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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여왕, 유튜브에 새 둥지 틀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3월6일 07시50분    조회: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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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TV' 개설한 가수 주현미
계절에 맞춰 자신의 신곡부터 '황성옛터' 등 옛 곡까지 직접 불러



"미국에 이민 온 지 13년이 됐어요. 여든 넘은 노모를 자주 뵈러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어머니께 들려 드리고 싶은데 백년설씨가 부른 '나그네 설움'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라디오 프로의 사연 신청이 아니다. 가수 주현미(58)가 지난해 말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로, 구독자 5000명을 넘어선 '주현미TV'에 쏟아지는 사연 중 하나. 주현미가 우리나라 전통 가요를 직접 불러 올리면서 트로트 팬들이 듣고 싶은 노래를 앞다퉈 신청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주현미는 '황성옛터' '목포의 눈물' '이별의 부산 정거장' '남원의 애수' 같은 옛 곡과 자신의 신곡을 직접 부른다.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 등을 히트시키며 트로트의 여왕으로 불린 그가 굳이 유튜브를 시작한 까닭은 뭘까. 지난 4일 전화로 만난 그는 "한국 전통가요들이 흔적도 없이 잊히고 있다"며 "우리의 옛 정서가 담긴 가사와 멜로디를 젊은 세대에도 전해주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통가요 백과사전'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서 '주현미 TV'에는 광고가 없다. 노래만 연달아 들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는 "아이돌이 아닌, 우리 같은 가수들은 설 무대가 없다"고 했다. 디너쇼나 콘서트가 있지만 비용이나 거리 등 한계가 있는 데다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KBS '가요무대' 외에는 팬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탓이다. "요즘도 트로트가 나오지만 옛 가요처럼 노랫말이 서정적이지 않고 그저 유행만 따라가니 안타깝다"고도 했다.

신곡을 내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것도 유튜브를 개설한 이유다. 트로트 신곡도 멜론이나 지니뮤직 같은 음원 유통 사이트에 올라가지만 트로트를 즐겨 듣는 50대 이상은 음원 사이트를 이용해 음악을 듣지 않기 때문에 신곡을 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고민하던 중 트로트를 즐겨 듣는 연령대도 유튜브를 자주 본다는 걸 알게 됐고 곧장 채널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매주 월·목요일에 옛날 가요를, 화요일에는 자신의 노래를 다시 불러 영상으로 올린다. 그날 무엇을 부를지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계절. 최근엔 봄을 맞아 '찔레꽃' 등 봄 노래를 올렸다. 유튜브라고 만만하게 볼 건 아니었다고 했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했다. 한 편을 촬영하기 위해 원곡을 수십 번 듣고 가사도 연구해야 한다. 그는 "노래를 오래 해왔지만 가끔 NG도 낸다"며 웃었다.

50대 이상 팬들에게 트로트를 들려주려 개설한 채널이지만 의외로 10~30대 구독자도 많다. '주현미TV'를 구독 중이라는 한 30대 팬은 "70년도 더 된 노래들이지만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날 때도, 흥겨워질 때도 있다"며 "구성진 멜로디에 묘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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