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1일간 잠복기 지나야 감염 판명… 보건당국, 추적검사에 전력 기울여 독일서 치료받던 유엔직원 숨져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가 나온 가운데 에볼라 감염자들과 접촉한 미국인들이 최대 100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 사회의 ‘에볼라 포비아(공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댈러스 모닝 뉴스는 이미 에볼라로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덩컨 씨 접촉자 중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은 48명이고 덩컨 씨를 치료하다 감염된 베트남계 여성 간호사 니나 팸 씨(26)처럼 전염 우려가 있는 의료진은 51명이라고 13일 전했다. 미 보건당국은 이들 99명의 에볼라 잠복기(최대 21일)가 끝나는 19일(입원 전 덩컨 씨와 접촉), 31일(입원 뒤 덩컨 씨 치료 도중 접촉)이 에볼라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추적검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토머스 프리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에서 (덩컨 씨와 팸 씨 등) 에볼라 환자들과 접촉한 이들 중 감염자가 더 나온다고 해도 놀랄 게 없는 상황”이라며 에볼라 대응체계에 구멍이 나 있음을 시인했다. 이어 “에볼라 통제와 관련한 접근법 자체를 재고(rethink)해야 할 상황이며 일단 의료진 교육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회견에서 “안전규정 위반이 감염을 일으켰다”며 팸 씨에게 감염 책임을 돌려 미국간호사연합(NNU) 등의 반발을 산 데 대해선 “그렇게 비쳤다면 유감이다”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팸 씨는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생존한 익명의 의사로부터 수혈받았으며 이날 현재까지는 의학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라고 CNN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실비아 버웰 보건장관은 물론이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불러 회의를 갖고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에볼라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에볼라 관련 보험상품은 아직 없어 해외여행이 잦은 기업인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고 미 일간 USA투데이가 전했다. 미 CDC는 에볼라 발병 국가를 여행하는 자국민에게 여행자 보험을 구매하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실험약물 투여 같은 생존에 필요한 조항은 대부분의 보험상품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에볼라가 창궐하고 있는 라이베리아의 의료종사자 노조가 에볼라 치료에 따른 위험수당과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매달 750달러(약 80만 원)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 수령액은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에서는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본국에 이송된 뒤 치료를 받던 56세 유엔 직원 1명이 사망했다고 당국이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