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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노래하며…축제현장 방불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10일 (현지시간) 엄수됐다.
만델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이날 정오(한국시간 오후 7시) 요하네스버그 FNB 경기장에서 남아공 국가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막을 올렸다.
◇ 축제로 승화한 영결식…'무지개 나라' 실현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전 세계 91개국 정상들은 우산을 받쳐 들고 속속들히 영결식장에 집결했다. 우리나라 조문사절단 대표인 정홍원 국무총리도 일찍부터 자리를 지켰다.
경기장에 들어찬 수만 명의 추도객들은 춤을 추고 노래하며 축제 분위기 속에 '아버지' 만델라의 안식을 기원했다. 남녀노소, 피부색, 종교에 관계없이 다같이 어우러진 추모객들의 모습은 생전 만델라가 강조한 '무지개 나라'를 떠올리게 했다.
영결식이 개시된 후에도 추모객들은 끊임없이 잰 걸음으로 식장에 몰려 들었다. 경기장 곳곳에는 만델라의 얼굴이 새겨진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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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영결식이 시작되고 발레카 음베테 아프리카국민연합(ANC)의장이 온화한 얼굴로 추모가를 부르자 경기장에 모인 이들은 '넬슨 만델라!', '마디바(만델라의 애칭)'를 외치며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내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등 각국 정상 91명과 빌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미대통령 등 전현직 세계 지도자 100여명이 자리했다.
중국에서는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이, 일본은 나루히토 왕세자가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정상들 외에도 평소 고인과 친분을 나눈 각계각층 인사들도 대거 모습을 비췄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70여개국 정상 참석) 이래 최대다.
장장 4시간 가까이 이어진 긴 행사에도 각국 정상들과 수만 명의 추모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만델라의 마지막 길에 함께했다.
만델라의 유족과 측근, 각국 정상들의 추도사가 이어진 뒤 영결식의 대미는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가 장식했다.
투투 대주교는 영결식장에 모인 모두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요청한 뒤 만델라의 안식을 기도했다. 추모객들은 다함께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며 만델라를 기억했다.
◇ 오바마, 박수갈채 속 추도사…쿠바 카스트로와 '깜짝' 악수도
이날 영결식에서 단연 돋보인 연사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였다. 이날 오전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남아공을 방문한 그는 박수갈채 속에 격양된 목소리로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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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악수를 나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 AFP=News1 |
오바마 대통령은 만델라 전 대통령을 '역사의 거인'이자 '20세기의 마지막 위대한 해방자'라고 칭송하며 "만델라의 투쟁은 당신의 투쟁이었고 그의 승리는 바로 당신의 승리"라고 역설했다.
그는 "남아공은 우리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는 분쟁이 아닌 평화와 정의로 규정할 수 있는 세계를 선택할 수 있다"며 "만델라는 인류의 영혼을 결속시켜주는 유대를 이해했다"고 애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대로 향하며 미국과 냉전관계에 있는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웃으면서 악수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념차로 대립각을 세우던 세계가 이날 영결식에서 만큼은 만델라의 유언처럼 한마음이 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디바의 유산을 구현한다면서 개혁은 격렬히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는 뼈있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어 "연대를 주장하는 많은 지도자들이 정작 자신들에 대한 반대세력은 용인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델라가 복역시절 동료 수감인들에게 읽어주던 영국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터스(Invictus)'를 인용, "내 운명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라는 말로 추도사를 맺었다.
오바마는 상원의원 시절인 2005년 워싱턴D.C에서 만델라 전 대통령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는 만델라를 자신의 정치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칭하며 각별한 존경과 애정을 표한 바 있다.
◇ 반기문, 각국 정상들도 추도사… "모두 하나가 됐다"
반 총장은 이날 추도사를 위해 해외 인사로서는 첫 번째로 연단에 올랐다. 반 총장은 남아공이 만델라 전 대통령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무지개'를 볼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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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은 "그가 또 다시 해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다양한 관점을 대변하는 지도자들과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모두 여기서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용서와 사람들 사이의 연결됨이 갖는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줬다. 이것이야말로 평화의 진정한 의미"라고 말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마비다는 우리 모두에게 선례이자 본보기였다"며 "우리는 인류의 위인들 중 하나인 이 위대한 지도자를 기념하고 애도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결식이 시작하기 전 기자들에게 "남아공인들은 이 위대한 인간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다. 그가 한 일을 기념하는 한편 그의 삶과 유산을 기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카스트로 의장도 짧은 추도사를 위해 연단에 올랐다.
카스트로 의장은 자신의 형이자 쿠바 공산주의 혁명 지도자인 피델의 말을 인용, "만델라는 27년을 복역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처럼 부당한 처벌이 야기할 수 있는 독으로부터 그의 영혼을 자유롭게 했다는 사실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남아공 대통령에는 '야유' 세례…만델라 유산 이어질까
이날 영결식에서 유일하게 '불청객' 취급을 받은 인사는 뜻밖에도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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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 대통령이 영결식이 열리는 경기장에 나타나자 수만 명의 추도객들은 돌연 '야유'를 퍼부었다. 그가 추도사를 위해 연단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몇몇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거나 축구경기에서 선수교체 때 사용하는 손짓을 해보였다. 앞서 해외 정상들의 추도사 때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마 대통령에 대한 군중의 차가운 반응은 남아공 국민이 현 사회지도층에 느끼고 있는 염증을 잘 보여준다.
주마 대통령은 음베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지난 2007년 아프리카국민연합(ANC) 의장직에 오른 뒤 2년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각종 뇌물수수와, 성폭행 혐의로 곤혹을 치른데 이어 투병 중인 만델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만델라가 강조한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구현하기는커녕 분열과 다툼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있다.
남아공은 정치인들의 부패와 파벌주의로 과거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분리정책) 정권 퇴출 이래 가장 심각한 사회불안정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마 대통령은 만델라가 모든 남아공인을 위한 '더 나은 삶의 기반'을 닦은 '유일무이한 인물'이라며 "그를 기리며 우리는 계속해서 민주적 가치와 인간의 존엄에 기초한 국가를 건설하는데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흘간 대통령궁에 시신 안치…15일 고향 쿠누에 안장
만델라의 유해는 영결식 후 사흘간 프리토리아 대통령궁에 안치돼 일반 조문객을 받은 뒤 15일 쿠누로 옮겨져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에 안장될 예정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투병 끝에 지난 5일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95세의 일기로 숨을 거뒀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평생을 차별 철폐와 통합에 헌신했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27년을 복역한 그는 1994년 남아공 최초 흑인 대통령에 당선돼 '무지개 나라'의 길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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