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선의 병력이 부족하지만 대규모 징집을 꺼리는 것은 자국 내 평온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병력 부족에도 강제징집을 않는 까닭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의미를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명칭으로 제한하고 평시 전력으로만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 말 전쟁 개시 이후 8만명가량(서방 추산)이 전사하거나 다쳐 전략적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러시아의 병력 동원에 큰 변화는 없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군에 병력 규모를 13만7천명 늘리라고 명령했으나 이는 징병이 아닌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병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러시아 극우 사상가 딸의 폭사, 크림반도 등 점령지 피습 등을 둘러싸고 러시아 내 매파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푸틴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크렘린궁은 푸틴 정권의 기반인 매파를 향해 '특별군사작전이 체계적으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이 같은 행보는 결국 자국 내 일상을 우선시하려는 기조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정권에 친화적인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국민은 그냥 국민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 때부터 푸틴 대통령의 주요 철학적 패러다임 중 하나가 국민은 내버려 두라는 것"이라며 "특별군사작전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도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에 참전했다가 궤멸당한 러시아 군부대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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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가 올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우크라이나전이라고 답한 러시아인은 32%에 불과했다. 전쟁 직후인 올해 3월 그 비중은 75%에 달했는데, 러시아 정권의 철저한 언론통제와 반체제 인사 탄압 등으로 러시아 국민의 뇌리에서 전쟁의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 영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 손실 때문에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려면 징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도 상황 판단은 비슷하다.
푸틴 정권을 지지하는 모병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적 열세를 피하려면 30만∼50만명의 징병이 필요하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는 18∼27세 남성이 징집돼 1년간 복무하는데, 일단 공식적으로는 이들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되지 않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징집대상 연령대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고 군의 필요에 따라 병력을 수시로 뽑아 보강하고 있다.
전선에서는 사상자가 속출하지만 자국 내에선 기이한 평온이 유지되는 상황을 두고 러시아 일부 매파는 쓴소리를 쏟아낸다.
도시 중산층의 평온을 위해 전장에 절실하게 필요한 병력을 보내지 않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푸틴 정권을 지지하는 알렉산드르 브로다이 의원은 NYT 인터뷰에서 "이는 눈부신 불평등"이라며 "군인들은 건강을 잃고 죽기도 하는데 나머지 국민은 절대적으로 편하게 살고 많은 이가 아무 일 없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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