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일본이 끝장나도 우리는 행복하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2월19일 13시13분    조회:239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기성 세대에 가하는 통렬한 일격


미래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일본 젊은이들은 현재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다.


2010년 말, 당시 만 26세였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한 외신 기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이처럼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왜 저항하지 않는 겁니까?” 당시 일본의 세대 격차에 대한 기사를 쓰던 그 기자는 심각한 고령화로 젊은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태연한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후루이치는 명료하게 답한다.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최악의 경기 침체 속에서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일본 젊은이들이 행복하다니? 지난해 12월 한국에 출간된 후루이치의 저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왜 일본 젊은이들이 행복한지를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신간이 아니다. 일본에선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출간돼 이미 현지 언론과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나온 지 3년이나 지난 책이지만 당시 젊은이들이 겪었던 문제는 지금도 거의 변함없기에 출간 시기가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올해 한국 나이로 31세가 된 저자 후루이치는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자 게이오기주쿠대 SFC연구소 방문 연구원이다. 이미 일본에서만 5권(공저 포함 10권)의 책을 썼고, TV와 신문에 활발하게 주장을 개진한다. 한국의 한윤형, 노정태나 미국의 에즈라 클라인 같은 ‘젊은 논객’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후루이치는 대체로 기자 출신인 타 젊은 논객과 달리 본분이 학자라는 사실이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사회학자로서의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난 책이다. 논문을 방불케 하는 성실함은 이 책의 미덕이다. 1장부터 6장까지, 각 장 별로 주제를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와 자료를 풍부하게 인용한다. 마치 사회학 학위 논문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453개에 달하는 주석만 봐도 그렇다.

저자 본인이 말하듯 “이 책에서 다룬 소재 중에 ‘특별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인터넷에 공개된 통계 자료에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엮어 젊은이들의 현재를 연구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일본 젊은이들은 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이상의 통찰이 담겨 있다.


그들이 행복한 이유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 민음사 펴냄 / 1만9500원
사실 ‘일본 젊은이들은 왜 행복한가’라는 저자의 문제 의식만 놓고 보면 책 전체를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선 2장, 6장만으로도 충분하다. 먼저 후루이치가 내놓은 답부터 살펴보자. 그는 일본 젊은이들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어울려 여유롭게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생활 방식”을 취한다고 말한다. 즉 “사회라는 커다란 세계에서는 불만을 느끼지만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작은 세계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이 보기에 세상은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행복한 미래를 달성하기도 불가능하다. 그래도 상관 없다. 어쨌든 그들은 부모 세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때문이다. “게임기 Wii나 PSP를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 상황, 또 이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회관계적 자본(친구, 연인 등)을 갖고 있다면,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후루이치는 말한다. 일본 젊은이들은, 설령 앞날이 어두울지언정 현재 그 정도 여가는 즐길 만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

현재 젊은이들에게 부모 세대처럼 열심히 일해서 집과 차를 마련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전망이 있다면, 아마 대다수 젊은이는 그런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상당 부분 희생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이들에겐 미래가 없다. 더 바랄 만한 미래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어울려 여유롭게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생활 방식”을 택하고, 그 결과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것이 후루이치가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는 결론이다. 미래가 없기 때문에 현재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니, 젊은이로서의 패기나 도전 정신은 온데간데없어진 듯하다. 기성세대도 앞다퉈 젊은이들을 비판한다. 후루이치는 ‘사생활에 파묻혔다’거나 ‘시야가 반경 2미터에 불과한 신변제일주의’라는 등 젊은이들을 향한 기성세대의 비판도 소개한다. 이래도 좋은 걸까?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한 젊은이들이 주류인 일본에 미래가 있을까?


마법에서 풀려난 젊은이들

이 책의 진가는 이 지점에서 나온다. 후루이치는 젊은이들을 향한 기성 세대의 의견에 비판적인 시각을 곳곳에서 내비친다. 후루이치에 따르면 기성세대의 비판은 1900년대 일본이 전쟁을 벌이고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젊은이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단한 기성세대의 헛발질에 불과하다. 20세기 일본 기성세대는 젊은이를 황국의 병사로, 고도성장 사회의 소비자로, 또는 새로운 유행을 일으키는 트렌드 세터로 부각시키면서 ‘편리한 협력자’ 취급을 해왔다. 오늘날 일본 사회가 ‘잃어버린 20년’ 속에서 크게 변하며 젊은이들이 협력자 역할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기성세대는 다시 젊은이를 일본이라는 국가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노력한다.

후루이치가 보기에 ‘편리한 협력자론’은 애초에 기성세대가 만든 허구였다. 오늘날이라고 그런 허구가 통할 이유는 없다. 젊은이들의 국가관을 보여주는 3장은 그래서 빛난다. ‘젊은이들이 왜 행복한가’라는 질문과는 사실상 크게 상관없음에도 이 책의 백미라고 할 만한 부분이다. 이 장에서 후루이치는 일본이라는 국가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시각이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20세기 일본은 민족주의의 광풍에 휩싸였다. ‘전쟁에서 이기겠다’거나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국가의 목적에 따라 남녀노소 모두가 일치단결했다.

경제 성장이 멈추면서 한 세기를 풍미했던 민족주의 열기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일본 젊은이들은 일본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그것은 ‘일본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는 민족주의라기보다 ‘일본 붐’과 같은 것이다. 평상시 젊은이들은 일본이라는 국가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일본 내의 정치·사회적 문제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 2005년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쟁이 일어나면 국가를 위해 싸우겠느냐’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일본 젊은이(15~29세)의 비율은 고작 7.7%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경기에선 열광적으로 일본을 응원한다. 후루이치는 이를 “일본을 빌미로 한바탕 요란하게 즐긴 데 지나지 않는다”고 평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나는 이런 분위기야말로 오히려 환영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다’는 주장으로 시작했지만, 후루이치가 이 책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일본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며 젊은이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기성 세대에 이렇게 한마디 던지는 것이다. “일본이 끝장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뭐?” 더 나아가 후루이치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이 사라지더라도 일찍이 일본이었던 나라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굳이 ‘일본’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젊은이’들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하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끝장날지 모른다고 해서 그 젊은이들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거나 행복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지금 일본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기성 세대 아닌가? 민족주의라는 마법에서 비로소 풀려난 젊은이들, 국가에 삶을 바치는 대신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택한 젊은이들을 탓하지 마라. 후루이치가 ‘행복한 젊은이’라는 주제로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

 뉴스위크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사망자 115명…주총리 "2개월 이내 원인규명"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인도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압사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느는 가운데 경찰의 곤봉사용이 사고를 유발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 다티아 지역의 힌두사원 '라...
  • 2013-10-15
  • [서울신문 나우뉴스]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시민들의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허핑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예산 문제로 상당부분의 기능이 정지되면서 시민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이를 메꾸려는 노력이다. 지난 주말 참전용사 출신으로 구성된 재난 구조 ...
  • 2013-10-15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2013년 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의 노벨경제학상은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 라스 피터 핸슨 교수,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AP=연합뉴스) "자산 가격의 경험적 분석 공로"…2000년부터 美학자들 수상 독점 실러 "믿기지 않...
  • 2013-10-15
  • [서울신문 나우뉴스]신체 절단사건이 끔찍한 화형으로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유럽계 남자 2명이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끔찍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두 남자에 불을 붙인 건 분노한 주민들이었다. 사건은 실종됐던 8살 어린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아이는 성기...
  • 2013-10-15
  • 22곳 수용소 포화 상태…밀입국 중개업자 수법 못 따라가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리비아가 넘쳐나는 불법 외국인 난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수용 시설이 부족해 동물원에까지 난민들을 밀어 넣는 상황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와 지중해를 사이에 둔 리비아...
  • 2013-10-14
  • 전문가들 '설마'…"현실화 땐 세계 경제에 재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증액하기 위한 정치권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재무부가 시한으로 경고한 날짜인 17일(현지시간)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초긴장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그동안 '새는 곳...
  • 2013-10-14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13일 약 천명이 참가한 소란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측은 공공질서 파괴죄로 약 380명을 체포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 전시의 경계등급이 제고되었으며 러시아이민연합회는 외국인들이 공공장소에 가지 말 것을 바랐습니다. 10일 새벽, 모스크바 서부 버유레보지역에서 세르바코브라고 불리우...
  • 2013-10-14
  • 중국, 영국 부동산·인프라 사업 투자로 화답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작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이후 18개월 간 냉기류에 휩싸여온 영국과 중국 간 외교관계가 화해 무드로 접어 들었다. 13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13일...
  • 2013-10-14
  • 대일항쟁기 강제동원委, 여성노무자 강제동원 피해실태 분석 평균 연령 16.46세…일본·중국·러시아·남양군도로 끌고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일제가 강점기에 9살 여아는 물론 10대 초중반의 어린 소녀들을 무차별적으로 끌고가 탄광과 공장에서 중노동시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
  • 2013-10-14
  • 생후 5주 신생아의 신장 이식으로 새 삶을 찾은 여성 [서울신문 나우뉴스]생후 5주의 신생아가 20대 여성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나 감동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13일 보도했다. 영국 웨스트요크셔에 사는 사미라(22)는 얼마 전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녀의 수술이 특별한 이유는 ...
  • 2013-10-14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