음이지만 귀신가운데서 가장 센 귀신을 선택해서 믿고 따르고 할 뿐이다.
미신은 이를테면 복숭아나무로 활을 만들어 땅에 묻어두면 진사(鎭邪)한다든지, 꿈에 오줌을 싸면 생식력이 강해진다는 등 유한한 것을 믿고 실천에 옮겨 액막이를 한다든가 그 어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을 꿈에 나타나면 그것이 현실로 되기를 믿는 행위이다.
종교와 미신의 다른 점은, 종교는 인간에게 ‘경(經)’을 부여함으로서 인류사회를 참된 삶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미신은 아무런 ‘경’이 없는 일시적인 행위에 그치고 만다.
‘경’이란 실‘사(糸)’와 뿌리‘경(莖)’이 합쳐진 글자로서 본래 씨줄을 뜻하는데서 유래되었다. 옛날 구차할 때 벼짚가마니를 짜보았거나 천을 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잘 알고 있듯이 틀에다 날줄을 먼저 세우고 들줄을 끼워놓는다. 그 날줄이 곧 ‘경’이다.
이 날줄에서 유래된 ‘경’은 무수한 뜻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기본, 원칙, 규칙, 원리, 진리 등등이다. 종교는 이러한 ‘경’을 갖고 있기에 인간을 교화시킨다.
종교는 또 인간에게 안전성과 영원성을 부여해준다. 이에 비해 미신은 일시적인 방책에 불과하다.
결론을 말하자면 종교와 미신은 모두 귀신놀음이라는 점은 같으나 종교는 귀신가운데서 가장 센 귀신을 믿는 것이고, 미신은 ‘새우귀신’을 믿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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