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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활약한 여배우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이하늬(36)다.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이 두 작품에서 '엄친딸' 이미지를 벗고 털털한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이번에는 또 색다른 변신을 한다.
'블랙머니'(감독 정지영·11월 13일 개봉)는 IMF외국 자본이 한 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난 론스타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정·재계에 걸친 금융 비리 사건과 그간 작품 속에서 많이 봐왔던 검사를 전면으로 내세운 사회 고발 영화다.
영화는 어려운 금융사건을 비교적 쉽게 풀어냈다. 이하늬는 차갑고 이성적인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하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쉽고 대중적으로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진웅 선배, 정지영 감독님과 꼭 한번 호흡하고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처음에 이하늬의 캐스팅을 반대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이하늬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정 감독을 존경했다는 그는 "'부러진 화살'을 보고 감독님의 팬이 됐고,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다"며 "시나리오의 완성도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엘리트 변호사다. '엄친딸'인 그의 모습이 드러난 역할이다. '엄친딸'이라는 말에 '나한테 그런 이미지가 있냐'고 웃은 이하늬는 "나한테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였다"며 "캐릭터를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김나리는 이성적이고 차분한 사람"이라며 "에너지 변화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위해 신경 썼다. 김나리의 마지막에 선택을 신경 쓰며 연기했다"고 했다. "명확한 대의를 추구하는 인물이에요. 자신의 이익과 국익을 고려하죠. 김나리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상황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것 같거든요."
결말에 대해선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싶다"이라고 짚었다. "예전에는 돈을 우선시했다면, 이제 새로운 세대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죠."
'블랙머니'는 현재진행형이자,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용기 있는 작품이다.
사회 고발의 성격을 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그는 "이전에 대중적인 영화로 사랑받았는데 그 사랑이 이번 영화에까지 이어졌으면 한다"며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자유로웠다"고 했다.
몸을 쓰는 연기를 하다가 이번에는 움직임을 자제했다. 배우에게는 신기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단다.
조진웅에 비해 여성 캐릭터 김나리의 역할이 약했다는 지적에는 "예전보다는 여성 캐릭터가 진화했다고 느꼈다"며 "양민혁 검사와 김나리가 서로 견제하는 모습이 잘 담겼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첫 팬미팅을 마쳤다. 이하늬는 "남성팬들보다 여성팬들이 많이 왔다"며 "오랬동안 팬미팅을 기다려준 팬들을 보면서 감동했다.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감격했다"고 웃었다.
이하늬하면 똑 부러진 '걸크러시' 이미지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란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편안하게 느껴진 것 같단다. "솔직한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듯해요. 할 말을 참고 있다가 하는 편은 아니에요. 솔직하게 얘기하죠. 저에 대한 여러 비판도 잘 수용하고요."
'대세' 이하늬는 올해 '극한직업'으로 1600만명을 동원하고, SBS '열혈사제'로 시청률 20%를 이뤄냈다. 특히 '극한직업'은 빼놓을 수 없다.
'극한직업'에 대해선 "기적에 가깝다"며 "그 누구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다들 절박한 타이밍이었다"고 떠올렸다. "저도 연기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죠. 연기에 대한 갈증도 컸고요. 류승룡 선배, 공명 씨, 이동휘 씨도 다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기였어요. 서로 얘기하다가 눈물도 흘렸죠. 하하. 다들 자기 일처럼 나서줘서 감사했습니다."
개봉할 시점에는 끝이 없는 낭떠러지에 계속 떨어지는 꿈을 꿀 정도였다. 이 영화를 통해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한 탓에 불안했던 이유에서다. 뚜껑을 열어 본 결과, 그의 변신은 완벽하게 통했다.
영화제에서 수상을 기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예전에 배우들 모두 영화제에 갔는데 한 명도 안 받은 적 있다"고 웃은 뒤 "최다 관객상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만족하다"고 미소 지었다.
'극한직업'에 이어 출연한 '열혈사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배우는 "코미디를 연이어 한 적은 처음이었다"며 "코미디를 다 하고 '블랙머니'라는 무거운 작품이 이어진 것도 우연"이라고 했다.
최민식과 호흡한 '침묵'(2017)에 대한 애정도 크다. 그는 "'침묵'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 자유롭게 내려놓을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엄친딸'인 그는 연기 외적인 재능도 많다. 국악에도 능하고, 브라운관·뮤지컬 무대 등에서 활약했다. 필라테스 티처 트레이닝을 마쳤고, 최근에는 발리에서 포레스트요가 티처 트레이닝을 끝냈다. "연이어 작품을 하다 보니 몸이 망가졌어요. 이렇게 작품을 하다 보면 활동을 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죠. 몸과 마음을 단련하려 발리에 갔죠. 스스로 자유로워지려고 갔는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전날에는 '2019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하늬는 "이걸 받아도 되나 싶다"고 웃었다.
배우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눈을 돌린 상태다. 지난해 미국 최대 에이전시인 윌리암모리스엔데버(WME)의 필립 선(Phillip Sun)과 베테랑 매니지먼트사인 아티스트인터내셔널그룹(Artist International Group)의 대표 데이비드 엉거(David Unger)와 각각 에이전트 및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김지운 감독과 한불합작 작품도 선보인다.
이하늬는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플랫폼이 다각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할리우드'라고 규정 짓고 싶지 않다.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다"고 미소 지었다.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찾을 때는 기회가 잘 오지 않았어요. 반대로 제 위치에서 조급히하지 않고 열심히 연기하다 보면 행운 같은 기회가 오더라고요. 편한 마음으로 기다리려고요."
최근 큰 사랑을 받으며 배우 인생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이 순간이 얼마나 기적인지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잘해서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라, 여러 부분이 맞아야 이런 시기가 오는 듯해요. 이 인기를 빨리 내려놓고 편안하게 연기하려고 합니다. 스스로 내려놓으려고 발리로 갔죠."
올해는 그에게 잊지 못할 한 해다. 그간 많이 방황했다는 배우는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며 "이렇게 잘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네 살 때부터 국악을 했던 터라 연기가 두려웠어요. 연기를 만나서 '이렇게 잘 맞는 예술 장르를 이제야 만났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저의 에너지를 악기에 맞췄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연기에 딱 들어맞더라고요."
이하늬의 어머니는 무형문화재이자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인 문재숙 씨다. 언니는 서울대학교 국악을 전공한 가야금 연주자 이슬기 씨다.
배우는 '왜 나는 엄마와 언니와 달리 해도 안 될까' 고민했다. 이제는 각자마다 해내야 하는 몫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10대 때 '한국 사람이 한국 문화 대해 왜 자부심이 없고, 왜 잘 모를까' 고민했던 적 있어요. 한국 문화야말로 가장 폭발력 넘치고 고급스럽거든요. 제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할 수 있는 메신저가 되고 싶어요."
항상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이하늬와 멋있는 액션 여전사도 잘 어울린다. "'터미네이터' 같은 역할도 하고 싶죠. 총 잘 쏠 자신 있거든요. 하하."
인터뷰를 한 날 이하늬는 연인 윤계상과 함께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이하늬가 올린 글 때문에 누리꾼들이 결별설을 추측했기 때문이다. "강아지에 대한 쓴 글인데...어떤 심경이 담긴 글이 누군가에게 심려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까지 써야 할까 고민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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