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에 출연한 양익준, 한예리, 이주영과 장률 감독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개막작은 영화제의 꽃이라고들 얘기한다. 친근감 있으면서 무겁지 않은 작품들이 선정돼 왔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춘몽'에 대해 '대중과의 소통이 가능한 영화'라고 하더라."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첫 선을 보인 영화 '춘몽'의 장률 감독의 소감이다.
6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부산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장 감독은 개막작 선정 소식을 듣고 다소 놀랐다고 한다. 출연 배우인 양익준 또한 "우리 영화가 상업영화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의아해 했다.
한국영화가 2011년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 이후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5년만의 일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춘몽'의 개막작 선정은 더욱 의미 있었다. 영화제 개막작 다운 영화였다는 것.
장률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포스터와 '춘몽'의 포스터가 질감이 비슷하더라. 정서와 태도들이 유사하지 않을까 싶었다. 계속 좋은 영화제로 남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춘몽'은 제목이 암시하듯 일장춘몽 (一場春夢), 한 낱 봄의 꿈과 같은 영화다. 작품에 출연하는 한예리, 박정범, 양익준, 이주영은 영화 속에서도 실제 이름을 그대로 쓴다. 그만큼 배우들 본연의 캐릭터를 반영한 듯 보였다.
한예리는 "제목처럼 나른하면서도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여성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라지듯 꿈 꾼 것 같은 이미지를 관객들도 느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양익준 감독은 '춘몽' 시나리오를 받고 화가 났다고 했다. "전작 '똥파리' 때문에 몇 년을 고생하고 시달렸는데 '춘몽'의 익준 캐릭터에서 상훈의 정서를 느꼈다. 너무 많이 가져오셔서 불쾌감까지 느꼈다."
이어 "'똥파리' 캐릭터를 지우는 것이 이번 작품을 통한 숙제"였다면서 "수색에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춘몽'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다. 카메라 워크는 꿈인지, 현실인지 규명하기 힘들게 인물들을 따라간다. 작품 속 캐릭터는 탈북자, 조선족 등 사회 약자들이 주를 이룬다.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사회적 메시지를 생각하고 촬영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삶을 진실하고 또 면밀히 그리면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이 나오는 것 같다. 특히 현장은 정신이 없기에 생각할 겨를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연변 출신인 장률 감독은 "그런 동네의 정서를 좀 안다"라면서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한국 사회가 이렇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평범한 '수색'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는 세 남자와 두 여자가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는 이야기"라면서 "동네 정서를 보는 정도라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덤덤하게 소감을 전했다.
'춘몽'은 '풍경'(2013) 이후 '경주'(2013), '필름시대사랑'(2015)로 이어지는 장률 영화 2기의 기념비 같은 영화로, 감독은 '꿈-영화-현실'이라는 세 가지 층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전 영화들이 조용한 관조를 통해 날카로운 현실비판을 시도했다면 '춘몽'은 한예리, 박정범, 양익준, 이주영이 위트와 진정성 사이를 자유롭게 누빈다. 뿐만아니라 배우 김의성, 신민아, 김태훈, 유연석, 조달환 등의 카메오 연기도 관객들에게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한예리는 '춘몽'에 대해 "한 번 보는 것 보다 두 번, 세 번.. 재관람을 할 수록 미묘한 감정선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면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 '춘몽'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며 전신마비인 아버지를 돌보는 젊은 여자 예리(한예리 분)와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세 청년(종빈, 익준, 정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이날 18시 관객에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이며 오는 13일 정식 개봉 예정이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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