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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잊은 필리핀, 독재자 아들 선택…혁명 시대 끝났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7월1일 06시41분    조회: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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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젊은 유권자들 독재 시대 몰라…교육·SNS 영향도"

'필리핀 새 정부' 출범…취임 선서하는 마르코스 대통령
(마닐라 AFP=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30일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2.06.30 ddy0400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필리핀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두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필리핀 국민들이 과거를 망각한 결과라며, 1986년 시민혁명이 그린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또 다른 마르코스를 선택함으로써, 필리핀 국민들은 역사를 잊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봉봉'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30일 취임했다.

부친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악명높은 독재자였다. 참다못한 시민들이 1986년 일으킨 '피플 파워' 민주화 운동으로 정권은 무너졌고, 지금의 제5공화국이 들어섰다.

그의 일가가 집권 당시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달러(약 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치의 여왕'으로 불린 부인 이멜다는 8년간 매일 다른 구두로 갈아신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마르코스 신임 대통령 승리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짚었다.

우선 유권자 대부분이 반체제인사들을 대거 체포하고 잔인하게 고문한 것으로 악명높았던 마르코스의 시대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점이다.

필리핀 정규 교육 과정에서 독재 시대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소속 정당이 전개한 온라인 캠페인이 효과가 있었다. 소셜미디어에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대를 '번영과 안정'의 시대로 그린 캠페인이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쫓겨난 영부인'에서 '대통령 엄마'로 돌아온 이멜다
(마닐라 AP=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어머니인 이멜다 마르코스(가운데)가 30일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남편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독재 정권 당시 '사치의 여왕'으로 불리던 이멜다는 아들의 대통령 당선으로 말라카냥궁에 복귀하게 됐다. 2022.06.30 ddy04002@yna.co.kr


이러한 망각이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다.

필리핀 국민들 머릿속엔 이미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대가 잊히고 있었다.

혁명 3개월 후인 1986년 5월 한 여론조사에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대해 '애국적인 대통령의 의무를 충실히 지켰다'고 평가한 응답자의 비율은 41%였다.

1995년 10월에는 이 비율이 57%로 늘었다. 그가 하야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잔혹하고 억압적인 대통령'이라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자는 1986년 44%에서 1995년 38%로 떨어졌다. 이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44%에서 60%로 증가했다.

조사기관은 "우리 중 다수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오래전 죽은 사람에게 원한을 품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필리핀 정가에서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등장이 '제5공화국의 종말'과 함께 '제6공화국의 등장'을 의미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범죄인에 대한 무자비한 사형집행을 촉구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당선으로 제5공화국의 가치는 일찌감치 무너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어느 쪽이든 1986년 필리핀 이상주의 혁명으로 규정된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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