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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 유해진 / 진정성 있는 모습 보이려 / 전투장면 기교 없이 묘사 / 일본군 대장과 진검 승부 / 통쾌한 카타르시스 선사 / 농사 짓다 독립군 되듯이 / 이름 없는 영웅들에 주목 / 산 오르내리는 장면 많아 / 평소 등산 즐긴 게 큰 도움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또 한 편의 역사 영화가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원신연 감독의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홍범도 장군의 대한독립군이 일본군 제19사단을 처음 무찌른 봉오동전투를 영화화했다. 역대 박스 오피스 1위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과 공동 제작을 맡았다.
이 영화는 홍범도 장군이란 한 명의 영웅이 아닌 이름 모를 또 다른 영웅들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대도를 거침없이 휘두르며 일본군을 응징하는 독립 투사 황해철이 대표적이다.
황해철로 분한 배우 유해진(49)은 “봉오동전투 과정에서 희생된 독립군들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 유머러스하면서도 소탈하고 푸근한 모습 그대로였다.
“독립 자금을 운반하다가 (류준열이 맡은) 독립군 분대장 장하를 돕기 위해 봉오동까지 가게 됩니다. 메시지도 뚜렷하고 통쾌함과 후련함도 있습니다. 감독님이 말하는 승리의 역사,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시나리오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지만 연기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다. ‘말모이’의 조선어학회 사환 김판수에 이어 ‘선량한 민초 역할을 연달아 맡아도 되나’ 싶었다. 그는 “양심의 문제”라고 표현했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습니다. 액션도 기교를 부리지 않았어요. (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액션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칼이 상당히 무거워 기교를 부리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무쇠 칼인데 한 손으로 들고 있기 힘들 정도였어요. (오른손 주먹을 쥐고 칼을 잡는 시늉을 하며) 바들바들 떨렸죠.”
유해진은 독립군 가운데 유일하게 총이 아닌 칼을 사용한 액션을 선보인다. 일본군 월강추격대 대장(기타무라 가즈키)과의 일대일 진검 승부나 칼을 휘두르며 일본군을 향해 홀로 돌진하는 장면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원 감독은 “해철의 성격으로는 상대와 면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칼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웃음 포인트도 고민했다. 유해진은 “박장대소가 되면 잘못된 연기라 생각했다”며 “‘이 상황에서 이런 농담 정도는 할 수 있었겠지’, 그 범주를 찾는 게 과제였다”고 했다.
영화 메시지는 “어제 농사 짓던 인물이 오늘 독립군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대사에 있다. 이 때문에 독립군은 일본군과 달리 그 수를 정확히 헤아릴 수 없다는 것. 이는 전투 승리로 이어진다.
독립군들은 팔도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다. 감자의 팔도 사투리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이는 건 이를 보여 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다. ‘말모이’ 독회를 연상케 하는 이 장면에서 그는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영화는 팔도강산을 최대한 담아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강원 영월군, 제주도 등 전국 14개 시·군·도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그를 비롯한 독립군은 일본군을 봉오동으로 유인하기 위해 산을 오르내리며 달리고 또 달린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게 적잖은 도움이 됐다.
“진짜 원 없이 뛰어 본 것 같아요. ‘한(恨), 화병이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뛰지 않으면 좀 답답하고 뛰고 나면 너무 좋습니다. 이게 습관이 돼 그런가 봐요. 맨날 산에 가고 자전거를 타거든요. 나이를 먹을수록 산이 좋아져요. 요즘은 산 정상에 가면 잠깐씩 명상의 시간을 갖고 내려옵니다. 헤헤헤. 그 시간이 좋아요. 명상은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거라는데, 그대로 두고 있으면 잠깐이나마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러고 나서 내려오면 또다시 (마음이) 복잡해지죠.”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속 모습대로 자연과 함께하는 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그만의 방법이다. 그는 “저도 차승원씨도 연기가 본업이니까 다음에 대한 약속은 못 하지만 안 한다고도 하지 않는다”면서 ‘삼시세끼’ 출연 가능성을 열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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