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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중독, 중독 질환 범주에 속해
낮은 자존감·외모 중심 사회가 원인
영국인 올리 런던은 방탄소년단 지민을 닮기 위해 18차례 성형수술을 받았다./사진=올리 런던 SNS 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3번째 코 성형수술을 받았다. 이미 두 차례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 다시 한 번 수술을 결심했다. 그는 20대 시절부터 눈, 코, 입술, 턱, 광대뼈, 이마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성형수술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10여회 수술을 받는 동안 지불한 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하며, 단기간 무리하게 재수술을 받은 부위에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그의 얼굴에서 성형수술 이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A씨는 성형수술을 멈출 생각이 없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빚을 내서라도 성형수술을 받겠다는 의지다.
연예인 닮기 위해 수차례 성형수술… 중독 증상 보여
A씨와 같은 사례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이나 외신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이 되고 싶은 영국인’ 올리 런던이 대표적이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같은 외모를 갖기 위해 약 23만파운드(한화 3억6800만원)을 들여 18차례 성형수술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눈, 눈썹, 이마, 입술, 턱 등에 추가로 9차례 수술을 받았다. 이번 수술의 목적은 한국인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는 영국 미러와 인터뷰에서 “2013년 한국에 방문했을 때 한국인의 외모에 반했고, 최근에 한국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귀엽고 예쁜지 알게 돼 (그들을)닮기 위해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씨와 올리 런던에게는 흔히 이야기하는 ‘성형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성형중독은 알코올중독이나 도박중독과 같이 실제 존재하는 중독질환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중독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환자가 ▲특정 대상이나 행위에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내성이 생겨 행위의 횟수나 양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경우 ▲행위를 멈췄을 때 금단증상을 보이는 경우 ▲건강, 인간관계나 경제적 문제가 생겼음에도 끊지 못하는 경우, 중독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한양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우 교수는 “성형수술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의 경우 수술 부위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수술 받지 못했을 때 괴로움·짜증 등을 느끼고, 수술로 인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거나 건강이 안 좋아졌음에도 멈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연예인과 같은 특정 대상을 닮기 위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는 것 역시 중독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자존감·美에 대한 욕망, 중독으로 이어져
일부 사람들은 이처럼 잦은 성형수술로 인해 부자연스러운 외모를 갖게 된 이들을 ‘성괴(성형괴물)’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비난을 받는 당사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수술을 멈출 수 없다. 비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아름답고 싶은 욕망과 수술을 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괴로움, 수술 후 찾아오는 안도감 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타인의 시선·관심에 대한 지나친 집착, 낮은 자존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깔려있다. 그들에게 성형수술은 단순히 외모를 고치는 수술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바꾸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성형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히스테리성 인격장애(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증상)’나 ‘신체이형장애(외모에 심각한 결점이 있다고 생각해 집착하는 증상)’를 의심할 만한 모습들도 발견된다. 특히 신체이형장애의 경우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망상으로 인해 잦은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SNS 통해 외모 평가… 사회 분위기도 영향
성형중독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과 같이 외모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데는 사회 분위기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기본적으로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데다, 최근에는 SNS로 인해 자신의 외모를 드러내면서 서로 평가하는 현상 또한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원인이 됐다.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이 바뀐 점 역시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성형수술을 받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성형수술 경험자들 사이에서는 ‘한 번이 어렵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여성은 물론 남성도 적극적으로 성형수술을 받고 있으며, 예전처럼 성형수술 사실을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중매체를 통해 성형수술의 장점만 부각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한 부위 단기간 성형, 근육 손상 위험
짧은 기간 동안 한 부위에 반복적으로 수술을 받으면 수술 부위를 비롯한 몸 곳곳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성형외과 전문가들 역시 특정 부위에 대한 무리하고 반복적인 수술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문경철 교수는 “최초 수술 후 6개월 미만일 때 계속 재수술을 받으면, 내부에 생긴 흉터조직을 없애는 과정에서 근육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며 “재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형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위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을 가꾸고 자존감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집착을 덜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한창우 교수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성형수술을 받으면 수술 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중독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며 “내면적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바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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