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경제 좀먹는 노인" 총살…"이젠 현실같다"는 섬뜩한 이 영화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10월11일 23시00분    조회:123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영화 '플랜75'는 국가가 75세 이상 노인에게 죽음을 권하는 '플랜75' 정책이 도입된, 머지 않은 미래의 일본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고령층이 일본 경제를 좀먹고, 젊은 세대에게 커다란 부담감을 지우고 있다. 노인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 젊은 남성이 이같은 주장을 남긴 뒤 노인들을 총기로 살해한다. 유사한 노인 혐오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에게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한다. 이른바 ‘플랜75’ 정책으로, 국민이 죽음을 신청하면 정부가 존엄사 절차를 시행해준다. 이 제도를 택하는 노인에게는 ‘위로금’ 명목으로 10만엔(약 98만원)도 지급한다. 공무원들은 공원을 돌며 정책을 홍보하고, TV 공익 광고에선 “언제 죽을지 결정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는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분간이 어려운 위 풍경은 다행히 영화 속 이야기다. 지난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플랜75’(Plan75)는 이같은 섬뜩한 상상을 담아내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과 한국 모두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령화 문제를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하야카와 치에(46) 감독은 “약자에 대해 관용이 점차 사라져가는 일본 사회에 대한 분노감 때문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일본 영화 ‘플랜75‘의 하야카와 치에 감독이 10일 부산 영화의 전당 씨네마운틴에서 본지와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일본 영화 ‘플랜75‘의 하야카와 치에 감독이 10일 부산 영화의 전당 씨네마운틴에서 본지와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약자에 관용 잃어가는 사회에 분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돼 방한 중인 하야카와 감독을 지난 10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플랜75’의 초기 단편 버전이 담긴 옴니버스 영화 ‘10년’(2018)으로 BIFF를 두 차례 방문한 적 있다는 하야카와 감독은 “드디어 제 장편을 가지고 부산에 오게 돼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신인상 격인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을 받기도 한 그는 13일부터 열리는 시카고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는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하야카와 감독은 약자에 대한 관용을 잃어가는 일본 사회를 직접 체감했던 계기로 2016년 가나가와현에서 벌어진 장애인 살해 사건을 꼽았다. 당시 중증 장애인 19명을 무참히 살해했던 범인은 “장애인은 해악만 끼친다”, “일본이 장애인을 안락사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등의 주장을 늘어놔 충격을 줬다.

영화 '플랜75' 속 노인들은

영화 '플랜75' 속 노인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거나,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삶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민망하다"며 자신들에게 죽음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에 순응한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하야카와 감독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느낀 게 영화를 만드는 동기가 됐다”며 “가까운 미래에 실제 ‘플랜75’와 같은 제도가 생겨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4년 전, 이 영화의 단편 버전을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설마 일어나겠어’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은 뒤에는 ‘진짜 현실 같다’는 반응이 많아졌어요. ‘플랜75’ 같은 제도가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국가에 순종적인 日 사회, 이대론 안된다는 위기감”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다룬 영화가 더욱 오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 속 이야기가 언제든 실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현실감 때문이다. 특히 “죽음을 택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되레 제도에 순순히 따르는 영화 속 노인들의 모습은 평소 국가 정책에 순응적인 일본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하야카와 감독은 “일본인은 ‘국가가 정한 것은 바꿀 수 없다’는 국민성을 갖고 있다”며 “전쟁을 했던 일본의 역사를 통해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져온 것 같지만,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영화 속 인물이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는, 흔치 않은 연출을 영화에서 두 차례 활용한 감독은 “한 번은 이 위기가 닥쳐오는 걸 직감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고, 또 한 번은 관객들을 향해 ‘당신들도 이 시스템에 가담하고 있는 방관자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플랜75' 스틸컷. 호텔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78세 가쿠타니 할머니는 일을 그만두게 된 뒤 구직에 번번이 실패하고, 친한 동료마저 고독사 하자 ‘플랜75’ 신청을 마음먹는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플랜75' 스틸컷. 호텔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78세 가쿠타니 할머니는 일을 그만두게 된 뒤 구직에 번번이 실패하고, 친한 동료마저 고독사 하자 ‘플랜75’ 신청을 마음먹는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플랜75' 스틸컷.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플랜75' 스틸컷.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하르키우 오스킬강 양안 통제"…루한스크주 전진 돌파구 될 듯 젤렌스키 "마리우폴, 멜리토폴, 헤르손 등 탈환 준비 중" 우크라 하르키우주 교전지역서 치솟는 포연 (쿠피안스크 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의 쿠피안스크 상공으로 포연이 치솟고 있다. 2022.09.19&n...
  • 2022-09-19
  • '세기의 장례식'에 수백만명 운집해 애도…정상급 외빈 500명 참석 전국민 2분간 묵념, 장례행렬 런던 시내 행진 후 윈저성 남편 곁 안장 (런던·베를린=연합뉴스) 최윤정 이율 특파원 = 영국의 가장 오랜 군주였던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 2022-09-19
  • 카르텔 연관 범죄로 추정…내달 '한국 주빈' 축제 치안 "문제 없다" 멕시코 과나후아토 순찰하는 군인(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습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과나후아토주에서 무장 괴한의 연쇄 총격에 미성년자를 포함한 10명이 숨졌다. 18일(...
  • 2022-09-19
  •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불참할 듯"…조선·이란 등은 대사만 초청 엘리자베스 2세의 관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19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할 세계 각국의 수장과 왕족 등 귀빈들의 면면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영국과 외교 관계가 틀어진 러시아와 벨...
  • 2022-09-19
  • 윤석열 대통령 등 각국 정상·왕족 500명 등 2천명 참석 70여년 해로하다 지난해 먼저 세상 떠난 남편 필립공 곁에 영면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지난 70년간 영국 군주로 재임했던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 2022-09-19
  • 기존엔 5년 중임제…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 계기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외교부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카자흐스탄이 대통령제를 '7년 단임제'로 바꿔 연임을 법으로 금지키로 했지만 현 대통령부터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
  • 2022-09-18
  • 인도 이어 튀르키예 정상회담서 거듭 책임전가…"군사작전 변화없다" "튀르키예, 러시아산 가스 25% 조만간 루블화 결제"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마르칸트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 2022-09-17
  • 피그마 공동창업자 딜런 필드, 28조원에 피그마 매각해 '돈방석' 상장 저울질하다 매각 결정…"스타트업으론 역대 최대 거래 중 하나" 피그마 공동 창업자 딜런 필드(오른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Adobe)가 경쟁업체 피그...
  • 2022-09-17
  • 템스강변 따라 8㎞ 장사진에 7시간 신규 줄 차단 해리 왕자 왕실 나간 뒤 첫 군복착용 허용…경찰 사상 초유 경비 작전 영국 여왕 참배 마치고 나온 데이비드 베컴 (런던 AFP=연합뉴스)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16일(현지시간)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참...
  • 2022-09-17
  • 영국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9월 8일(현지시간) 96세로 서거했다. 최장수 군주이자 현대사의 산증인인 그의 서거에 세계 각국에선 애도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홀리루드 궁전을 떠나 성 자일스 대성당으로...
  • 2022-09-16
‹처음  이전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