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는 남편의 국회의원 선거 유세 첫날, 실종된 딸을 찾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손예진이 불안과 혼돈 속에서도 강한 집념을 가진 주인공을 연기했다. 그는 "일단 개봉된 영화만 봐도 여배우가 할 만한 시나리오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 시나리오가 있어도 투자가 실현되기까지가 힘들다. 여성이 주체가 된 이야기를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지 꽤 됐고,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철이 없는 40대 여배우와 철이 들어버린 10대 여중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굿바이 싱글'은 결혼과 출산에 관한 미혼 여성의 고민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남자친구와 배역을 잃고 삶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여배우 역은 김혜수가 맡았다. 그는 "차기작인 '소중한 여인'은 시나리오 받은 지 3년 만에 만들어졌다. 그만큼 투자받기가 어렵다. 몇십억을 들였는데 위태로울 수 있으니 만든 사람들이 용기 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관객들, "주인공 성별 상관없어"
여성 주인공이 나온 영화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입증된 바가 없다. 지난달 조선일보와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가 영화 관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영화를 선택할 때 주인공의 성별이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78.1%였다. 주인공의 성별에 따라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은 다섯 명 중 한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에 여자 주인공을 내세웠을 경우 투자받기 힘든 이유에 대해 묻자 이경미 감독은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여자가 단독 주연으로 나오는 시나리오의 경우, 남녀 공동 주연으로 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남자가 주인공인 경우, 육체적인 조건 때문에 액션 장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면은 있다"고 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투자자나 제작자들 중에서 여성 감독의 상업 영화에 대한 감각이 남성 감독의 그것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지금은 촬영 현장이 과거와 달리 전쟁터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독에게서 카리스마나 통솔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남성 감독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손가은 감독은 "내가 스태프를 뽑을 때 '여자 감독이라서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남자를 선호하는 것은 아무래도 현장의 언어 자체가 남성들의 언어인 데다가 이미 주된 인력도 남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남자가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해외 영화계에서도 성평등은 화두이다. 지난달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주목을 받았으며, 극장 밖에서는 여성 영화인들이 모여 영화계 성평등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었다. 최근 샌드라 불럭, 줄리엣 비노시, 리즈 위더스푼, 알리시아 비칸데르 같은 여배우들은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이 만드는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여성이다. 손예진은 "내가 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공효진과 '델마와 루이스'같은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잔 얘기를 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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