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마음의 부자' 김성규씨의 사전 사랑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11월13일 11시00분    조회:527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김성규

 

“숙명이라 할가…”

 

1983년 21세 때다. 중앙민족대학 조선어학과 3학년생 김성규(1962년 생)는 시간 날 때마다 훑어보는 《조선말사전(6권사전)》 속의 낯선 외래어에 점차 호기심을 갖게 되였다. 그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도 간단했다. 사전 속 외래어들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베껴보는 것.

 

무작정 베끼다 보니 어느새 3, 4천개 외래어를 접하게 됐다. 워낙 언어에 애착이 있어서 그는 그 외래어에 상응한 중국어도 알고 싶어 외래어 단어 번역을 취미삼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훗날의 사전편찬으로 이어지고 평생직업으로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대학교 4학년 때다. 우연 속에도 필연이 있다고 했던가? 졸업실습을 출판사에서 하게 되였고 출판 업무를 접촉하면서 외래어사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마음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1984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출판계통이 아닌 정부기관에 배치받았다. 그러나 사전에 대한 애착은 가셔지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었다.

 

김성규씨는 낮에는 맡은 바 사업을 착실히 완수하는 한편 저녁시간을 리용하여 사전편찬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사전 편찬은 인내력과의 싸움이였다. 표현의 자유가 무한한 문학작품과 달리 사전 편찬은 티끌 만한 상상력도 용납할 수가 없다. 무미건조하게 기계적으로 한페지 한페지씩 쌓아가는 과정이 혹독한 마음 수련의 과정이였다. 출근시간을 제외하곤 매일 6~7시간 정도 사전편찬에 심혈을 몰부은 결과 1년 만에 원고를 마무리지었다.

 

이내 들뜬 마음으로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했으나 결국 ‘퇴짜’를 맞았다. 무어라 간곡하게 당부하던 편집선생의 말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공든 탑이 일조일석에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다시는 이런 헛고생을 하지 않겠다고 원고를 트렁크 속에 처박아두고 몇년 동안 필을 놓았다.

 

그런 와중에 중국과 한국간 민간래왕의 문이 차츰 열리면서 그는 신문과 간행물을 통해 다시 낯설은 외래어를 접촉하게 되였다. 마음 속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사전 편찬’이란 소망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었다. 중한 교류에 외래어사전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다시금 사전 편찬 작업에 뛰여들었다.

 

원고 작성에 이어 조판까지 스스로 마쳤다. 리유는 단순했다. 활자조판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는 여기저기서 모은 돈으로 ‘386 컴퓨터’ 한대를 마련하고 조판프로그램을 깐 후 직접 조판에 들어갔다. 드디여 《한중외래어사전》이 1996년 료녕민족출판사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150만자 되는 이 사전은 국내 여러 대학 조선어(한국어)학과로부터 필수 공구책으로 선정되여 각광을 받았다.

 

사전 편찬에서 행복감, 획득감을 느낀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아예 출판사로 자리 옮겨 매일매일 사전 만드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러다 2001년 출판사에서 사직하고 지금까지 자유작가로 지내오고 있다.

 

《한중외래어사전》을 시작으로 그는 계속해서 2000년에 《한중외래어사전(중한대조편)》, 2001년에 《영-한-중 컴퓨터용어사전》(공저), 2005년에 《뉴밀레니엄 한국어외래어사전》, 2011년에 《신편 한국어외래어사전》, 2019년에 《포켓 한국어외래어사전》 등을 펴냈으며 큰 공을 들인 《중한대사전》(공저)도 출판을 앞두고 있다.

 

 

총 천여만자에 달하는 사전들을 펴낸 그는 지금도 매일 사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휴식 삼아 텔레비죤 방송을 시청할 때도 새 단어들이 나타나면 꼭꼭 메모하군 한다. 사전이 나오는 순간에도 세상에 새로운 말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에 사전 편찬은 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남자의 성공 절반은 녀자의 공로”라는 말은 김성규씨에게 너무나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모든 정력을 사전 편찬에만 쏟아붓는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아내는 소리없이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았고 짬만 나면 책상에 마주 앉아 원고를 정리해 주기도 했다. 아내의 든든한 뒤바라지가 그에게 큰 조력임이 틀림없다.

 

사전과 수십년간 인연을 이어오면서 비록 부와 지위 등 세속적인 성공을 얻지 못했지만 그는 "후대들에게 무언가 남겨줄 수 있는 보람찬 삶을 살고 있다"며 ‘마음의 부자’라 자칭했다.

 

료녕신문 최동승 기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흑토벌의 진달래(1)   새 중국 빙속 일인자 조선족 라치환의 이야기   만물이 파릇파릇 소생하는 지난 3월말, 취재팀은 ‘새 중국 창건 70주년’기획보도 취재차로 라치환 선생의 저택을 방문했다. 라선생은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운동건장의 모습을 보여주...
  • 2019-05-20
  • [국경70돐 특별기획] 제1자동차공장과 조선족건설자들(7) --남승헌: "기계로 물건을 가공하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습니다. 자동차공장에 오게 된 것도 손재간 때문이였지요." 1953년 5월에 제1자동차공장에 입사한 남승헌(南胜宪)은 자동차연구소 시험제조공장의 고급기능공이자 '만능공'으로서 손재주가 뛰여난 ...
  • 2019-05-15
  •        검찰사업에 종사한후 17년동안 김영매는 문제소년들을 바른길로 이끌고 그들의 성장에 줄곧 관심을 돌렸다. 김영매는 북경시3.8홍기수와 북경시검찰기관 선진개인, 북경시검찰기관 미성년자검찰업무기준병의 영예를 따내고 제7감찰부를 이끌어 전국청소년권익수호부서, 전국녀성문명서문, 북경...
  • 2019-05-13
  • 속산으로 중국을 놀래운 조선족‘속산 천재’오미령 인터뷰를 받고 있는 오미령씨. # 6살에 속산(珠心算)을 배우기 시작하여 11살 되던 해에 전국 선발시험을 통과하며 중국인민해방군 속산팀에 선발. 12살이던 1995년 12월에는 군대에 입대하며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힘들 법한 군대생활을 시작. ‘...
  • 2019-05-07
  •     이        름:  장현정(张贤静)   출  생  지:  길림성   민       족:  조선족   지원전공:  연기학과   입시성적:  중앙희극학원 9위, 북경영화학원 전국 2위, 녀학생 성적순위 전국1위, 상해희극학원 성...
  • 2019-05-06
  • 오사카경제법과대학 오홍민 박사 일본서 사회보장법을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   (흑룡강신문=하얼빈) 김선화 기자= 2019년 현재 일본에는 총768개소의 대학이 있는데 불완전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대학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 출신의 대학교수가 20~3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오사카경제법과대학의 오홍민 교수는 ...
  • 2019-05-05
  • 칭다오시 중한창업센터 정용진 사장의 특별한 보이차 사랑   지난해 11월 17일 청양에서 개최된 중한차업합작센터 설명회에서 정용진 사장이 사업소개를 하고 있다.      (흑룡강신문=칭다오)박영만 기자=매년 봄철이면 칭다오에서 윈난성의 심심산골에 가서 전문 몇백년 심지어 1000년 된 보이차 나무를...
  • 2019-05-05
  • 中동포 ‘롤모델’ 남기학 회장이 말하는 ‘조선족 경제’ ▲ 남기학 중국 예지아기술그룹 회장은 24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경제개방 초창기 지식있는 사람들은 한국이나 해외로 나가지 않고 연안도시로 나가 경제활동을 했다”며 “나도 그런 사...
  • 2019-04-30
  • 박차룡의 어릴적 소원은‘취득'이 였지만 지금은‘놓기', 즉 후대의 육성사업에 전념한다는 것.   타고난 씨름군, ‘천하장사’ 운명이랄가 박차룡(1958년 생)은 태여날 때 부터 씨름 장사의 천부적 기질을 가지고 태여난것 같다. 태여나자마자 저울에 떠보니 몸무게가 4...
  • 2019-04-29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