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조선족 만나보니…분노와 소외, 이미지 추락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희생자들도 있다. 바로 외국인 희생자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24일 현재 외국인 희생자는 5명이고 이 가운데 4명은 중국 국적자다.중국인 피해가 유난히 많은 만큼 국내 체류 중국인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 대림동과 인천 차이나타운 등 조선족과 화교,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을 찾았다.
21세기 최악의 해난사고로 기록될 만한 비극적인 참사에 이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망가진 재난시스템과 느슨한 처벌관행, 외국인 희생자에 대한 무관심에는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 분노…"중국에선 총살감"
어느 누구 가릴 것 없이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에는 분통을 터뜨렸다. 차이나타운 제과점에서 일하는 A 씨는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사실에 분개하며 "10년, 20년만 살고 나와선 안 된다. 이 문제에 대해 법률은 당연히 보호해주지 말아야 한다"며 강도높은 처벌을 요구했다. 또 중국 국적의 중학생 1명이 희생자에 포함됐다는 중국 언론 보도를 접하고 "중국은 아이를 한 명만 낳기 때문에 아이만 바라보고 산다. 부모의 슬픔이 클 것"이라고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조선족 근로자 김모(64) 씨는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을 보면 적개심이 올라온다. 중국에서는 선장이나 승무원들은 다 총살감"이라고 꼬집었다. 대림동 중국인거리에서 만난 다른 조선족 역시 "한국의 법은 엄격해야 할 때는 안 엄격하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해운사와 협회의 비리와 불감증을 불러와 초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서울 대림동 중국인거리에서 만난 B 씨는 조선족 동포의 죽음을 언급하며 "돈 벌러 왔으니 다같이 잘 돼야 되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에 중국 다롄(大連)에서 배편으로 인천에 도착한 다음날인 16일 사고 소식을 접해 적지 않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 수치…"한국은 안전보다 돈"
차이나타운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쑹웨이춘(宋維春·65) 씨는 세월호 참사를 '자본주의 시스템이 부른 재난'이라고 정의했다. 쑹 씨는 "한국은 자본주의다 보니 돈을 버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꼬집은 뒤, 악천후 속에서 배가 출항한 점에 대해 "안전규정에 따라 그 배는 출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실추된 이미지는 해외 여행객 유치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쑹 씨는 "친구가 세월호 사고 이후 한국의 관리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다고 느껴 한국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면서 "하늘에서도, 바다에서도 사고가 생기는데 어떻게 오겠냐?"고 반문했다.
우리 정부의 늑장대응도 도마위에 올랐다. 입국한 지 5년째 됐다는 저우궈시아(周國霞‧48) 씨는 승객들을 갑판위로 대피시키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밖으로 일찍 나왔으면 진작에 구조됐을 것 아니냐. 귀중한 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헬기와 배가 지나갔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 소외…"외국인 죽었다, 이걸로 끝"
중국인의 죽음에 대해 비교적 무관심한 정부와 언론의 태도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차이나타운 화교협회 직원인 한 화교는 현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외국인 4명 죽었어요', 이걸로 끝"이라면서 "만일 우리 애들이 배 타고 갔으면 이름도 안 떴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림동 중국식당에서 만난 중국인 근로자는 식당 안에서 흘러나오는 방송뉴스를 가리키며 "(한국) 학생만 죽었다고 그러지 않냐. 중국사람 중 어떤 사람이 희생당했는지 보도에서 못 듣고 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1999년부터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다는 석모 씨는 정부의 후속대책에서 생길지도 모를 차별 가능성을 우려했다. 석 씨는 "지금까지 조선족이 당했던 사고에서 조선족에 대한 보상이 한국인과 크게 차이가 났었다"면서 "똑같이 현장에 있었으니 똑같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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