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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개발 중인 인간형 로봇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 'AI 데이 2022' 가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서 열린다. 올해 AI 데이의 최대 관심사는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다. 사진 테슬라
양치기 소년일까. 선구자일까-.
전기차 세계 1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정의하는 말은 여러 가지다. ‘몽상가’ ‘양치기 소년’으로 불렸던 그는 2018년 전기차 ‘모델3’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뒤 ‘선구자’ ‘천재’로 불리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구설수와 말 뒤집기로 논란을 빚기도 한다.
그런 그가 또다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humanoid)’를 두고서다.
사람 닮은 휴머노이드 가능한가
테슬라는 오는 30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데이’를 앞두고 있다. 매년 이름이 조금씩 바뀌지만, 테슬라의 최신 연구개발(R&D) 결과와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다. 지난해부터는 ‘AI 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공언했던 휴머노이드 ‘테슬라 봇(TeslaBot)’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행사가 특히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인간형 로봇은 많이 등장했지만 실제 사람 같은 외모와 움직임이 가능한 로봇은 구현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일본 혼다가 ‘아시모’를 개발했지만 현재는 연구가 중단된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해 관심을 모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아틀라스’라는 이름의 인간형 로봇을 내놨다.
중국 샤오미가 지난달 공개한 휴머노이드 '사이버 원'. 인간의 외형에 가깝지만, 아직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사람처럼 주변 환경을 인지해 판단하고 움직이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사진 샤오미
하지만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걷거나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기술로 사람처럼 골격과 근육, 신경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불가능해서다. 지난달 중국 샤오미가 선보인 ‘사이버원’은 지금까지 나온 휴머노이드 중엔 가장 사람을 닮았으나 다리의 형태는 아틀라스와 유사하다. 사람처럼 쭉 뻗은 다리가 아니라 짐승의 뒷다리처럼 굽은 형태다. 걷고 움직이는 형태는 아틀라스보다 둔해 보인다.
테슬라 봇은 범용(general-purpose) 휴머노이드다. 위험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사람을 대신해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드명은 ‘옵티머스(Optimus)’. 영화로도 만들어진 만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착한 외계인 로봇 오토봇 군단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에서 따왔다. 인체에 가까운 외모를 지녔고, 신체 사이즈와 능력도 공개돼 있다.
지난해 AI 데이에서 공개한 '테슬라 봇'(코드명 옵티머스)의 스펙. 사람처럼 날씬한 체형을 가졌다. 테슬라 AI 데이 라이브 캡처
키는 5피트 8인치(약 173㎝), 몸무게는 125파운드(약 57㎏)이며 최대 150파운드(약 68㎏)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사람의 걷기보단 빠르고, 달리기보단 느린 시속 5마일(약 8㎞)이다. 45파운드(약 20㎏)의 짐을 나를 수 있고, 한쪽 팔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는 10파운드(약 4.5㎏)가량 된다.
회의적인 반응들, 핵심은 인공지능
AI 데이를 앞두고 세계 언론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인간형 로봇은 아직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17년 모델3를 완전 무인 자동화 공장에서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던 머스크는 결국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공장에 설치된 수많은 로봇을 뜯어내고 공장 옆에 천막을 치고 사람이 차를 조립했다. 이후 일반 완성차 수준의 생산 공정을 만들긴 했지만, 업계에선 “머스크가 수제(HandMade) 자동차를 만든다”고 비꼬았다.
이번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지난 20일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공장과 가정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범용 인간형 로봇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낸시 쿡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머스크의 로봇이 걸어 다니거나 춤추는 정도라면 이미 나왔던 것이며 인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사전에 입력된 행동을 단순히 구현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휴머노이드’가 아니란 의미다.
일론 머스크는 몽상가일까, 천재일까. 2018년 모델3 출시 이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면서 그가 말한 것들은 현실이 되고 있다. 2020년 9월 독일 기가베를린 건설 현장에서 미디어와 대화 중인 일론 머스크. AFP=연합뉴스
이번 AI 데이에서 테슬라가 선보일 테슬라 봇 프로토타입이 지금까지 나온 휴머노이드를 크게 넘어서긴 힘들 전망이다. ‘미끈한 몸매에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테슬라 전문가들은 겉으로 보이는 외형을 넘어, 어떻게 인지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는지 과정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등장한 로봇들은 미리 입력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에 그쳤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이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가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정작 이를 수행하는 두뇌는 갖추지 못했다. 액추에이터(모터)와 매니퓰레이터(구동부)의 움직임도 인간보다 둔하지만, 이를 제어하는 ‘머리’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실제로 '머리'가 없거나 작다. 사진 보스턴다이내믹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에 사용하는 비전센싱(카메라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기능)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신경망 슈퍼컴퓨터에 연결해 끊임없이 학습한다. 이미 지난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AI 프로세서 ‘D1칩’을 공개했다. 이 프로세서 3000개가 들어가는 슈퍼컴퓨터 ‘도조’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최적의 움직임을 판단한다.
AI에 자동차를 연결하는 게 자율주행의 핵심이라면, 로봇에 연결한 것이 범용 휴머노이드다. 외관이 어떻든,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든 인지→판단→제어의 과정이 얼마나 인간에 근접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게 테슬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AI 데이에서 테슬라가 공개한 '도조' 수퍼컴퓨터용 AI 프로세서 D1. 로봇과 자율주행에 최적화해 전력 소모, 하드웨어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 AI 데이 라이브 캡처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의 로봇이 두뇌는 없고 몸만 있는 것이었다면 테슬라 봇은 두뇌를 가졌다는 점이 가장 차별화한 부분”이라며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휴머노이드를 상상하겠지만 테슬라가 AI 데이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로봇 시스템을 구현한다면 혁신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일론 머스크는 24시간 365일 사람 대신 일할 수 있는 로봇을 꿈꾸는 것이며, 자동차의 제작 공정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어셈블리(조립) 공정에 로봇을 투입할 수 있다면 UPH(시간당 완성차 생산 대수)를 지금의 4~5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될까, 아니면 현실이 될까. 2017년 사막 위 천막에서 손으로 만들던 테슬라 전기차를 몇 년 뒤 무인 공장에서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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