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키이우를 가다] 7. "지옥 너머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르핀의 상처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15일 12시00분    조회:59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러시아군 진격 막으려 주민 피란 전에 폭파해 다리 아래 주민 묶여

러시아 침공 참사 알리는 추모 공간으로 보존

피난길 희생자 추모하는 십자가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피난길에 올라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다.
이르핀은 키이우랑 근접해 러시아군 침공 당시 수도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군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이 다리를 통해 피난에 나선 주민들이 어렵게 간이 다리를 이용해 대피했다. 2022.6.12 hkmpooh@yna.co.kr

'러시아의 침공'을 관념적인 안보 상황으로 인식했던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 국민 개개인이 처한 삶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됐다.

무너진 다리의 상판 아래 교각 사이 공간에 빽빽이 서 있는 이들은 키이우 북서쪽 소도시 이르핀의 주민이다.

토요일이었던 3월5일 새벽 러시아군의 급습을 받은 이르핀 주민들은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못하고 키이우를 향해 허겁지겁 피란길에 올랐다.

키이우까지 거리는 20㎞. 주민들은 걸어서 가지 못할 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피란길을 떠났을 테다. 키이우까지 가는 기차도 있었지만 주민 모두 태우기엔 턱없이 모자랐던 데다 러시아군은 주요 보급선인 철로를 집중 공격해 피란 수단으로는 매우 위험했다.

키이우에 가려면 폭 15m 정도의 이르핀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다리를 폭파한 뒤였다.

파괴된 이르핀 다리 밑에서 피신한 주민들(3.5)
파괴된 이르핀 다리 밑에서 피신한 주민들(3.5)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뒤에선 기세를 올린 러시아군이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건너야 할 다리는 앞에서 끊어졌으며 머리 위로는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몰라 오도가도 못하게 된 피란민이 다리 아래에 모인 장면을 카메라가 포착했다.

사람이 너무 밀집해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포격 소리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몰린 위태로움을 대변했다. 이렇게 이르핀 다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징적인 현장이 됐다.

석 달 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았을 때도 다리는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피란민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널빤지 몇 장을 이어 만든 임시 다리도 여전했다.

혼자 건너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면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이 불안한 널빤지를 딛으며 아이와 늙은 부모의 손을 잡은 수많은 피란민이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향했을 것이다.

널빤지 다리 옆에 얼기설기 엮어 세웠던 손잡이는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었고, 강바닥에는 한쪽 문짝이 날아간 자동차가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이르핀의 피난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
이르핀의 피난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다리가 완전히 파괴된 채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널빤지 다리를 따라 양옆으로 줄지은 나무 십자가는 희생자를 기리는 흰색 리본을 두른 채 주인을 잃어버린 신발과 모자, 장갑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었다.

늦겨울 삭풍 속에 급작스레 떠난 피란길에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부모가 챙겨왔을 장난감 자동차와 구피 인형도 버려져 있었다.

흙먼지에 뒤덮인 채 버려진 유모차는 포성 속에 갓난아이를 태우고 내달렸을 부모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르핀의 다리에 만들어진 희생자 추모 십자가
이르핀의 다리에 만들어진 희생자 추모 십자가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피난길에 올라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다리가 끊어진 지 석 달이 지난 지금은 이르핀 강 위에 차가 다닐 수 있는 차로는 복구지만 보행자는 여전히 나무로 만든 간이 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피란민의 피와 눈물이 얽히고설킨 이 다리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대신 옆에 새로운 다리를 놓기로 했다고 현장 공사 관계자가 말했다.

임시 다리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르핀의 다리를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인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선포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위험한 피난의 상징이 된 이르핀의 다리 건너는 공사 관계자들
위험한 피난의 상징이 된 이르핀의 다리 건너는 공사 관계자들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를 새로운 다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다리 곳곳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의 잔혹함을 알리는 그림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기원하는 다양한 언어로 적은 글들이 걸려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기 아래 러시아군 군복과 군모가 못 박혀 있는 한 캔버스 상단에는 "메시지를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해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곳의 고통은 푸틴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지옥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 암흑기에서 단결한 우크라이나인이 파도처럼 일어나 위대한 땅을 지켜내기를"

이르핀의 다리에 남은 그날의 급박함
이르핀의 다리에 남은 그날의 급박함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당시 주민들이 버리고 간 유모차가 전시돼 있다. 2022.6.12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하르키우 주변 마을 잇따라 탈환…러 돈바스 공격 보급선 약화 시도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하르키우 인근 아파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주변 지역과 헤르손 등 남부 지역에서 연이어 러...
  • 2022-05-06
  • 우크라 "제철소에 민간인 수백명"…젤렌스키, 유엔에 대피 지원 호소 러시아는 공세 재개 부인…"5∼7일 인도주의 통로 개설 위해 휴전" 연기 치솟는 우크라군 항전 거점 아조우스탈 (마리우폴 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
  • 2022-05-06
  • 우크라 "개전 후 러시아 장성 12명 사살"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 살피는 우크라 주민들 (부조바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부조바에서 마을 주민들이 파괴된 채 거리에 방치된 러시아군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2022.4.11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 2022-05-06
  •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12.1 미국 재확산 주도 남아공은 BA.4, BA.5 변이…면역 회피 가능성 "기존 면역 회피하는 변이 유입되면 재감염 증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썝蹂몃낫湲 븘씠肄 [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면역을 회피하거나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이 국내외에서 확인되고 ...
  • 2022-05-05
  • 美대법 ‘낙태권 폐지’ 초안 유출에 바이든 “여성 선택권, 근본적 권리” 공화당은 “태아의 생명도 존중해야”… 보수-진보 진영 이념대립 격화 크게보기 1973년부터 49년간 유지됐던 여성의 낙태권 보장 판결을 뒤집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문 초안이 사전 유출된 뒤 미국의 정치...
  • 2022-05-05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도쿄=연합뉴스) 현윤경 박성진 기자 = 러시아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인 63명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상대로 한 '용납...
  • 2022-05-05
  • 러군 공격 재개에 연기 피어오르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마리우폴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무장조직 아조프(아조우) 연대 전투원들과 우크라이나 부대가 아조프스탈...
  • 2022-05-05
  • 핀란드 국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기가 보이는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러시아 군 헬리콥터 한 대가 4일(현지시간) 핀란드 영공을 침범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핀란드 국방부 대변인은 AFP에 이날 이같이 밝히고 사건은 오전...
  • 2022-05-05
  • 아조우스탈 재공격설도 부인…"최고 통수권자가 중단 명령 내려" 러산 석유 금수 담은 EU 6차 제재안엔 "유럽 시민들, 비용 치를 것" 2015년 6월 10일 교황청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
  • 2022-05-05
  • [경향신문]  인도 4월 평균기온 최고·파키스탄 49도 “지구 온난화 탓” 전문가들 경각심 촉구  정전 발생·농작물 손실 등 경제적 피해 게티이미지. 인도와 파키스탄이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4월 평균기온이 122년만에 신기록을 세우고, 최고기온이&nb...
  • 2022-05-04
‹처음  이전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