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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미스터리 ‘듀스' 김성재 사건...옛 연인 A씨, 어떻게 '무죄' 받았나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8월5일 05시02분    조회: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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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그룹 ‘듀스'의 전(前) 멤버 김성재(당시 23세)의 솔로 데뷔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듀스 활동을 마친 후 미국으로 갔다 귀국한 김씨는 절치부심한 듯 듀스의 색깔을 뺀 솔로곡 ‘말하자면’을 들고 나왔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솔로 활동 열심히 할 테니 앞으로 지켜봐달라"고 했던 김씨의 모습은 생전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이 됐다. 김씨가 사망한 지 2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은 미제(未濟)로 남았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김씨의 연인 A씨는 1심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심과 3심은 무죄로 뒤집혔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편을 방영하려다가 법원이 A씨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무산됐다. 법원은 "SBS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방송을 방영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고, A씨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특히 "방송은 A씨가 무죄 확정 이후에도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재의 죽음’에 대한 의문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A씨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난 1998년 그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단은 무엇이었을까.

◇金, 솔로 첫 무대 마친 직후 호텔서 숨진 채 발견돼

김씨는 지난 1995년 11월 20일 새벽 서울 은평구 S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전날 SBS ‘생방송 한밤의 인기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연인 A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오후 10시쯤 호텔 방으로 들어와 잠을 잤다. 당시 호텔 방에는 흑인 남녀 백댄서 2명과 한국인 백댄서 4명, 매니저, 숨진 김씨의 동료 등이 있었다. A씨는 새벽 3시 40분쯤 호텔을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처음 김씨의 사인을 과로사와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그러나 김씨의 오른 팔뚝에서 28군데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되면서 검찰은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숨진 김씨의 몸에서 마약류인 틸레타민과 수면제인 졸라제팜 성분이 치사량에 이를 정도가 검출됐다.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은 동물성 흥분제인 졸레틸, 테라졸이라는 약품에 포함돼 있는 성분이다.

경찰은 그해 12월 8일 A씨를 긴급구속했다. 살인 혐의였다. A씨가 호텔에서 동료들이 모두 잠을 자러 각자의 방에 들어간 사이 동물용 수면제를 잠든 김씨의 팔에 집중 주사한 것으로 봤다.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은 "김씨가 1995년 11월 15일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 전화로 A씨에게 결별을 통보했다"며 "이에 A씨가 범행을 결심하고 서울 서초구 한 동물병원에서 동물용 수면제와 희석액, 황산 마그네슘, 주사기 2개를 구입했으며, 그 뒤 동물병원을 찾아가 ‘약품 구입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경찰에서 "집에서 길러온 애완견을 안락사 시키기 위해 동물용 수면제를 샀지만 바로 다음날 아파트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호텔 방을 나올 때 김씨는 아무 이상 없이 잠을 자고 있었고, 팔뚝에 주삿바늘 자국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무기징역, 2·3심은 무죄...살해동기 판단 달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살인죄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에게 살해 동기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소유욕과 집착이 강해 김씨와 싸우면서 가스총을 쏘거나 잠이 든 김씨의 몸을 끈과 테이프로 묶어놓는 등 김씨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에 김씨는 앞으로 가수 활동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씨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1995년 7월 미국으로 돌연 떠났다.

이때도 A씨는 전화를 해 관계회복을 시도했지만 김씨는 전화를 피했다. 김씨가 귀국할 무렵 A씨는 "곧 일본으로 유학할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만나서 잘 대해 달라"고 애원했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났는데 A씨는 김씨의 마음이 이미 돌아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김씨를 죽여서라도 영원히 소유하겠다는 욕심으로 살해를 결심하게 됐다고 1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와 A씨가 원만한 관계여서 살해동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가스총은 쏜 것은 실수였으며, 끈으로 몸을 묶은 사건도 장난삼아 벌어진 일이라고 판단했다. 1995년 4월 이후 둘은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여전히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미국에서도 한 달에 수십차례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했던 달은 무려 63차례나 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A씨의 전화를 받기 싫었다면 이 정도 통화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며, 김씨는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어머니보다 A씨를 먼저 만났고, 선물까지 준비했다"고 했다. 사망 당일에도 A씨는 김씨에게 안마를 해주는 등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 관계가 악화됐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은 A씨가 범인으로 지목되자 통상 연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다툼이나 싸움을 적개심에서 과장해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A씨가 산 동물용 수면제인 졸레틸 1병의 양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치사량에 못 미치고, 검찰의 사망 추정 시각 역시 잘못됐다고 봤다. 검찰은 2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했다.



◇외부인 혹은 다른 지인 범행가능성 본 상급심

항소심과 상고심은 김씨의 사망에 대해 외부인 혹은 내부 일행의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당시 A씨는 새벽 3시 40분쯤 호텔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시각을 새벽 1시부터 6시 사이로 특정만 했을 뿐, 입증할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선 좀 더 빠른 시간에 호텔을 떠났다고 진술하는 것이 보통인데, 범행이 이뤄질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떠났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미뤄 A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정확한 사망시각을 알 수 없게 된 상황에서 A씨가 떠난 이후 호텔에 남아 있던 김씨의 나머지 일행 7명 중 누군가가 김씨에게 주사를 놓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사망한 S호텔 별관 57호실은 구조 상 외부침입이 어렵기는 하지만, 호텔 데스크에서는 투숙객 일행이 예비열쇠를 요구하면 이를 내어주는 데다 이 열쇠의 일반 복제도 가능했다. 당시 김씨는 지갑을 잃어버렸고 그 뒤 지갑이 재판 당시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었던 점도 하나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호텔 데스크 근무자가 CCTV 화면으로 모든 출입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감시했던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또 "누구나 과거 투숙객 또는 현재 투숙객을 통해 열쇠의 보관이나 복제가 가능한 점, 김씨의 지갑을 A씨나 김씨 일행 중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 아닐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건 당일 외부인이 침입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무릇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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