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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이지만 아빠 연기를 하는 어색함을 초보 아빠의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했죠."
'백두산'에서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배우 하정우(42·본명 김성훈)가 이번에는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됐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영화 '클로젯'에서다.
하정우는 '클로젯'에서 벽장 속으로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매는 상원을 연기했다. 상원은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고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다.
30일 오후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하정우는 상원에 대해 "육아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기러기 아빠"라고 설명했다.
"딸과 단둘이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어색한 사람이죠.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상원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물질적으로 주는 것뿐이고요. 제가 미혼이기 때문에, 아빠로서 어색한 건 마찬가지겠구나 싶었죠. 그걸 그대로 노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감독님과 그 가족 사이에서도 힌트를 얻기도 했어요. 가족이 미국에서 있어서 오랜만에 만나면 어색했다고 하더라고요."
상원이 딸을 잃어버린 아빠인 까닭에 하정우는 "오랜만에 건조하고 웃음기 빠진 캐릭터를 연기했다"며 "매번 너스레 떠는 인물만 맡을 순 없다"라고 웃었다.
상원과 함께 딸을 찾는 퇴마사 경훈을 연기한 김남길과는 이번에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하정우는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고 강조했다.
"10년 전에 고현정 누나 팬 미팅 대기실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별 이야기 안 했어요. 이후 주지훈이 '귀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웃기다'고 김남길을 소개하면서 함께 만났어요. 술을 아예 못하는데, 나랑 만났다고 소주 두 잔을 마시더니 쓰려져 자더라고요.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여웠어요. 이후 함께 '클로젯'을 하면서 지금은 자주 보는 사이가 됐죠. 왜 이렇게 늦게 만났나 싶어요."
연출을 맡은 김광빈 감독과는 15년 전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처음 만난 오래된 인연이다. 학교 동문인 두 사람은 당시 주연 배우와 동시 녹음 스태프로 함께 했다.
"그때 촬영 끝나고 집에 같이 가면서 항상 영화 이야기를 했거든요. 김 감독은 '나는 어떤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하고 저는 '로버트 드니로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죠. (웃음) '용서받지 못한 자'는 여름에 시작해서 계절이 변하고 13개월 동안 찍었는데, 그 13개월 현장에 김광빈이 한결같이 있었죠."
김 감독 시나리오가 아니었더라도 출연했겠느냐는 질문에 하정우는 "누가 가져왔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럴싸했어요. (웃음) 컴퓨터 그래픽이나 사운드가 좋더라고요. 저는 제작자이기 때문에 영화의 핵심까지 건드릴 수는 없었어요. 그것은 감독의 몫이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제작자로서는 배우와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로젯' 같은 미스터리·스릴러는 비교적 저예산 영화니까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기획하지 않으면 개발하기 어렵죠. 책임감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의 다양성을 조금 더 추구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요즘 배우들도 연출을 많이 하는데, 그를 통해 너무 큰 규모의 영화만 만드는 장르의 쏠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죠."
현재 '보스턴 1947'을 촬영 중인 하정우는 현재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그는 "연기에 대한 고민 역시 계속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민한다고 지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내 경력과 관객들이 요구하는 것에 맞게 표현해내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거죠. 사람 사는 세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체험하고, 살아가면서, 새로운 표현법을 찾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잘 연기할 수 있을까는 곧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와 맞닿아있는 고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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