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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려는 미국, 달래는 북한…北 비핵화 운명은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5월26일 10시05분    조회:2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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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참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국제사회가 북한, 미국의 기싸움에 요동치고 있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취소해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을 취소 이유로 들었다.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자마자 미국에 뒤통수를 맞은 북한은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전면에 내세워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제1부상의 담화를 높이 평가하며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루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상호 불신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비핵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제재와 압박, 반발이라는 기존 갈등 구조가 재현될 수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던 도중 손가락으로 머리를 만지며 고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뢰 없던 북미, 순조로운 회담 준비 어려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발표전부터 북미정상회담은 삐걱거리는 징조가 포착되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무지와 미국의 대북 불신이 겹친 결과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9일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환대했으며 ‘만족할만한 합의’를 이루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북한은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싱가포르에서의 정상회담 개최를 인정했다. 북한은 12일 국제기자단 참관 하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23∼25일 폐기하겠다고 밝혔고 미국은 이를 환영했다.

북미 간에 불던 훈풍은 13일 볼턴 보좌관이 “북한이 폐기한 핵, 미사일 장비와 물질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하면서 급랭했다. 북한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비난하면서 맥스 선더 한미연합 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2일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복귀 불가능 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봐야 한다”고 밝히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맞섰다. 판 흔들기에 판 깨기로 맞선 격이다.

양측이 구체적인 협상에 나서기도 전에 ‘말폭탄’을 주고받다 정상회담이 좌초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판 흔들기’와 미국의 대북 불신이 합쳐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회담이 임박하면서 말폭탄과 더불어 미국의 애를 태우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5일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며칠간 싱가포르 수송 및 이동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하자는 미국 관리들의 거듭된 요청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을 콕 찍어 비난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강경파를 회담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같은 몽니는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전술이다. 문제는 상대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 외교 전략과 관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자신의 감을 더 믿고, 상대가 협상의 판을 흔들면 먼저 판을 깨서 주도권을 쥐는 스타일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과 의회에 퍼져있는 대북 불신은 북한의 몽니에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발표 직후 북한은 8시간만에 신속하게 담화를 발표해 수습에 나섰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을 모른 채 기존의 협상전략을 반복하다 미국에 주도권을 넘긴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 비핵화 논의, 디테일 놓고 줄다리기 심해질 듯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북한 비핵화 논의는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북한이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했는데도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하지 못하면, 체제안전보장은 물론 경제발전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가 이뤄질지 여부다. CVID가 성공하려면 상호 신뢰와 정확한 정보, 비핵화 의지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비핵화의 모범사례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이 대표적이다.

소련 붕괴 이후 카자흐스탄은 핵탄두 1400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SS-18 104기, 전략폭격기 Tu-95 40대, 핵탄두 탑재 순항미사일 370기,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과 대규모 핵 연구 시설, 우라늄 광산과 원자로, 재처리시설 등을 갖춘 세계 4위의 핵보유국이 됐다. 하지만 40년 넘게 500여회에 걸쳐 진행된 핵실험으로 수십만명이 후유증을 겪는 상황에서 카자흐스탄은 비핵화의 길을 선택했다. 미국은 자금을, 러시아는 핵탄두와 핵물질 위치 등 관련 정보를, 카자흐스탄은 인력을 지원한 결과 2012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 내 핵물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작업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북한의 비핵화는 카자흐스탄보다 더 까다롭고 어렵다. 우선 비핵화를 강제할 모멘텀 확보가 쉽지 않다. 카자흐스탄 비핵화는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에 남아있던 핵전력을 회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던 러시아의 역할이 컸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내 핵무기 시설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미국은 자금과 경제지원으로 카자흐스탄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 자국민들이 핵실험 후유증에 시달리는 현실도 비핵화의 동력이 됐다. 국제사회가 안전보장에 나선 것도 한 요인이 됐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반면 북한은 핵능력과 관련 시설 수준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면서 핵탄두와 탄도미사일, 연구시설 등을 국제사회에 신고할 때, 이를 검증하려 해도 관련 정보가 없다면 비핵화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방사능 누출은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방사능 후유증을 이유로 비핵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핵화의 방법과 범위, 단계를 정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얼핏보면 비핵화의 첫 단계지만, 앞으로 핵능력을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핵동결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비핵화 논의의 핵심이 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북한은 단계적 조치, 미국은 단기간 내 비핵화를 제시한다. 북한의 의도대로 단계적 비핵화가 진행된다면 미국은 북한이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비핵화와 핵동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것이라고 의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1990년대부터 북한과 협상하면서 불신이 쌓인 미국이 단기간 내 북한 핵능력을 제거하려는 이유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원하는대로 CVID를 한 뒤 아무런 보상도 얻지 못할 것을 우려,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 협상 주도권을 내줬지만, 북한도 모든 것을 걸고 협상에 임하는만큼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호 신뢰가 필수적이지만, 말폭탄 주고받기만으로 정상회담 취소가 발표될 정도로 불신이 심한 상황에서 신뢰 구축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2016년 8월 29일 핵무기 없는 세상 만들기 국제회의에서 “국제법과 국제조약으로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을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비핵화를 위해선) 철저한 인식 변화, 다자간 정치적 결정, 국제관계에서의 고도의 신뢰 구축, 국제사회 공동의 액션 알고리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갖춰져야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확보되지 못한 실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지역에 새로 완공된 고암∼답촌 철로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대로 다음달 12일 회담이 열릴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둘러싼 파장은 수습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시기가 문제일 뿐, 양측의 대화 의지가 여전해 회담은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북한 비핵화 대화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상호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소개팅에 나간 두 남녀가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질 확률이 매우 낮은 것처럼 두 정상이 한번 만난다고 해서 높은 수준의 신뢰가 구축되지는 않는다. 이벤트에 몰입하는 대신 천리길도 한 걸음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북한과 미국간의 신뢰 회복에 기반한 북한 비핵화 대화 전략을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가 다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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