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이 제시한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라는 명제는 어쩌면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수 없다.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명제는 우리들에게 민족을 규명하는 객관적인 특징이라는 벽을 넘어서서 민족의 상징적 기호와 그 의의에 대한 해석에 주목하면서 심층의 문화적가치를 직지할것을 요구한다. 앤더슨의 해석에 따르면 민족은 력사문화변천과 더불어 사람들의 심층의식구조에 형성되여있는 상상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우리도 상징성과 의미에 대한 해석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민족공동체 조명을 시도해볼수 있다.
전근대적인 농경문화에 근저를 두고있던 우리민족은 20세기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대 문화격변기를 맞이하게 되였다. 커피숍에서 커피에 명태안주까지 주문하고 첫잔은 건배하자고 제의한다. 팩스를 넣고 국제전화를 걸어 팩스를 보냈으니 3일이면 도착할것이라고 통보한다. 엘리베이트앞에 다가서서 단추를 누르지 않고 노크한다. 한권의 책으로 묶어놓으면 베스트셀러로 선정될 정도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기면서 우리는 그래도 현대문명의 막차를 잡아타고 전근대문명과 결별하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개척하였다. 도시생활공간의 확장과 물질생활의 풍요로움으로 하여 우리는 선조들이 창조했던 수많은 문화풍경을 더 이상 목격할수 없게 되였다. 뒤잔등에 어린 애기를 포대기에 감싸 업고 조선족띠를 허리에 둘러맨 어머니들이 머리에 따발을 얹고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은 오래전부터 이미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언제부터인가 식후 가마치숭늉을 즐겨마시던 우리도 이젠 식후에 자연스럽게 커피를 찾게 되였으며 커피문화도 스스럼없이 우리민족 문화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였다. 뿐만아니라 해마다 설명절이 되면 조선족가정들에서 새해의 축복을 바라면서 복조리를 문에 걸어두던 민속도 자취를 감춘채 "복"자를 거꾸로 붙이고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농경문명시기에 창조하고 전승해왔던 전통적인 문화기호로 조선족을 상정하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조선족을 상상할수 있는 현대적문화기호는 과연 무엇이며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구축한 조선족"경상(鏡像, Mirror Stage)"은 어떤 모습일가?
조선족이라는 "경상"은 력사기억과 기술에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실존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스스로 형성한 "경상"에 의해 타민족은 조선족에 대한 "고정적인상(刻板印象)"을 갖게 된다. 필자는 가끔 자문해본다. 내가 왜서 조선족일가? 쉽게 나올법한 답인데 나오는 답은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자아위안이라고 할가, 신분증에 적혀있는 조선족, 호구부에 적혀있는 조선족이 아이러니하게도 정답이 아닌 정답으로 되는 경우도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국내 타민족에게 보여준 "경상"은 어떤 모습이며 한국을 비롯한 해외 타민족에게 보여준 "경상"은 또한 어떤 모습일가? 여전히 과거에 구축했던 김치를 좋아하는 민족, 랭면을 좋아하는 민족, 가무를 즐기는 민족, 축구를 잘하는 민족에 그쳐있는것인가? 자문해보지 않을수 없는 질문이다.
조선족을 상상함에 있어서 우리가 간과할수 없는것은 문화기호 못지 않게 중요한것은 기호의미에 대한 해석이라 하겠다. 민족을 상징하는 문화기호는 시대적상황에 따라 달리 표현되고 해석에 따라 그 의미도 달리된다. 력사적으로 조선족은 흔히 백의민족으로 불리우며 흰색을 조선족의 하나의 상징기호로 되기도 한다. 구미래는 《한국인의 상징세계》에서 흰색은 순결함, 깨끗함, 신성함을 상징하며 우리민족만큼 흰색을 숭상하고 생활화한 민족은 드물다고 하면서 그 뿌리를 태양숭배와 경천사상에 두고있다. 그러면서 흰색을 우리민족의 청렴결백한 선비형 인간상, 자연에 귀의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삶을 살아가려는 심성과 련관시켜 풀이한다. 반면 최현배는 《조선민족갱생의 길》에서 백의의 부정적의미를 경제적ㆍ심리적ㆍ물리적ㆍ문화사적으로 지적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백의민족이라 할 때 우리가 상상하는 백의의 의미는 무엇일가?
지금까지 조선족의 "경상"은 기록된 력사와 전통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오늘날 조선족의 현대적 "경상"은 일상생활을 통해 형성된다. 우리들의 일상을 통해 타자는 조선족을 알게 되고 조선족이라는 "경상"을 세우게 될것이다. 21세기에 진입하여 지구촌을 생존무대로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있는 조선족을 전근대에 창조한 문화기호로 묘사한다면 현실과 엄청나게 괴리된 민족표상으로 될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발을 깎아 신에 맞추는(削足适履)"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급변하는 오늘의 시대에 지구촌을 삶의 무대로 하고 조선족에 걸맞는 "경상"을 설계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는 쪽지게에 전근대적인 농경문화를 담아지고 오아시스와 같은 이 땅으로 이주해왔고 또한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고향을 떠나 지구촌 곳곳에 발자취를 남기면서 초국가적인 삶의 무대를 개척하였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외딴 섬에서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민족이 아니다. 조선족공동체의 미래를 위하여 "살아 움직이는" 구체적현상을 분석하고 "살아 움직이는"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변화하는 민족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고 옳바른 "경상"을 구축할수 있는 문화기호를 제시하고 의미를 부여하여야 할것이다.
인민넷 2017-4-10
이제 와서 무슨 "신선한 충격"운운 인가?작자의 지식구조는 지난세기 70 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