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키이우를 가다] 7. "지옥 너머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르핀의 상처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15일 12시00분    조회:60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러시아군 진격 막으려 주민 피란 전에 폭파해 다리 아래 주민 묶여

러시아 침공 참사 알리는 추모 공간으로 보존

피난길 희생자 추모하는 십자가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피난길에 올라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다.
이르핀은 키이우랑 근접해 러시아군 침공 당시 수도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군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이 다리를 통해 피난에 나선 주민들이 어렵게 간이 다리를 이용해 대피했다. 2022.6.12 hkmpooh@yna.co.kr

'러시아의 침공'을 관념적인 안보 상황으로 인식했던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 국민 개개인이 처한 삶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됐다.

무너진 다리의 상판 아래 교각 사이 공간에 빽빽이 서 있는 이들은 키이우 북서쪽 소도시 이르핀의 주민이다.

토요일이었던 3월5일 새벽 러시아군의 급습을 받은 이르핀 주민들은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못하고 키이우를 향해 허겁지겁 피란길에 올랐다.

키이우까지 거리는 20㎞. 주민들은 걸어서 가지 못할 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피란길을 떠났을 테다. 키이우까지 가는 기차도 있었지만 주민 모두 태우기엔 턱없이 모자랐던 데다 러시아군은 주요 보급선인 철로를 집중 공격해 피란 수단으로는 매우 위험했다.

키이우에 가려면 폭 15m 정도의 이르핀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다리를 폭파한 뒤였다.

파괴된 이르핀 다리 밑에서 피신한 주민들(3.5)
파괴된 이르핀 다리 밑에서 피신한 주민들(3.5)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뒤에선 기세를 올린 러시아군이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건너야 할 다리는 앞에서 끊어졌으며 머리 위로는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몰라 오도가도 못하게 된 피란민이 다리 아래에 모인 장면을 카메라가 포착했다.

사람이 너무 밀집해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포격 소리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몰린 위태로움을 대변했다. 이렇게 이르핀 다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징적인 현장이 됐다.

석 달 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았을 때도 다리는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피란민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널빤지 몇 장을 이어 만든 임시 다리도 여전했다.

혼자 건너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면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이 불안한 널빤지를 딛으며 아이와 늙은 부모의 손을 잡은 수많은 피란민이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향했을 것이다.

널빤지 다리 옆에 얼기설기 엮어 세웠던 손잡이는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었고, 강바닥에는 한쪽 문짝이 날아간 자동차가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이르핀의 피난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
이르핀의 피난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다리가 완전히 파괴된 채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널빤지 다리를 따라 양옆으로 줄지은 나무 십자가는 희생자를 기리는 흰색 리본을 두른 채 주인을 잃어버린 신발과 모자, 장갑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었다.

늦겨울 삭풍 속에 급작스레 떠난 피란길에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부모가 챙겨왔을 장난감 자동차와 구피 인형도 버려져 있었다.

흙먼지에 뒤덮인 채 버려진 유모차는 포성 속에 갓난아이를 태우고 내달렸을 부모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르핀의 다리에 만들어진 희생자 추모 십자가
이르핀의 다리에 만들어진 희생자 추모 십자가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피난길에 올라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다리가 끊어진 지 석 달이 지난 지금은 이르핀 강 위에 차가 다닐 수 있는 차로는 복구지만 보행자는 여전히 나무로 만든 간이 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피란민의 피와 눈물이 얽히고설킨 이 다리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대신 옆에 새로운 다리를 놓기로 했다고 현장 공사 관계자가 말했다.

임시 다리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르핀의 다리를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인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선포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위험한 피난의 상징이 된 이르핀의 다리 건너는 공사 관계자들
위험한 피난의 상징이 된 이르핀의 다리 건너는 공사 관계자들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를 새로운 다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다리 곳곳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의 잔혹함을 알리는 그림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기원하는 다양한 언어로 적은 글들이 걸려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기 아래 러시아군 군복과 군모가 못 박혀 있는 한 캔버스 상단에는 "메시지를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해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곳의 고통은 푸틴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지옥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 암흑기에서 단결한 우크라이나인이 파도처럼 일어나 위대한 땅을 지켜내기를"

이르핀의 다리에 남은 그날의 급박함
이르핀의 다리에 남은 그날의 급박함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당시 주민들이 버리고 간 유모차가 전시돼 있다. 2022.6.12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바이든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다" 견제…우크라 "눈으로 봐야" 러시아 병력 복귀 발표로 '외교의 창'은 넓어져 훈련 마치고 주둔지 복귀 위해 열차에 실리는 러시아군 탱크 (러시아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남부 역에서 훈련을 마친 탱크가 주둔지로 복귀하기 위해...
  • 2022-02-16
  • 우크라이나 둘러싼 위기 근본 원인…러시아 극렬히 반대 가입금지 법적보장 어려워…우크라 가입은 시간 걸릴 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로고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가 뜻대로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
  • 2022-01-11
  • 카자흐스탄 전국 곳곳에서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현지 시간 5일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새해 들어 인상된 가스 가격의 인하와 복지 개선 등을 요구하며 대통령 관저에 난입해 건물을 점령하는 등 과격 시위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
  • 2022-01-06
  •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어린이 확진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소아과학회(AAP)는 현지시간 지난 2일 기준 최근 한주간 어린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22%가 넘는 것으로 집계돼 신규 확진자 5명 중 1명 이상이 어린이인 것으로 밝혔습니다. 이 기간...
  • 2021-12-07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1일 오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발한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한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변이’ 첫 감...
  • 2021-12-01
  • 지난 2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그린패스 반대' 집회./EPA 연합뉴스 델타변이에 이어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백신 거부자들이 코로나 감염 파티를 열어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인디펜던트, 미러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현지...
  • 2021-11-27
  •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1일 스톡홀름에서 2021년 노벨경제학상으로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 죠슈아 앵그리스트, 귀도 임벤스를 선정하여 그들이 로동경제학 및 실증방법연구에서 한 두드러진 기여를 표창한다고 선포했다. 카드는 1956년에 카나다 궬프에서 태여났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분교에서 임직하...
  • 2021-10-13
  • 지난 29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이 도쿄 자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선거에서 자민당 제27대 총재로 선출된 기시다는 다음 달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이어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다. /AFP 연합뉴스 오는 4일 일본의...
  • 2021-09-3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