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의 한인 여성이 후천적 장애와 각종 시련으로 점철된 삶에서 비롯된 분노를 시(詩)로 극복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시집을 내고 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사인회를 갖는 주인공은 로스앤젤레스 인근 라미라다에 살고 있는 김현정(40)씨.
한살때 열병을 앓은 김씨는 왼쪽 뇌에 이상이 생기면서 오른쪽 팔,다리가 완전히 마비되는 뇌성마비 장애 판정을 받았고 감수성 많은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낸뒤 20년전 미국으로 이민와 새로운 삶을 찾았다.
그러나 김씨의 삶은 그렇게 평탄하지 않았다. 시각 장애인인 정화영 전도사와 결혼했지만 2차례 자연 유산하면서 우울증이 심해졌고 우울증은 간질로 발전, 하루에도 몇차례씩 감정이 폭발하고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악순한이 거듭됐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그림, 음악 등 각종 치료 요법까지 더해졌지만 김씨에게 던져진 세상은 지옥과 같았다.
그러던 김씨가 2년전 `시와 사람들'이라는 문학단체를 이끌고 있는 문인귀(67)씨를 만나면서 새로운 탈출구를 찾았다.
스스로 걸어놓은 틀 안에 갇힌채 몸부림치고 있지만 마음만은 순수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문씨는 김씨에게 정신적 안정을 찾아주는게 급선무라고 판단, 처음 3개월간 토마토를 기르게 하면서 관찰기를 쓰도록 했다.
김씨의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게 하면서 시를 쓰게 한 결과 1년6개월간 나온 시가 300편이 넘었고 그 사이 김씨의 간질 증세는 1주일에 한번꼴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제는 마비된 오른쪽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할 뿐 일반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말하고 행동하게 된 김씨는 "이제는 시를 통해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됐고 한시도 걱정이 떠나지 않던 어머니를 웃음짓게 해 기쁘다"며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무엇이건 푹 빠져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인귀씨는 "정신과 전문의들도 시를 통한 치유의 과정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면서 "순수한 마음에서 쏟아내는 시들이 적지않은 감동을 준다"고 평가했다.
2006/07/12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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