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극우 혐한시위, 재일 한국인 모욕”
국무부 인권보고서 사례들며 비판… “교육-연금 등 시민권 행사도 차별”
도쿄 한류타운서 “한국인 죽여라”, 주말마다 시위… 식당 등 매출 뚝
일본 도쿄(東京) 한류 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 거리에 있는 한국 식당들은 요즘 혐한(嫌韓) 시위 한파를 맞고 있다. 28일 신오쿠보 역 앞 식당에서 만난 A 삼겹살 전문점 종업원은 “내수가 호황인데도 이곳의 매출은 갈수록 떨어진다. 정치적인 한일 갈등도 원인이 되겠지만 극우들의 혐한 시위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 가게 종업원들도 ‘신오쿠보=데모와 욕설의 도시’라는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가 지켜보니 지난해 신오쿠보는 주말마다 극우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재일한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재특회)’ 회원들이 주도가 돼 “한국인을 죽여라”, “한국 여성을 강간하라”고 외쳤다. 가게 간판을 걷어차고 종업원 얼굴에 침을 뱉는 시위대까지 있었다.
혐한 시위는 지난해 올림픽 개최지 발표를 앞둔 7, 8월 잠깐 주춤하다가 9월 8일 개최지가 도쿄로 결정되자마자 다시 열렸다. 이때부터는 혐한 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대까지 모였다. 혐한 시위대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 올렸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수치가 세계로 알려지는 데 불을 댕기는 역할을 했다.
미국 국무부는 2월 27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혐한 시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일본 내에서 한인들을 괴롭히던 혐한 시위가 국제 인권문제로 비화했다”고 풀이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혐한 시위에서 일본의 극우단체들이 인종 모욕적 용어를 사용하고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이나 종교에 대한 증오 섞인 발언)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6월 17일 시위 과정에서 재특회 회장을 비롯한 4명의 극우인사들이 당국에 체포된 사실도 소개했다.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은 재일 한인들은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국무부는 “이들은 일본에 영구적으로 살면서도 정치적 권리 등 시민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일 한인들이 주택 구입과 교육, 정부 연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일본 정부의 귀화 승인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일본에 귀화한 재일 한국인은 5581명이었다.
국무부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필리핀계 영주권자들도 다양한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호텔과 음식점 등에는 아직도 ‘일본인만 출입’ 표시가 걸려 있어 특정 외국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저명한 비정부기구(NGO)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유덕영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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