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는 휴전선이 없습니다.”
한반도에서나 국외에서나 갈라진 남과 북의 마음을 바둑으로 이으려는 노력하는 재일동포가 있다. 구쾌만(81) 재일본조선인바둑협회 회장은 바둑을 통해 남과 북의 교류, 민단과 총련으로 나뉜 재일동포 사회의 화합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기원이 주는 문화공로상을 받기 위해 5일 오후 입국했다.
총련계인 구 회장은 1975년부터 북한을 오가며 바둑 용품을 보내는 등 북한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보급하는 데 힘써 왔다. 이 때 바둑을 배운 어린이들이 이제는 북한에서 바둑 지도자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는 또 1994~95년에는 사재를 털어 10여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중국에서 바둑 유학을 하도록 돕기도 했다.
1990년 재일본조선인바둑협회를 만든 구 회장은 민단과 총련으로 갈라진 재일동포 사회를 바둑을 통해 화해시키는 노력을 줄기차게 진행했고, 한국기원과의 교류도 시작했다. 민단과 총련 계열 동포들이 매년 도쿄에서 여는 ‘원코리아 바둑대회’를 기획했고, 양 쪽 동포들이 함께 만든 고려바둑회에도 부회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고려바둑회는 매달 도쿄에서 민단과 총련 동포들의 친선바둑대회를 열고 있다.
구 회장은 특히 지난해 8월 자신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뛰어 다닌 결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부산·평양·베이징·도쿄·타이베이의 ‘5개 도시 대항 어린이 바둑대회’를 감동적인 행사로 기억한다. 그는 “바둑으로 만나면 승부가 문제가 아니고, 언제나 친해지기 마련”이라며 “남한이든 북조선이든 가리지 않고 어린이들이 금세 형제가 되는 것을 보고 참 기뻤다”고 전했다.
그는 “통일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하자, 하자’고 나서면 되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바둑도 소개하고 통일에 대한 관심도 더 많이 가지게 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넘치는 인상을 주는 구 회장은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바둑경기가 열리도록 올해 온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은 북한을 100차례 이상 다녀 왔지만, 해방 이후 남한 방문은 6·15남북정상회담 이후에나 가능해 져 이제 6번째에 불과하다고 했다. 남한 방문 때는 각 지역 바둑단체들을 두루 만나고 다닌다.
16살까지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산 구 회장은 해방 전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일궜고, 어렸을 때 아버지가 바둑 두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기 시작해 아마추어 6단의 실력을 지녔다.
글·사진/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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