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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연길에서 룡정으로 가는 뻐스에서 있은 일이다. 필자의 옆에 앉은 한 20대의 처녀가 뻐스가 떠나기 전부터 열심히 책을 보고 있기에 무슨 책을 보나 곁눈질로 들여다 보니 교육학에 관한 책이였다. 교원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필자인지라 교육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처녀가 매우 대견해 보였다. 말이라도 걸고 싶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는데 지장이 될 것 같아서 말을 건네지 못하였다.
뻐스가 룡정에 거의 도착하게 되자 그녀는 열심히 보던 책을 덮고 내릴 준비를 하는 것이였다. 필자가 어떻게 되여 교육학을 그렇게 열심히 읽는가고 물었더니 자기는 지금 연변대학 사범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금년에 졸업하게 되며 연변조선족자치주인력자원사회보장국의 금년도 사업단위공개초빙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공부한다는 것이였다.
어떤 일터를 선택했는가고 물었더니 교원직을 선택하였다는 것이였다. 학생래원의 감소로 학생수가 줄어들고 페교현상이 심각한 정황하에서도 인민교원이란 영광스럽고 성스러운 직종을 선택한 그녀가 기특해보였 하여 필자는 인민교원이란 직업은 영광스럽고 성스러운 사업이라고 고무격려의 말을 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뒤에 앉아있던 한 40대의 남녀가 우리의 말에 참견했다.
“그것은 전통관념입니다. 교원사업을 하여 돈을 얼마 벌겠습니까? 한국에 나가면 한달에 여기서 받는 월급의 몇배를 벌 수 있는데 젊은이들이 여기에서 무슨 사업할 멋이 있겠습니까?”
필자는 찬물을 끼얹는 그들의 말에 대뜸 유감을 표하면서 툭 내쏘았다.
“만약 당신들의 말대로 모든 사범학원 졸업생들이 다 외국이거나 중국의 타지역에 나간다면 우리 민족의 후대양성사업은 누가 하겠는가? 우리 민족의 후대양성사업을 위해 사업단위공개초빙시험을 치려고 열심히 시험준비를 하는 이 학생이 얼마나 대단한가?”
공교롭게도 뻐스가 내가 내리려는 정류소에서 멈춰섰기에 나는 더 하려던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 시험준비생에게 시험을 잘 치라는 격려의 말 한마디밖에 하지 못하고 내렸다.
뻐스에서 내린 후 필자의 머리는 착잡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 학생이 연변대학 사범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대학시험을 칠 때부터 교육사업을 사랑하고 교육사업에 한생을 바치려는 념원을 안고 선택하였을 것이고 교육사업에 종사할 일념으로 졸업을 앞두고 사업단위공개초빙시험에 응하여 열심히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낯모를 사람들이 그에게 그런 찬물을 끼얹었으니 그 학생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겠는가?
지금이라도 그 학생에게 더 많은 격려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학생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적지 못한 것이 안타까왔다. 그저 속으로 그 학생이 시험을 잘 쳐 자기의 꿈을 실현하기를 바랄 뿐이였다.
한편 그 낯모를 남녀의 말을 되새겨보았다. 정말 우리가 모두 그들의 말대로 자기의 고향을 버리고 외국에 가야만 하는가? 물론 로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정한 수입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건 결코 전도가 유망한 모든 젊은이들의 유일무이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외국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가족, 내 고향을 떠나 낯선 외국땅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대부분 사람들은 남의 밑에서 눈치를 보면서 일하고 있다. 일정한 문화지식을 갖고 외국에 가서 사무직에서 일한다 하여도 그것은 온전하고 장기적인 직업은 아니다.
돈을 좀 더 번다고 떠돌이 생활을 하기보다 잠시는 적은 월급을 받더라도 온전한 직업을 갖고 한집에서 내 가족 사랑을 느끼면서 일하는 것이 곧바로 한 가족의 기쁨이고 행복이며 내 고향 건설에 더욱 큰 힘을 이바지 할수 있는 옳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가서 일을 하더라도 장기적인 리산가족생활을 하지 말고 5, 6년간 돈을 번 다음 고향에 되돌아와서 새로운 창업을 하면 좋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 연변에서 실행하고 있는 귀향창업프로젝트도 바로 내 고향을 더 잘 건설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는가?
뻐스에서 만난 이름 모를 녀대학생, 이런 대학생들이 있음으로 하여 우리 민족의 후대양성사업이 끊기지 않을 것이고 조선족사회가 더욱 찬란한 미래를 가져오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길림신문 20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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