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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연극감독 척군옥의 “비밀”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8월8일 15시08분    조회: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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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척군옥

 
    척군옥(戚君玉, 1983년생, 흑룡강성 수화시 태생)은  지난해 “샤넬의 비밀(夏奈尔的秘密)”이라는 작품을 갖고 혜성처럼 연극감독계렬에 입성하여 각광받은 유수의 조선족 연극감독이다. 2015년 10월 2일부터 8일까지 연극  “샤넬의 비밀”이 북경 고루서극장(鼓楼西剧场)에서 상연되였다. 작품은 한 녀성의 성장과 각성과정을 주선으로 옛 상해의 대표적인 부자집 아들과 평범한 녀성 사이의 정감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지난 6월의 어느 무더운 오후, 기자는 연극예술을 두고 척군옥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연극작품 “샤넬의 비밀”
 
    “사람마다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두움과 곤혹을 파헤치면서 살아가고 포기와 책임 가운데서 선택을 해야 한다. 운명의 십자로에 들어섰을 때 과연 우리는 가장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두운 장막을 꿰뚫고 녀주인공 샤넬이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예시하는 대사를 읊조리며 관중석을 가로질러 무대우로 등장한다. 암담한 무대배경,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복고적인 옷차림을 한 배우, 조용히 숨을 죽이고 감상하는 관중들, 이러한것들이 미묘한 분위기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시간은 어느덧 사람들을 옛 상해의 조계지시기(1937-1941년)로 빠져들게 한다.

    때는 옛 상해 조계지시기, 장소는 상해 프랑스 조계지에 위치한 샤넬의 복장점이다. 복장 디자이너가 되여 상해탄에서 명성을 떨친 샤넬이 자신의 복장점에서 신상발표회를 한창 준비중이였다. 그런데 흥국은행 행장의 딸인 대청아(黛青娥)가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왔다. 그녀의 또 다른 신분은 바로 샤넬의 애인이였던 남자주인공 륙백읍(陆柏邑)의 안해라는것이다. 그러나 륙백읍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는 탓에 대청아는 미망인이 되고 말았다. 대청아가 샤넬을 찾아 따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샤넬의 신분, 성장과정, 인간관계 등 비밀이 일일이 풀어져 나아가면서 연극은 계속되였다.

    극중에서 샤넬은 출신이 비천한 녀성이였지만 시종 세속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고 특유의 녀성적인 강인함을 소지한 인물이였다. 그녀는 부자집에서 말을 기르는 시녀로 있으면서도 대도시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자신의 손재주를 살려 디자이너의 꿈을 꾸었다. 사랑문제에서도 샤넬은 과감히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녀성이였다. 그녀는 귀공자 애제안의 가식적인 추구에 놀아나지 않았고 륙백읍의 배신을 두고도 자신의 판단으로 대처할 줄 알았다. 한 마디로 샤넬은 운명에 복종하지 않는 강인한 신식녀성이였다.

    극작품 “샤넬의 비밀”은 잘 짜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생동한 연기력으로 관중들을 정복시켰으며 이 작품으로 척군옥 감독은 청년극작가로 각광받게 되였다.





   연극감독의 길을 걷다
 
    어릴적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또한 기타를 잘 다루는 부친의 영향으로 척군옥 감독은 음악과 무용을 접하게 되였다.
“제가 외동으로 자라다보니 집안의 온갖 사랑을 한 몸에 지녔어요. 아버지는 저에게 피아노와 무용을 가르쳤고 어머니는 중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제가 문학적인 소질을 키워가도록 도와주셨지요.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외조부, 외조모는 나에게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면서 뿌리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유족한 가정은 명인을 탄생시키는 필수조건은 아니였지만 아주 유리한 조건이였다. 척군옥 감독의 부모님은 일찍 1990년대 초반에 사업에 성공하여 상당한 재부를 쌓았으며 자식의 미래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했다.

    16살이 되던 해에 척군옥 감독은 홀로 상경하여 북경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과 어울렸고 그녀는 어린 마음에 자립의 의미를 터득하게 되였다. 그러던 중에 그녀는 자신만의 꿈을 갖고 무엇인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것을 깊이 느꼈다. 척군옥 감독이 처음으로 가지게 된 꿈이 바로 작가가 되는것이였다.

    작가가 되기 위해 척군옥 감독은 스스로 배움의 길을 찾아 나섰다. 그녀는 평소에 세계명작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고 직접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단막극의 조연배우로 출연했다가 중앙희극학원(中央戏剧学院)의 조숙보(赵淑宝) 교수의 주목을 받게 됐으며 그로부터 전문지도를 본격적으로 받았다. 그후 중앙희극학원에 입학하여 연극감독을 전공하게 되였고 2011년에는 석사학위까지 따냈다.
    “중앙희극학원을 다니면서 연극에 관한 공부를 계통적으로 했습니다. 연극은 동일시간에 동일한 공간에서 여러 인물들에 의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관중들에게 집중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 볼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경을 꾸며내고 인물들의 은폐된 성격을 표현해내는것이 관건입니다.”
    연극과 관련해 척군옥 감독은 전문가의 시각에서 거침없이 설명을 더해준다. 사람들이 평소에 고급적인 예술로만 인식하고 거리를 두었던 연극이 실은 수없이 많은 인간성을 부각해내여 공명을 일으킬수 있다. 자신이 표현하려는 인간성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것이 연극의 매력이였다. 이러한 매력에 심취된 척군옥 감독은 처녀작인 “샤넬의 비밀”을 써냈고 무대에 옮겨놓음으로서 직업 연극감독의 길을 걷게 되였다.
    샤넬의 형상을 두고 척군옥 감독은 어느 한 인물을 부각하는것보다도 녀성들의 보편적인 일면을 반영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샤넬의 이야기는 너와 나의 이야기가 될수 있고 모든 녀성의 이야기도 될수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이처럼 천하의 각성한 녀성들을 대표할수 있는 신식 녀성입니다.”
    샤넬처럼 대중들이 공명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인물형상을 부각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척군옥 감독은 “샤넬의 비밀”을 창작함에 있어서 3년이라는 시간을 들였고 각본을 수없이 수정하였다. 또한 쉐익스피어, 체호브 등과 같은 세계대가들의 극작품을 모두 섭렵하면서 그들이 부각한 전형인물들을 연구했으며 창작리론뿐만 아니라 심리학, 철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했다.
    “경전이 될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것이 바로 척군옥 감독의 희망이자 포부였다.




    민족문화에 관심을 돌리다
 
    척군옥 감독의 남편은 오래전부터 가요계에서 명성을 떨친 이족(彝族) 가수그룹 이인제조(彝人制造)의 곡비합포(曲比哈布)이다. 예술에 대한 공동한 애호와 비슷한 추구는 그들로 하여금 부부의 연을 맺게 하였다. 그녀가 연극감독의 길을 걷게 된것도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와 갈라놓을수 없었다.

    “남편은 저의 튼튼한 뒤심이 되여 주었어요. 남편은 음악에 전념하였고 저는 연극작품을 창작하는데 주로 신경을 썼습니다.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예술령역이지만 실은 교감할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생활상 그들은 서로 의지하는 동반자였고 창작방면에서는 서로에게 의견을 제기할수 있는 친밀한 벗이였다. 이번  “샤넬의 비밀”을 공연함에 있어서 그녀의 남편이 음악감독을 맡아주었다.

    또한 두 사람은 모두 소수민족이다보니 민족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돌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가요계에서 민족풍의 음악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서부터 1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곡비합포는 시종 음악으로 이족의 정신문화를 반영해내는데 주력하였다. 그리고 척군옥 감독은 몸에 배인 조선족 녀성의 유순함으로 집안의 내조역할을 잘 해왔을 뿐만 아니라 녀성도 자기만의 사업에 몰두해야함을 몸소 실천해왔다. 

     “고향에 대한 어릴적 인상은 가물가물하지만 부모님들이 김장을 담그고 우리말을 가르쳤던 기억만은 새록새록 합니다.” 조선족 관련 제재로 극작품을 내놓을수 있지 않을가? 어느날 그는 이런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는것이다. 그 꿈이 둥글어지면서 점차 마음속 비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것이다. 현재 그는 조선어를 아주 잘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자주 사용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그녀 필하의 샤넬은 꿈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자신의 모습과도 닮았다. 샤넬은 대중들이 공감하는 강인한 녀성이자 척군옥 감독 자신이기도 했다. 더욱더 많은 우수작품을 내놓기를 그녀에 기대해 보아도 좋다.▣

글/김향덕
<중국민족>잡지 2016년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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