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을 부각하며 한동안 외면해왔던 실제 정규군 창설일을 다시 조명하고 나섰다.
북한의 각종 매체는 이달 초부터 광복 후 실제 인민군이 창설된 1948년 2월 8일을 '정규군 창설일'로 표현하며 의미를 되짚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2월 8일은 북한에서 1977년까지는 주요 국가 명절 중 하나인 '건군절'이었다. 그러나 1978년부터 김 주석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을 인민군 창설일로 바꾸고 '건군절'로 기념하고 있다.
건군절이 바뀐 이후 2월 8일은 북한의 국가 명절 목록에서 빠졌으며 관련 소식도 지난 38년간 북한 매체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2·8문화회관, 2·8예술영화촬영소 등 건군절을 기념한 주요 시설 명칭이 4·25문화회관, 4·25예술영화촬영소로 바뀐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북한은 다시 올해 들어 2월 8일을 기념일로 꺼내 들면서 이날을 정규군 창건일로, 4월 25일은 정규군의 모태가 된 혁명무력의 창건일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의 '건군절'로 부각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부터 '정규무력 건설의 나날에'라는 제목 아래 기획기사를 연재하며 김 주석의 항일부대가 1948년 2월 8일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됐고 '백두 혁명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방 이후 정규군 대오가 급속히 확대돼 현대적 군종·병종 건설에 필요한 기술 인재와 물질적 토대가 원만히 갖춰지게 됐다"며 군의 현대화를 부각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3일부터 '군기에 위훈 빛나는 조선의 영용한 근위부대들'이라는 제목으로 실제 정규군 창설일 기획기사를 연재하며 6·25 전쟁 당시 미군에 맞선 북한군 부대의 '무용담'을 다뤘다.
앞서 지난 2일 '정규무력 건설에 쌓으신 백두산 여장군의 불멸의 업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정규군 창설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모 김정숙의 업적 중 하나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북한이 이처럼 38년만에 무시했던 정규군 창설일을 집중 부각하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은 최근 강도가 높아지는 미국의 압박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을 갖춘 정규군의 현대화, 6·25 전쟁 '무용담' 등을 부각해 대북제재와 '북한 붕괴' 발언 등 최근 미국의 압박에 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매년 봄 반복되는 한미군사훈련에 앞서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2월 8일'을 띄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대북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대화든, 대결이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 같다"며 "다만 김정은 신년사에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매년 기념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봉황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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