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의 허락을 받은 헌원과 아소는 산을 떠날 준비에 분주했다. 우선 동행으로 나설 사람들을 정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곤륜산의 일초일목, 하다못해 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왕모의 것이 아닌 것이 없었다. 곤륜산의 땅을 딛고 공기를 먹고 사는 인간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전부 왕모의 소유였다. 개명수와 우돌은 힘이 천하장사인데다 의리를 중히 여기고 한번 먹은 마음은 변치 않았다. 이 둘은 본래 왕모의 신뢰가 깊은 신하였다. 헌원은 이 두 장수를 데리고 떠나고 싶었지만 왕모의 윤허를 받아야 했다.
옥녀는 헌원을 떠나보내는 기회를 이용해 곤륜산을 암컷 천하로 만들어야 했다. 물론 노예인 수컷들을 남겨 종족 번식은 하되 권력 주변에 맴돌고 있거나 하다못해 다리가 세 개 달린 파랑새까지 전부 제거해야 했다. 그래야만 속 편히 천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었다.
“자네가 이곳을 떠날 때 개명수와 우돌 을 비롯한 힘깨나 쓰는 자, 나의 주변에서 맴도는 수컷을 전부 데리고 떠나게나.”
“소인이 그들을 데리고 떠난다면 앞으로 누가 왕모님의 신변을 책임지고, 궁궐을 누가 호위할 것인지요?”
“그것은 걱정하지 말고 말끔히 데리고 가게나. 나에겐 반인반조 군대가 있지 않는가. 그들은 나를 훌륭히 지키고 궁궐을 호위할 것이네.”
허원이 원하는 바대로 데리고 떠나고 싶은 자를 전부 이끌 수 있게 되었다.
“자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고 싶네.”
옥녀가 말하자 헌원은 감동에 겨워 대답했다.
“왕모님께서 소인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셨는데 원하시는 바를 전부 해드리겠습니다.”
옥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나 눈에는 음욕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지금 떠나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
“동박삭 스승님의 말씀대로 해마다 은하수에서 상봉할 수 있지 않습니까.”
내년 칠월칠석까지는 앞으로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365일이 되지 않지만 심시(心時)로 따지면 삼천여 일이 된다. 지금 옥녀의 몸은 화산처럼 불타오르는데 언제 1년을 기다린단 말인가. 옥녀의 마음을 눈치 챈 헌원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 신호에 맞춰 옥녀가 헌원의 양물을 쥐자 순식간에 엄청나게 큰 육모방망이로 돌변했다.
“네가 이 맛난 양물을 어찌 잊으리!”
두 사람은 허겁지겁 맨몸이 되어 교합을 시작했다. 사내의 보물이 처음엔 조갑지에 살짝 물렸다. 조갑지가 차츰 메기의 입으로 변했다. 메기입이 다시 새끼 악어입이 되어 조금 억세졌다. 나중엔 큰 악어입으로 돌변하더니 앞으로 물고, 뒤로 물고, 내리 물고, 위로 물고, 서서 물고, 앉아 물고, 누워 물고, 가로 물고, 옆으로 물고, 바로 물고, 거꾸로 물고, 엎어 물고, 자빠져 물고 늘어진다. 헌원은 온몸의 기력이 완전 소진되었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고 물고 또 물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 다리 세 개 달린 파랑새와 두 개 달린 파랑새가 서로 마주 보며 키득거렸다.
두 사람의 질펀한 방사가 끝나자 헌원은 궁궐을 나와 길 떠날 차비를 했다. 개명수와 우돌은 옥녀에게 치도곤을 맞을까봐 불안하던 차에 헌원을 따라 곤륜산을 떠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들은 헌원에게 감사의 절을 올렸다. 본래 곤륜산 일대 인간들은 절을 하는 법을 몰랐다. 동박삭이 중원에세 백성들에게 절하는 법을 가르치고 이곳에서도 그 예절을 가르쳐 사람들이 절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시절 인간들은 짐승의 공격에 대비해 늘 무기를 들고 다녔다. 창이나 도끼 등을 끈으로 묶어 등에 매달고 다닌 것이다. 그러다가 사람을 만나면 ‘나는 당신을 해칠 의사가 없습니다.’라는 표시로 등을 보여주기 위해 절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굳어져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절을 한다.
다리 세 개 달린 파랑새도 헌원을 따라 중원으로 가게 되었다. 옥녀의 부하인 개명수와 우돌, 파랑새가 합류하게 되어 헌원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또 아소가 옆에 있으니 더욱 힘이 났다. 거기에 더하여 기술을 가진 사내들과 사냥을 하는 사내들도 헌원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곤륜산을 떠나는 시간이 임박해오자 헌원은 만감이 교차했다.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가는데 그 누가 착잡하지 않겠는가. 아소의 마음도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머물면 옥녀의 뒤를 이어 왕모가 될 수 있으나 그녀는 그것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과연 그녀 앞에 어떤 삶이 펼쳐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마음을 잘 아는 헌원은 마지막으로 아소에게 말했다.
“이곳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소. 그러니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주기 바라오.”
아소는 진심을 몰라주는 헌원이 원망스러웠다.
“얼룩소를 잡아 피를 나눠 마시면서 언약을 드릴까요.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로 맹세 드릴까요. 소녀는 바람 따라 나붓거리는 갈대가 아닙니다. 바람 앞의 등불도 아닙니다. 오로지 변함없이 태양을 따르는 해바라기가 되고자 합니다.”
아소의 굳은 맹세에 헌원이 감동되어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손을 마주잡고 영원히 변치 말자는 굳은 약속을 한 뒤 고향에서의 마지막 정사를 나누었다.
“동박삭 스승의 말씀에 의하면 인간 세상에는 오상(五常: 인·의 ·예·지·신의 5가지 기본 덕목)이 있다 하였는데, 음양교합에도 오상이 있는 것이오?”
“음양교합도 인간이 지켜야 윤리가 있기 때문에 오상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내의 양물에는 다섯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평시에 은밀한 곳에 숨어 절개를 지키는 청빈한 선비가 되어야 하니 인(仁)이라 한다.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하니 의(義)라 말할 수 있다. 앞쪽 끝에 마디가 있는 귀두는 예(禮)라 할 수 있다. 교합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면 곧 왕성하게 발기되어 단단하고 꼿꼿해지며, 교합할 생각이 없으면 홀연히 얌전해지니 신(信)이라 할 수 있다. 방사에 임해서도 놀랍고 이상함을 평정하고 기를 고요히 하고 교합의 법도를 고민하니 지(智)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 오상의 덕으로 성을 즐기는 것이다.
곤륜산을 떠나는 일행은 만여 명의 대부대였다. 장수 백여 명이 말을 타고 삼족오 깃발을 하늘 높이 쳐들고 앞장섰다. 그 뒤를 각종 물품을 실은 백여 대의 수레가 따르고 맨 마지막에 병사들이 줄을 섰다.
곤륜산에서 출발하여 중원에 도착하기까지 석 달 열흘이 걸린다. 실로 고된 만리장정이었다. 옥녀가 만여 명의 100일 식량을 선사했다. 아소는 어머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옥녀는 왕모답게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너는 이 어미와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개척해 나아가야 하느니라. 절대 좌절하지 말고 꼿꼿하게 살거라. 만백성의 여왕이 되어 백성들을 편안히 살게 하라.”
딸과 작별인사를 마친 옥녀는 헌원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지만 옥녀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놓고 돌아섰다. 그 침묵의 언어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을 것인가?“
드디어 이산대오 행렬이 출발했다. 파르마 고원을 거쳐 중원에 이르는 길을 택해 행진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마다 이 행렬을 구경하느라 난리였다. 맨 앞에 선 헌원과 개명수, 우돌을 비롯한 장수들의 늠름한 풍채에 압도당했으며 무엇보다 처음 보는 깃발이 신기했다. 구경꾼들은 그 깃발을 보면 대뜸 엎드렸다. 누가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행군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워낙 길고 거친 여정이라 고생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발이 부르터 걷지 못하는 자, 다리가 부어올라 몸을 이기지 못하는 자, 수토가 맞지 않아 전신에 두드러기가 돋아나고 배탈이 나 물똥을 싸대느라 수분이 다 빠져 가죽만 남은 자, 남폭한 약탈자들과 싸우느라 다친 자, 독뱀에게 물려 고생하는 자, 찬바람과 찬비를 맞아 병에 걸린 자 등 고난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 자가 반이나 되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행렬에 합류하는 자들이 늘어 숫자는 여전히 만여 명이었다.
행렬의 최종 목적지는 중원의 중심인 섬서 황릉(黃陵)이었다. 황하하류 이른바 동방지역은 복희씨와 여와 부부가 지배하고, 그 서쪽 기주지역은 염제가 통치하고, 더 서쪽은 치우의 구역이었다. 그래서 세 집단의 손길이 닿지 않은 황릉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곳은 원시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아직도 동굴에서 생활했다. 헌원은 데리고 온 만여 명의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곤륜산에서 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무리에게 우선 집을 짓도록 했다. 1년 여가 지나자 만여 명이 살 수 있는 집이 마련되었다. 본토박이 부족들이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집을 짓기 시작해 이제 동굴이나 나무 위에서 사는 사람은 모두 사라졌다.
그렇게 헌원에 의해 중원일대는 서서히 집의 숫자가 늘어났고 사람들은 사람답게 살아가기 시작했다. 안거(安居)가 마련되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낙업(樂業)을 일으켜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헌원은 아소에게 넌지시 말했다.
“당신이 나를 따라와 고생이 많소. 내가 늘 미안하오.”
“당치 않은 말씀이옵니다. 소녀는 오로지 님을 따르기로 결심하고 이곳에 왔으니 그 어떤 세파도 이겨낼 자신이 있어요.”
헌원은 그런 아소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고 보니 사랑을 나눈 지도 한참이나 지났다. 헌원은 아소를 껴안고 귀에 소곤댔다.
“그동안 내가 일에 바빠 당신의 음문을 멀리했소. 오늘밤은 만사 제쳐놓고 사랑을 나누도록 합시다.”
소녀가 기다리던 바이옵니다.“
두 사람은 침실에 나란히 누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양교합에도 규칙이 있는 것이오?”
“네, 그러하옵니다. 세상만물에 도가 있듯이 음양교합에도 당연히 규칙이 있습니다. 규칙을 잘 지켜야 교합이 원만하게 이뤄진답니다.”
여자와 교합하고자 하면 먼저 여자로 하여금 마음을 편하게 먹고 두 다리를 굽혀 벌리게 한다. 사내가 그 사이에 들어가 입을 맞추고 혀를 빨고 양물을 음호 양 옆을 가볍게 살살 두드린다. 이와 같이 하다가 서서히 안으로 삽입한다. 양물이 비대하면 안으로 한 치 반을 삽입시키고 가늘고 작으면 한 치를 삽입한다. 움직이거나 흔들지 말아야 한다. 서서히 빼냈다가 다시 삽입하면 온갖 병이 없어진다. 양물이 옥문으로 들어가면 자연히 열이 나고 또 급해지는데 여자의 몸은 응당 위로 흔들린다. 그때 깊이 넣으면 사내와 여자의 백병이 없어진다. 얕게 금현(琴絃:음핵)을 세 치 반을 삽입해 막힌 입구를 찌른다. 하나부터 아홉까지 또한 깊게 하여 곤석(昆石: 외음부의 움푹 파인 곳) 옆까지 삽입하여 왕래한다. 이때 사내의 입을 여자의 입에 대고 기를 빨아들여 구구 팔십일의 도를 행한다.
헌원이 아소와 즐거운 성교를 맺는 것처럼 모든 일도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중원의 들판에 집들이 끊임없이 세워지고 황릉의 산꼭대기에는 깃발을 꽂았다. 깃발에는 헌원이 만민을 자애롭게 품고 있는 그림을 그려놓고 영고(鈴鼓)를 달아매 놓았다. 그 깃발을 소도(蘇塗)라 부르고 아울러 깃발이 꽃인 사방 10리를 성역으로 만들었다. 이곳은 신성불가침으로서 구역 내에 들어온 사람은 도둑질을 했거나 폭행을 했거나 살인을 했어도 모든 죄인이 면죄부를 받았다. 이후로 헌원을 따르는 무리가 날로 늘어나고 황릉은 더욱 번창해갔다. 헌원은 소도를 중심으로 신단을 만들고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천단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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