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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물뽕 영상이래"···정준영 욕하며 뒤에선 훔쳐본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3월28일 08시07분    조회: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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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버닝썬 물뽕 영상이래”

직장인 A씨(26)는 최근 회사동료 카카오톡 대화방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한 동료가 카톡방에 한 클럽 룸에서 벌어진 낯 뜨거운 영상을 올렸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촬영된 영상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남성이 무엇엔가 취한 듯한 여성을 상대로 성적인 행동을 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을 찍은 사람이 정준영이냐” 등 대화가 이어졌다. A씨는 “여성 동료들끼리 있는 카톡방이었고, 다들 친분이 있어 화를 내진 못했지만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죄의식 없이 영상을 공유하는 것 같아 문제를 느꼈다”고 말했다. 

강모(22)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헬스 동호회 회원 30여명이 속한 카톡방에 ‘강남 OO클럽 영상’이라는 설명이 달린 영상이 올라와서다. 피해 여성의 신상을 추측하는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도 올라왔다. 일부 회원들이 “단체방에 막무가내로 이런 글을 올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해당 회원은 2분 뒤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강씨는 “겉으로는 가해자를 비난하면서 뒤로는 영상을 찾는 이중적 심리가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최근 버닝썬 몰카 사건, 김학의 사건 등이 이슈의 중심에 떠오르자 ‘불법 촬영물 재유포’ 등 또다른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유명인이 연루된 사건에 쏠린 일부 사람들의 관심이 “영상이 궁금하다”는 왜곡된 관음증으로 옮겨 붙었다. 김학의 사건 등이 재조명되면서 중ㆍ장년층들의 카톡방에서도 이런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44)씨는 “동창 카톡방에 ‘김학의 당시 사진’이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음란한 사진들이 올라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같은 ‘빗나간 관심’은 주요 인터넷포털 사이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준영 동영상’ ‘김학의 영상’ 같은 검색어들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과거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와 전 남자친구 사이에 폭행 및 동영상 협박 사건이 벌어지자 ‘구하라 동영상’ 등이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던 일과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태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 유착 등 사태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불법촬영물 등에 여론의 관심이 과도하게 쏠리면 가십성, 흥미위주로 사안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대중들의 잘못된 호기심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남이 하는 행동은 범죄고, 내가 하는 행동은 선의의 호기심이라고 규정하는 심리가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며 “정준영 등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똑같이 유포에 동참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신이 직접 촬영하지 않았더라도 몰카 등 불법 촬영물을 카톡방에 공유하는 것은 엄연한 ‘성범죄’다. 대법원 판례는 '불법 촬영물을 공연히 전시, 상영한 자는 반드시 실제 촬영자와 동일인이어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규정한다. 무심코 지인들에게 전송한 영상이라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해당 영상이 실제 몰카가 아니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로 처벌된다. 

직접 영상을 올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영상을 올리도록 부추기거나 유도하는 것도 범죄다. 형법상 교사범 혹은 방조범이 될 수 있다. 범행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불법촬영물을 올리라고 부추기면 교사범이 되고, 범행의사가 있는 사람을 부추기면 방조범이 된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카톡방에서 ‘동영상이 궁금하다’거나 ‘다른 영상을 올려봐라’는 등 영상 유포를 유도하는 행위는 모두 교사,방조범이 성립될 수 있다”며 “특정인이 ‘몇시에 동영상을 올린다’고 예고했을 때 이를 그대로 내버려두거나, 영상을 올린 사람에게 과도하게 환호해 다른 영상을 올리도록 하는 것도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퍼지는 불법촬영물로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난 만큼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지난 19일부터 카톡방 등에서 이뤄지는 불법촬영물 유포에 대한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의도와 상관 없이 불법촬영물을 재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 다각도로 범죄 사실을 수집하고 있다”며 “몰카를 촬영하거나 직접 유포한 범죄와 마찬가지로 예외 없이 관련법에 의거해 엄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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