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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너도나도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고, 10대에 들어서면 아이돌 연습생이 되는 세상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연예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도 쉽지 않다. 이른바 ‘연습생’ 신분으로 기약 없는 데뷔를 준비한다.
“체중 관리는 기본, 남자 연습생과 번호 교환도 금지”
가수 메이다니(28·본명 김다니)는 지난 2001년 방송된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에서 발탁돼 11살에JYP연습생으로 첫발을 들였다. 2AM조권, 원더걸스 선예 등이 연습생 동기다. 이후YG엔터테인먼트로 옮겨 총 8년의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메이다니는 “점심시간까지만 학교 수업을 듣고 바로 회사 연습실로 향했다”며 “춤과 노래를 배우고, 외국어를 학습하고, 운동하고, 밥도 거기서 먹었다. 집은 자러만 가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체중 관리는 기본이었다. 문제는 정상 체중 이하의 몸무게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메이다니는 “데뷔 전 38㎏까지 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한창 먹을 나이에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고 밝혔다. 연애는 절대 불가였다. 그는 “빅뱅 오빠들과 휴대전화 번호 교환하면 매니저가 보고 있다가 삭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스케줄을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소속사 사장님이 남자 연습생과 택시도 같이 못 타게 했다”고 회상했다.
가장 힘든 건 동료 연습생과의 비교였다. 메이다니는 “꼭 모여 있는 자리에서 다른 연습생과 비교했다”며 “친구가 아닌 경쟁 상대가 되어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아티스트들이 탄생하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메이다니는 “11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연습생이 되지 않겠다. 더 나이 먹고 하겠다”고 말한다. 음악이 좋아서 간 곳이었지만 10대 때만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을 놓쳐야 했기 때문이다. 메이다니는 “지금 생각해보면 기약 없는 가수라는 미래에 학창시절을 모두 써버리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다”며 “평생 가수를 할 생각이지만, 가수 말고 다른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을 때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습생을 꿈꾸는 친구들이 있다면 부모님과 상의하고, 정말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중소 소속사 연습생도 마찬가지…“연습생들은 다 데뷔 경쟁자”
20살 때 늦깎이 연습생으로 소속사에 들어가 가수로 데뷔, 현재는 유튜버로 활동 중인 모쨩월드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었다”며 “1년에 데뷔하는 아이돌만 몇백 팀인데TV에 얼굴이라도 비치는 아이돌은 손에 꼽는다. 배운 게 그것뿐이라 연습생을 그만두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제 한계까지 도전해볼 기회였다”며 “연습생 한 명, 한 명이 결국 다 데뷔 경쟁자다 보니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처럼 춤과 노래밖에 배울 수 없는 청소년 연습생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달 5일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표준 부속합의서’를 제정했다. 부속합의서는 기획업자가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자유 선택권, 학습권, 인격권, 수면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노력해야 함을 명시했다. 또 연령에 따른 대중문화예술용역 제공시간을 명시해 15세 미만 청소년은 주당 35시간 이내, 15세 이상 청소년은 주당 40시간 이내로만 연습할 수 있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소속사가 표준계약서를 써야 할 의무나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미성년자는 사회화를 거쳐야 하는데 연예인 교육에만 몰두하면 성공하지 못했을 때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인성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 평론가는 “미성년자를 사업 수단으로만 활용하려는 일부 업자들의 시각을 교정하기 위해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에서 자정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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