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지 이틀만인 22일(목) 몇몇 장관과 정당 지도자들을 구금한 채 쿠데타를 선언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수개월간 지속돼 온 정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파간 회의를 벌였지만 타협에 실패했다며 군과 경찰이 전국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프라윳 참모총장은 TV 성명에서 군부가 “권력을 장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히며 갈수록 양극화돼가는 정세 속에서 정치 폭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했다.
이후 군부는 현 과도정부를 해산하는 한편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총리 대행과 각료들의 군부 출두를 명령했다. 또한 헌법 효력 정지를 선언했다.
새로운 지도자가 정해질 때까지 프라윳 참모총장이 총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목요일 밤 현재 니와툼롱 총리 대행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측근은 그가 안전하다고만 말했다. 크리스티 케네디 주태국 미 대사는 나와툼롱이 미 대사관으로 피신했다는 소문을 일축했다.
미국은 태국 군부의 정권 장악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실망감을 드러냈으며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고 경고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현 정부를 해산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태국과의 오랜 우정을 중시하긴 하지만 이번 일은 미국과 태국 관계, 특히 태국 군부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것이다. 태국 군부가 헌법을 정지하고 정부를 장악한 데 대해 실망했다. 이번 군사 쿠데타는 정당성이 없다.”
군부의 정권 장악을 쿠데타로 공식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미국은 태국에 대한 공조와 지원을 삭감할 수도 있다.
프라윳 참모총장의 발표는 친정부 및 반정부 시위대와 각료, 각 정파 대표들이 정국 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프라윳 참모총장의 주재로 이틀째 회의를 연 뒤 나왔다.
방콕에 소재한 군 시설에서 열린 회의는 2시간 이상 지속됐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이후 무장한 군인들이 회담장 주위를 에워싸고 기자들 수백명의 접근을 막았으며 방패로 이들을 떠밀기까지 했다. 그동안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 등 회의 참석자들은 서둘러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프라윳 참모총장은 TV 성명에서 정파간 타협에 실패했다며 군이 전국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프라윳 참모총장의 발표에 앞서 모든 정규 방송이 중단됐다.
군 수뇌부와 함께 TV에 등장한 프라윳 참모총장은 “군부가 신속히 평화와 질서를 회복하고 정치∙사회 구조를 개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국민은 평정을 유지하고 평상시처럼 생활하라”고 말했다.
이달 초 잉락 친나왓 총리가 권력남용으로 해임된 후 과도정부의 입지는 점점더 흔들렸고, 수텝 전 부총리가 이끄는 야권은 비선출 총리 지명을 촉구했다.
회담 결렬 후 군부는 장관 5명과 여당인 퓨타이당과 야당 민주당 대표, 반정부 및 친정부 단체 대표들을 체포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나와툼롱 총리 대행은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지 몇 시간 후 나타나 쌀 보조금 프로그램에 등록한 농부들에 대한 기금 대출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또한 현 정부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프라윳 참모총장이 “헌법과 민주적 원칙 내에서”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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