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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고양이 이모티콘
2019년 11월 16일 17시 33분  조회:1292  추천:0  작성자: 선수기



“아침부터 이런 이모티콘을 보내나.”

출장중인 남편이 안해가 저녁마다 무슨 여기 송년모임 있소, 저기 파티에 참가하오, 하면서 매일같이 바깥돌이 한다고 참고 참다못해 속이 탄다고 눈물을 똑~똑~ 떨구는 고양이 이모티콘을, 그것도 명절아침에 보내왔다.

그래서 기분이 잡칠때로 잡친 연희도 아침에 왈 ~ 같이 폭발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요즘 장사가 여의치 않아서 스트레스투성인데 소위 장사집남편이 그것도 명절날 아침부터 이렇게 하루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다니 참을래야 참을수 없는 일이였다.

속이 깊은 연희는 평시에는 남편이 자기 일이 여의치 않을때 속상해서 보내는 스트레스를 푸는 문자나 이모티콘은 그런대로 잘 받아주지만 오늘 아침같은 경우는 진짜로 참을수 없었다 .

년하남편을 만나 사는 연희는 웬간한 일은 굳이 옴니암니 따지지 않고 모든 일에서 자기가 그냥 양보하며 산다.

그만큼 집안에 모든 대소사는 당연히 연희가 더 많이 걱정하고 연희손을 거쳐야만 원만한 해결을 볼수 있다.

게다가 남편을 끔찍이 사랑하는 연희이기에 평소에 다투는 일이 거의 없는 그들인데 오늘은 생뚱같은 이모티콘 때문에 대판 싸움이 붙었던것이다.

“당신은 참 너무 자사 자리해. 장사하는 사람 아침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평소에 얼마나 말했는데 그새 그걸 잊었나. 가만히 지켜보면 당신늠 언제나 자기밖에 몰라. 배려심이라구는 손톱만큼도 찾아볼수 없다구…” 늘 져주기만 하다가 연희도 성이 나니 어망결에 그동안 속에 쌓였던 원망이 터뜨리고 말았다.

“당신이 적게 나 다니나? 그러기에 내가 그렇게 배우라는 집안일도 못 배우지.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취미공부나 하면서 밤마다 밖에서 보내시구려, 녀자가 어떻게 매일같이 밖에서 그것도 밤에 그렇게 헤매도냐. 나가는데도 정도가 있어야지. 내 정사같은걸 생각이나 한번 해 봤어?” 남편도 뒤질세라 참아왔던 원망을 터뜨린다.

“요즘엔 장사가 잘 안돼서 가게를 밑지면서 내 놓느라 내 마음이 마음이 아니건만 남편이란 사람이 위로는 할줄몰라도 어떻게 이렇게 안해의 기분을 망쳐놓다니. 나는 그래 낮에는 소처럼 일하고 밤에는 고슴도치처럼 집구석만 지켜야 돼냐구? 신경질이 나도 나다니지 말구 비관만 하구 당신이 보낸 고양이 이모티콘처럼 집구석에서 울기만 하면 될가? 남편이 돼 가지고 매너가 참 좋아요. 됐어요, 말하지 맙시다. 짜증나, 어유 못 참겠어.”

아침부터 한바탕 다툼질이로 하루가 다 지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까지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모티콘 때문에 붙은 부부싸움에 누구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내 말이 어디 그 뜻인가. 나다니는 일이 도를 넘으면 나쁘다는 말이지. 취미공부를 하면서 나가면 그만큼 다른 장소는 거절할건 거절할줄도 알아야지. 어찌 누가 부른다고 하나도 안 빼놓구 쫑도르르 다 다니나? 차라리 밖에 나가서 살렴. 가정을 해 뭐해? 당신은 지금 정신이 너무 들떠있어, 정상이 아니거든. 자기의 취미생활과 친구를 사귀는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때와 시간과 가족을 헤아려 균형을 잡으며 하는게 좋을상 싶은데요. 안 그래요? 우리 사장님이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구만.”

“그래요. 나도 집에 일찍 들어오면 좋은줄 알아요. 하지만 저렇게 취미공부라도 하면서 친한 분들이 가게에 와서 옷 한벌이라도 사주면서 때로는 식사도 같이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거절해요. 장사하는 사람이 여러 사람들과 둥글둥글 어울리지 않고 그렇게 꼿꼿하면 주변에 사람이 몰리겠어?” 이렇게 그동안 하고 싶던 소리 다 하고나니 속이 다 후련하기 그지없었다. 너무도 시원해서 이제부터는 안 좋은 일들을 가슴에 멍이들게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다 터뜨려버려야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소심해서 늘 참고 살던 연희이지만 이번 일만은 절대 쉽게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용서하더라도 혼뜨검은 좀 든든히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모질지 못한 사람이 모질게 나서자니 자기는 또 얼마나 힘드냐.

그렇게 한바탕 다투고 이튿날 가게에 나갔는데 컨디션 탓인지 온 하루 옷 한벌도 못 팔았다.

좋은 연희는 그걸 다 거절 못하고 정말 거의 매일같이 밖으로 나다녔다.

출장중이여도 매일 연희한테 전화하는 습관이 있는 남편은 그게 좋을리가 없고 연희 자신도 사실 련속 며칠 연회상에 앉고 맥주를 마셨더니 머리가 흐리멍텅해지고 아무것에도 집중할수 없고 환각의 세계에 빠져 사는것 같았다.

진짜로 마약하는 사람들이나 알콜중독자들의 생활을 체험하는것 같았다.

자기절로도 자기 생활이 막 리해 안 되는데 출장중에 멀리서 그걸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는 남편은 속이 뒤번져질건 뻔한 일이다.

그러고보니 자기가 참 너무했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슬그머니 들었다.

반성을 하고보니 연희는 남편에게 진심으로 부끄럽고 창피하고 미안했다.

애를 봐도 또 얼마나 불쌍한가?

퇴근해서 집에와 지지고 볶고 저녁 챙겨먹고 설거지까지 하면 아홉시를 훨씬 넘는데 매일같이 해야 할 집안일들을 련속 며칠이나 미뤄났으니 집안이 또 어떤 아수라장이 되였을까?

친구 만나 밤 늦게까지 수다떨고 이튿날 가게에 나가면 또 어떤가?

련 며칠씩 술 마셨으니 피곤해서 잠만 오지 따져보면 바깥돌이해서 좋은게 별로 없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삐져버리지,
애는 애대로 뿌루퉁해 하지,
자기는 자기대로 힘들지,
게다가 장사는 또 엉망이지…

연희는 가슴 아리게 반성을 했다.

안해, 엄마로서, 소위 가게사장으로서, 정말 너무했구나 싶었다.

이제부터라도 생활방식을 고쳐야겠어.

바깥돌이며 취미생활은 적당하게 하고 자기 가족에게 더 많은 애정을 몰부어야 되겠다고. 자기 잘못을 알게되니 금방 사과부터 하고싶었다.

끝내는 연희쪽에서 먼저 진심을 담아 사과문자를 날렸다.

“자기야, 정말정말 미안해, 앞으로 밖에 나다니는 일 많이 자제하게. 다시는 당신을 피곤하게 굴지않으게.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사랑해~” 문자와 함께 하트 날려보낸다.

인차 남편한테서도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마 안해의 사과메시지를 기다린듯 했다.

“여보, 나도 명절날에 너무했어, 내가 그만 욱~ 하는 성질에 참지 못하고 아침부터 장사하는 사람의 기분을 망쳤으니 미안해. 앞으로 자기한테 더 잘 하는것으로 립공속죄할께.” 문자와 함께 “하트 뿅뿅” 이모티콘 보내왔다.

헐~ 닭살이야. 평소에 늘 안해의 랑만을 잘도 받아주는 년하남편이다.

아껴도 다 아끼기 아까운 내 남편인데 다시는 피곤하게 들볶지 말아야지.

연희도 련이어 “뽀뽀 백개”, “하트 백개” 이모티콘을 날려보낸다.

언제 다퉛나 싶게 혼자서 히~히~ 웃으면서… 남편과 화해의 메시지를 주고받고나니 신기하게도 방금까지도 꽉~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듯 후련했다.

신이 인간을 참 묘하게 만든것 같다.

안 좋은 일들을 금방금방 잊을수 있게 또 금방 용서할수 있게 해줘서.

신의 능력에 감탄한다!

오늘도 좋은 날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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