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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에너지 펀치'에 유럽 "2차대전 후 최대위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22일 08시58분    조회: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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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주민 "식용유 가격 올라 튀김요리도 잘 안 해먹어"
독 부총리 "에너지 절약해달라" 대국민 호소


독일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시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기름을 가득 채웠더니 100유로(약 13만5천원)가 넘어서 차로 출퇴근을 포기했습니다."

재택근무가 끝나 지난달 출퇴근하기 시작한 베를린의 회사원 I씨(49)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휘발윳값 탓에 지난 10여년간 탔던 승용차를 집에 세워둬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대신 월 9유로(약 1만2천원)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을 사 3차례 환승을 해가며 통근한다. 독일 정부는 물가가 급등하자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래 63유로(약 8만5천원)였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을 6월 1일부터 석 달간 파격 인하했다.

이 때문에 독일 근거리 열차 승객은 최근 폭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 시민의 생활에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후퇴 속 물가상승)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독일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기준 L당 2유로(약 2천700원)를 넘어서면서 1년 전보다 40% 넘게 뛰었다.

천연가스 가격은 55.2%, 난방유 가격은 94.8% 각각 폭등했다.

독일 가스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에너지 가격 급등과 전쟁은 장바구니 물가로 직결됐다. 식용유가 38.7%, 육류·육가공품은 16.5%, 계란·유제품은 13.1%, 빵·곡물가공품은 10.8% 뛰었다.

베를린에 사는 주부 K씨(43)는 "과일이고 빵이고, 버터고 가격이 안 오른 게 없다"면서 "식용유는 동났거나 너무 비싸서 기름을 쓰는 튀김 요리를 되도록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의 밸브를 점점 조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6일부터 부품 핑계를 대며 발트해를 관통해 독일로 가스를 가장 많이 운반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량을 이틀 만에 평상시보다 60% 가까이 줄였다.

노르트스트림1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에 가스의 3분의 1을 의존했던 독일은 '강펀치'에 맞아 가스 배급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겸 경제장관은 16일 "에너지를 절약할 때다. 지금 상황에선 1㎾h라도 아끼는 게 도움이 된다"고 호소했다.

전시를 방불케 하는 위기 상황이 닥친 것이다.

현재 독일 내 가스 저장고는 56%가 차 있지만, 이는 겨울을 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독일 정부는 판단한다.

독일 연방정부는 현재 20도인 실내 법정 최저온도를 1819도로 내리는 방안을 비롯해 전력 부문과 전 산업에서 가스 소비를 줄이고, 가스 저장량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심지어 점점 폐기하기로 했던 석탄 발전에까지 손을 다시 대고 있다.

텅텅 빈 독일 슈퍼마켓의 식용유 코너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베를린 한 슈퍼마켓의 식용유 코너가 텅텅 비었다. 2022.6.22


독일 경제전문가들은 만약 러시아가 갑작스럽게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 독일 경제가 경기후퇴에 빠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본다.

톰 크렙스 만하임대 교수는 "러시아에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독일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최악엔 경제성장률이 -8%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면서 독일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5%로 하향 조정한 반면, 물가 전망치는 5.8%에서 7.4%로 높여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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