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 야마구치구미(山口組)가 고베(神戶) 본부에서 10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일본 경시청이 2013년 집계한 야마구치구미의 조직원 수는 1만6000여명이다. 2010년 2만명에서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경제 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작년 조직의 연수입은 800억달러(약 86조5840억원)에 이른다. 야마구치구미가 기업이라면, 글로벌 기업인 히타치(작년 959억달러)에 이어 일본에서 매출 8위에 해당한다.
1915년 고베항에서 소규모 폭력 집단으로 시작한 야마구치구미가 100년간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산케이(産經)신문, 뉴스위크 등은 이 조직이 성공적인 현대 기업의 경영 모델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마약 밀매, 매춘 등과 연관된 불법 사업이다. 하지만 불법 사업 이외에도 연예계,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야쿠자 조직들이 연예 기획사에서 돈을 뜯어내고 있던 1958년, 야마구치구미 3대 보스 다오카 가즈오는 100만엔을 투자해 연예 기획사 '고베 예능사'를 세웠다. 당대 최고 인기 스타 미소라 히바리 등을 소속 가수로 뒀다. 고베 예능사는 이들을 통해 안정적 수입을 올렸고, 지역 유지에게 표를 강매해 부차적인 수입도 올렸다.
1980년대 거품 경제 시절 이들은 부동산·주식·미술품 투자로도 눈을 돌렸다. 싼값으로 사들인 물건들을 지하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되팔아 큰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거품 경제가 꺼져가기 시작하자, 발 빠르게 새로운 성장 산업인 부실 채권 정리업에 뛰어들었고, 가치가 폭락한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도 탁월했다. 가장 큰 위기는 1992년 일본 정부가 야쿠자 근절을 위해 '폭력단 대처법'을 실시하면서 찾아왔다. 단속 강화로 야쿠자계에 장기 불황이 시작됐다. 야마구치구미는 이때 몰락하는 작은 조직을 인수·합병해 세력을 키우는 수완을 발휘했다.
주먹을 쓰는 '어깨'만이 아니라 지능형 경제사범을 적극 활용한 것도 2000년대 이후 야마구치구미의 생존 전략으로 꼽힌다. 2007년 금융·IT 전문가들과 협력해 유명 인터넷 기업을 사 들여서 주가 조작으로 폭리를 취하려다가 당국에 적발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야마구치구미는 세계 다른 조직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화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와는 해산물 밀수 분야에서, 우즈베키스탄 폭력 조직과는 우즈베키스탄 매춘 여성을 일본에 공급하는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야쿠자 전문가인 미조구치 아쓰시는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이들은 외부 세력과 협조를 할 때 외부 세력에 의해 자신의 조직이 공격받는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 공헌' 분야 역시 야마구치구미가 진출한 영역이다. 작년 야마구치구미는 마약 추방 운동을 장려하고, 사회 공헌 활동을 부각시키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불우 이웃을 돕고, 명절에 동네 주민에게 떡을 돌리거나 동네 청소를 하는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튼튼한 인력이 많다는 강점을 활용해 지진, 태풍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자위대보다 먼저 재해지로 들어가 피해자를 돕는 일도 일본 신문에 종종 보도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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