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황금정원’ 마친 25년차 연기자 정영주
뮤지컬은 내 인생…나의 시작과 끝
드라마에 출연할 줄은 상상도 못해
이왕 온 기회…한번 보여주자 다짐
연기자 정영주(48)는 연기를 한 지 올해로 딱 25년이 됐다. 1994년 뮤지컬 ‘나는 스타가 될 거야’로 데뷔해 ‘명성황후’ ‘넌센스’ ‘맘마미아’ 등 공연 작품이 40여 편에 이른다. 2016년 뒤늦게 시작한 드라마도 꾸준히 편수를 늘려가고 있다. 단 한 순간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경력을 채웠지만, 정작 그 스스로는 “아직 설익었다”며 ‘초심’을 잃지 않는다.
정영주는 26일 MBC 주말극 ‘황금정원’을 끝냈다. 그는 이를 “또 하나의 도전”으로 표현했다. 30부 분량이 넘는 주말드라마를 처음 소화한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극중 딸을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살벌한 악인을 연기했다. 2017년 tvN ‘부암동 복수자들’이나 4월 종영한 SBS ‘열혈사제’ 속 ‘야망형 악녀’와도 사뭇 다른 표독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모두 안방극장을 변신의 새 무대로 삼은 결과물이다.
2016년 첫 드라마 tvN ‘시그널’에 짧게 출연한 이후 1년에 4∼5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tvN ‘나의 아저씨’와 MBC ‘내 뒤에 테리우스’ 등 무려 6편을 소화했다. “드라마에 출연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그는 “이왕 기회가 온 만큼 ‘내가 정영주야’, 한 번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도 겪었죠. 무대 위에서처럼 촬영현장에서도 카메라가 아닌 제작진을 둘러보며 연기한 적이 있고요.(웃음) ‘황금정원’으로는 ‘왜 혼자 연극 하냐’는 댓글도 받아봤어요. 시청자에게는 내 발성이 낯설 것 같단 생각은 해요. 하지만 점점 카메라 앞이 편해지는 걸 느껴요. 그러다보니 이젠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커졌어요. 25년 만에 ‘새로운 고민’이 생긴 셈이죠.”
예능프로그램에도 종종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5월 한 프로그램에서 6년 전 이혼해 홀로 키우는 아들에 관한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꺼냈다. 정영주는 “아들에게 사전 허락을 다 받았다”면서 “은근히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언급해주는 걸 좋아하는 눈치”라며 웃었다. 그는 아들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리는 ‘친구 같은’ 엄마다. 비결은 “동등한 입장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는 “엄마가 연예인이라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그래도 우리 엄만데?’라며 안 불편하다고 말해주는 아들이 고맙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있기까지 뮤지컬은 두터운 버팀목이 됐다. 정영주는 “드라마로도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 나의 ‘시작과 끝’”이라며 뮤지컬에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배곯기 십상”이라며 반대하던 아버지도 해외 공연을 떠나는 그에게 “네 길인 것 같으면 끝까지 가 봐라”며 독려했다.
하지만 연기 외길은 고통스러운 순간의 연속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에 대한 애착”으로 버텼다. 앞으로도 “하루하루를 쌓아 지금처럼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만약 제게 엄청난 각오나 결심이 있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냥 오늘 내가 해야 하는 것들에만 집중했어요. 그랬더니 어느새 25년이 지났네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보고 또래 시청자들이 용기를 얻는 것을 보면 기뻐요. 도전을 계속 하는 이유죠. 데뷔 30주년엔 디너쇼도 할 거예요. 근사한 공연을 선사할 테니 오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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