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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겨눈 권총서 살아난 뒤…'남미 힐러리'에게 생긴 반전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9월5일 07시05분    조회: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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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 자택 앞에서 한 남자가 귀가하는 페르난데스 부통령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다. 용의자는 암살을 시도했지만 발사에는 실패했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브라질 국적 용의자를 현장에서 붙잡아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 자택 앞에서 한 남자가 귀가하는 페르난데스 부통령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다. 용의자는 암살을 시도했지만 발사에는 실패했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브라질 국적 용의자를 현장에서 붙잡아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69) 아르헨티나 부통령이 아르헨 정계에서 새로운 기록을 만들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머리를 겨냥한 총이 불발돼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으면서다. 국내외에 참사가 될 뻔한 이번 사건으로 그가 영부인과 재선 대통령, 부통령이란 이력에 또 다른 기록을 추가할지 여부를 놓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부인은 상원의원…‘키르츠네르주의’ 창시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영부인과 대통령을 잇달아 역임하고도 다시 부통령이 된 아르헨티나 정계 거물이다. 2003~2007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낸 남편 네스토르 케르츠네르의 뒤를 이어 2007~2015년 대통령을 지냈다. 당시 세계 최초로 부부의 연속 대선 당선 기록을 세웠다. 남편 집권 시기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군부독재 잔재 청산에 나서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본인이 집권한 이후로는 경기침체 등으로 한때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아르헨티나의 좌파운동 ‘키르츠네르주의’를 탄생시켰지만, 2010년 남편이 심장병으로 사망한 후 경제실패 책임이 불거지고 각종 구설에도 휘말리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퇴임 후 경제가 더 추락하자 2019년 12월 정권을 되찾아 그가 대통령 재임 시절 총리였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체제에서 부통령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과 상하 관계가 뒤바뀌면서 “실권자는 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할 정도다.

2019년 5월 21일 법원 재판에 출석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당시 상원의원. AFP=연합뉴스

2019년 5월 21일 법원 재판에 출석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당시 상원의원. AFP=연합뉴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아르헨티나 명문인 라플라타 대학교 법대 재학 중 같은 학교 학생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를 만나 1975년 결혼했다. 76년 군부 독재가 시작되자 남편의 고향으로 이주해 변호사 활동을 했다. 남편은 89년 리오가예고스 시장에 이어 91년 산타크루스 주지사에 당선된 후 2003년 대통령 취임까지 주지사를 지냈다. 페르난데스 역시 95년 산타크루스주 연방 상원의원이 된 후 지방 주지사이던 남편보다 더 유명해졌다. 이런 삶의 궤적이 힐러리 클린턴과 비슷해 ‘남미의 힐러리’란 별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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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도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2007년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남편 대신 대선에 나서 당선됐다. 2011년 대선에서도 남편에 대한 추모 열기와 경제 반등에 힘입어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됐지만, 4년 임기 재선까지만 연임이 가능한 헌법 개정을 시도해 3연임을 노리면서 독재자의 면모를 보였다는 비난도 받았다. 결국 2015년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긴 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다 2019년 부통령에 당선됐다.

‘반역죄’ 제소 검사는 숨진 채 발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 지지자들이 2일(현지시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앞 마요 광장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페르난데스 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연방 검찰은 지난달 25일 부패 혐의로 공직 박탈과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그가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 공공도로 사업을 지인에게 불법으로 몰아줘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국고 손실을 입혔고 일부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현지에선 찬반 지지자들의 맞불 시위가 격해지면서 수천 명이 거리에 나서 경제 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가 국가적 혼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에 대한 이번 암살 미수 사건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던 중 발생했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엔 연방 법원의 한 판사가 반역 혐의로 그에 대한 의원면책특권 정지 요청을 했다. 94년 85명이 숨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대인 커뮤니티센터 폭탄테러 사건에서 그가 2013년 이란 정부와 모의해 이란인들의 범죄 사실을 은폐했다는 혐의다. 해당 혐의로 페르난데스 부통령을 연방 법원에 제소했던 알베르토 니스만 검사는 며칠 후 자택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야당은 페르난데스가 그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이 혐의를 기각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암살 미수사건은 오히려 그의 입지를 더 강화한 모양새가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보수주의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지지층은 여전히 두텁다”며 그가 내년에 대통령에 복귀할 것이라는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암울한 지지율로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NYT는 “그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항소하면 향후 몇 년간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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