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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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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_ 효자손 릴레이
2022년 08월 02일 10시 04분  조회:237  추천:0  작성자: 리광학
수필

효자손 릴레이

리광학

별것이 아니였지만 너무나 후회가 되였다. 크게 자리를 차지하지않을 물건임에도 진작 트렁크에 넣었더라면 그대로 올 것을, 다 데면데면한 나의 그 습관이 초래한 것이다.
청도에 있는 딸집에 도착하여 일주일이란 시간을 넘기며 별것이 아니였지만 고것이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요긴하고 필요한 물건임은 절실히 느꼈다.
어제는 낯설은 곳에서 겨우 리발소를 찾아 머리를 손질하고 집에 돌아와 그 참에 시원히 샤워를 하였지만 잔등이 여전히 근질근질해 났다. 아직도 머리오리가 잔등에 붙어 있는 건가, 이럴 때 고것을 가지고 한바탕 긁어대면 시원하려만.
잔등의 피부가 민감해서 일가, 나에게는50대 부터 등 긁개를 사용하는 습관이 생겨나기 시작하여 이젠 그것이 고질적인 습관이 되여 버렸다.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등 긁개로 뒤 잔등을 아래우로 팍팍 긁으면 삽시에 잔등이 얼얼해 나고 이어 시원한 감각이 온 몸에 쫙 퍼지는 느낌이 온다. 그리고 인차 자리에 누으면 편안한 기분 상태로 빠져들어 가게 되며 잇달아 잠도 잘 오는 듯싶다. 그래서 등 긁개는 늘 애물단지처럼 베개머리 가까이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그런 애물단지를 청도에로 오며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 이런 불편함을 당하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다. 잔등이 가려울 때마다 딸이 살고 있는 집이라지만 필경은 내 집이 아닌지라 시도 때도 없이 곁 사람들의 손을 빌기에는 너무나 무리였다.
내가 불편을 격는 눈치를 챘는지 딸이 온라인을 통해 등 긁개를 사주겠단다. 온라인으로 등 긁개마저 구입한다고 하니 참, 요즘 사람 사는 세상이 빠르고 편하게 변해 가고 있구나 싶다. 이러다간 멀지않은 장래에 하늘의 별도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따올지 모르겠다. 아무튼 딸이 등 긁개를 사준다고 하니 불편한대로 참으며 며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전에 직장으로 출근하는 편리를 위해 도시에 집을 마련하고 온 집식구가 이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사를 하던 날 이사짐을 챙겨 차에 다 싣고 살펴보다 옥수수갱이와 싸리나무가지로 만든 등 긁개를 발견하고 새집으로 가는데 너무 지저분한 것 같아 여이치 않고 버려버렸다.
헌데 나의 그 어이없는 단순한 행동으로 새집들이를 하여 편하고 기뻐해야 할 어머니가 한동안 불편을 격게 될 줄이야! 곁에 자식들과 손주들이 있었건만 어머니의 불편함을 제때에 덜어 드릴 수 없었다.
며칠 후 내가 짬을 타 철길 옆에 있는 싸리나무가지들 중에서 매칠하고 곧은 가지를 골라 베여 오고 옛 집터를 찾아 옥수수갱이를 주어 등 긁개를 새로 만들어 드려서야 어머니의 고충을 덜어 드릴 수 있었다. 그 후 80년대 말 심양으로 가는 출장길에 해성서류시장에 들려 대나무로 만들어진 등 긁개를 사서 어머니에게 드렸다. 그 당시는 대나무로 만든 등 긁개가 비교적 고급스러웠다. 어머니는 대나무 등 긁개를 만지고 또 만지면서 얼마나 기뻐하셨던지 지금도 그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내가 지금 등 긁개가 필요한 어머니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때 어머니의 그 심정을 혜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자식이 되여 부모의 등을 시원히 긁어드린 기억이 별로 없다. 어릴 때는 어려서 커서는 자기의 일에 쫒기운다는 핑계로 부모님들한테 너무 등한시한 것 같다. 더구나 한지붕을 이고 함께 살았음에도 말이다. 그래도 보잘것없는 옥수수갱이 등 긁개라도 있어 엄마의 불편함을 덜어드렸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살다보면 꼭 필요 할 때는 자식보다 머리가에 있는 등 긁개가 났다는 말이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가, 언젠가부터 초라한 것 같은 등 긁개가 우리 말로 효자손이라고 좋은 호칭으로 상대접을 받게 되였다. 그런데 이쯤하면 등 긁개에 대해 너무 과분한 호칭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건만 사람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우리 부모의 세대들은 이미 저세상의 부름을 받고 떠나가고 우리가 그 인생의 계주봉을 이어 받아 부모가 되였다. 전에 비해 지금의 삶의 조건과 환경 그리고 삶의 수준과 질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등이 가려우면 긁으며 살아야 하는게 현실생활이다.
그렇다고 하여 애들에게 무작정 등을 들이 밀거나 효성을 바라서는 안되는 게 요즘 세상이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우리 세대가 부모한테 별로 효성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손아래 자식들에게 이런저런 일에 너무 바라거나 기대서야 되겠는가, 살아 보면 효도란 별거 아니다. 부모의 각도에서 보면 자식들이 사회의 본분을 잘 지키고 큰 다툼이 없이 가정을 잘 지키며 부모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드려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아도 이미 효도가 된 것이다. 가슴이 아픈데는 아무리 좋은 효자손이 있더라도 쓸모없다.
등이 가려우면 효자손이 옆에 있으면 된다. 등이 근질근질 가려울 때면 남의 눈치 볼게 없이 자기의 소원대로 잔등의 이곳저곳을 팍팍 긁어대면 된다. 살다보면 효자손을 가지고 내 절로 내 등을 팍팍 긁어댈 때가 인생에서 가장 마음 편하고 행복 할 때일 수도 있다. 간혹 살다가 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몸이 돼 버리면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못해 효자손이 옆에 있어도 안타깝게 무용지물이 돼 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는가.
그래서 전인들은 행복이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의 작은 곳에서 찾아야 하고 래일보다 살고 있는 오늘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을가.
딸애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효자손이 하루반만에 반갑게 내 손에 쥐여 졌다. 이젠 시름 놓고 등이 가려울 때면 팍팍 뒤 잔등을 긁을 수 있게 되였다. 비록 작은 물건임에도 나에게는 꼭 요긴하고 필요한 물건이기에 항상 딸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써야 겠다.
인생의 로정에서 이제 효자손을 가지고 내 절로 내 등을 어느 때까지 팍팍 긁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의 계주봉은 나의 부모에서 나에게로 또 내 자식들에게로 이어 질것이다. 그 과정에 효자손의 릴레이도 계속해 이어지지 않을가.

2022년 <<송화강4기>>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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