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CNN과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전쟁범죄 조사관을 지낸 데스몬드 데 실바 변호사가 이끄는 조사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고문과 살인’을 자행했다는 증거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저명한 전쟁범죄 수사관 및 법의학자로 구성된 조사팀은 카타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영국 로펌 카터 럭의 의뢰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조사 결과 산업적 규모라 할 만한 대규모 학살(industrial-scale killing)이 시리아 정부가 관여된 상태에서 자행됐다고 결론내렸다.
이들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 발발 초기인 지난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소 1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시리아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고문과 살인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팀은 31쪽 가량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1만1000명의 시신 사진 약 5만5000장을 확보했다며 일부를 증거로 제시했다. 시신 중 상당수는 20∼40대 남성으로, 두 눈이 없거나 둔기로 맞고 목이 끈에 졸린 듯한 상처가 있어 강도 높은 고문과 학대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한 법의학자들이 이중 150구의 시신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 62% 가량은 비정상적으로 여윈 상태로, 음식을 주지 않는 등의 형벌 때문에 아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시리아 헌병의 지시를 받아 시신 촬영을 담당했던 사진사가 이를 메모리 카드에 담아 인근 국가로 도피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시저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사진사는 하루에도 50구 가량의 시신 사진을 찍어야 했다며, 시리아 당국은 사망 원인을 은폐하기 위해 병원에서 사망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마구잡이로 사망확인서를 발급한 다음 유족들에게는 심장마비 등으로 숨졌다고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시에라리온 특별재판소에서 검사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실바 변호사는 해당 보고서 내용에 대해 “법정에서도 사용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리아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이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간의 의견이 엇갈려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나 22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개최되는 시리아 평화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경우 제소 움직임에도 힘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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