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초반 젊은 피의 신선함을 보여줬던 JTBC 금토극 '나의 나라'는 후반부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 그리고 그 형제들의 관계를 피의 전쟁으로 풀어내면서 묵직함을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태조 역의 김영철, 그리고 이방원 역의 장혁에게 무게가 실렸다.
최근 '나의 나라' 종영 후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배우 장혁(본명 정용준·42)은 "의상부터 액션, 다양한 감정 연기까지 공이 많이 든 작품"이라고 평했다.
과거 영화 '순수의 시대'(2015)에서도 이방원을 연기한 바 있는 그는 "당시에는 이방원이라는 인물 자체를 처음 접하면서 베이스를 쌓았다면, 이번에는 더 피의 군주이자 감성적인 이방원의 면모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의 나라' 속 이방원은 감정의 폭이 굉장히 넓었습니다. 밖으로 표출하지 못해도 내면은 그랬을 거예요. 두려움과 제한이 많던 시대, 목숨을 내놔야 했으니까요. 왕자의 난 이전에도 이미 피를 묻혔던 인물이고, 그 과정의 미묘한 부자(父子) 관계 등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폭넓은 감정에 연기 갈증이 해소됐죠."
그는 이어 "주변에서 내가 연기한 이방원을 보고 애처롭다고 해줘서 의도에 잘 부합했다고 생각한다"며 "칼의 시대, 칼을 쥔 자의 애처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나의 나라'는, 버려진 자들의 나라였던 것 같다. 좋지 않은 것을 바꾸려고 했으나 진정으로 개국까지 원했을까.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라는 견해를 밝혔다.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장혁. 그에게는 여전히 10년 전 '추노' 속 대길이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장혁은 굳이 대길이를 벗어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추노'는 제게도 인상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대길이를 지웠다기보다는 오히려 쌓아온 것 같습니다. 지울 이유가 없어요. 저는 그저 어떤 캐릭터든 '모두 던진다'는 느낌으로 연기합니다. 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하죠.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힘을 빼는 작업은, 여전히 참 어렵습니다."
장혁은 올해로 데뷔 23년 차가 됐다. 그는 데뷔 때도 지금도 늘 두 가지만 생각한다고 했다.
"첫 번째는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가지고 오자'는 것,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이 다음에도 나와 같이 작품을 하고 싶게 만들자'는 겁니다. 나만의 약속이죠. 연기 철학요? 캐릭터는 캐릭터일 뿐, 현혹되지 말고 연기하자는 것."
장혁의 차기작은 OCN '본 대로 말하라'다. 그는 "내년 시작도 똑같다. 또 벽을 만나게 될 것인데, 짜증과 고통 속에서도 결국은 행복을 찾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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