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동물원협회 "멸종않도록 안락사통해 종 다양성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의 기린 도살 후폭풍이 거세다. 비난이 쇄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원 관계자가 살해위협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물원과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가 이번 일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대변인 토비아스 스텐바에크 브로는 10일(현지시간) 자신과 동물원의 과학감독이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여러차례 살해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 코펜하겐 동물원의 사자가 공개 도살된 기린의 사체를 먹고있다. (AP=연합뉴스)
↑ 공개 도살된 18개월짜리 기린 '마리우스' (AP=연합뉴스)
↑ 어린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펜하겐 동물원 관계자들이 기린을 총으로 사살한 후 절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메일 중에는 "코펜하겐 동물원 직원의 자녀들도 모두 살해되거나 암에 걸려야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미국 CBS방송이 보도했다.
앞서 코펜하겐 동물원은 지난 9일 근친교배를 막아야 한다며 두살배기 수놈 기린 '마리우스'를 총으로 쏴 죽인 후 껍질을 벗긴 사체를 사자에게 먹였다. 이 모든 과정이 관람객들이 보는 앞에서 진행됐다. 동물원 관람객의 대다수는 어린이들이다.
동물원 측은 도살과정 등을 공개한 것에 대해 "동물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온라인에서 비난이 쇄도하자 동물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건강한 기린을 도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Q&A 코너를 게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마리우스의 사체를 사자에게 먹이는 과정은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동물원 측은 동물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를 어린이들이 이 지켜볼지는 부모들이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브로 대변인은 AP 통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사진을 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기린의 몸 구조를 이해할 기회를 어린이들에게 줬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동물원은 기린 근친교배를 막아야 한다는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의 규정을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브로 대변인은 "사육 공간이 없거나 그 동물이 더이상 흥미롭지 않을 때 도살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동물원을 찾지 않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던 귀여운 아기 동물이 성장하면 더이상 흥미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EAZA의 레슬리 딕키 이사는 미국 CNN을 통해 EAZA는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취약한 종의 보호를 가장 중요한 임무로 수행하고 있다면서, 기린이 오랜 기간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딕키 이사는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기린 종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안락사 방식으로 (불필요한 개체를) 솎아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기록이 남아있는 1828년 이후 EAZA 소속 동물원에서는 기린 도살이 다섯차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매년 전세계적으로 인간의 소비로 인해 도살되는 건강하고 어린 동물의 숫자가 600억여 마리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보라"면서 근친교배는 해당 종을 질병에 취약한 상태로 이끄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안락사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딕키 이사는 안락사를 피하는 방법으로 피임, 거세, 야생 방류, EAZA 관할 외 동물원으로의 이주 등도 고려했지만 모두 부작용이 있어 채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펜하겐 동물원은 동물 보호와 연구의 모범을 보여주는 곳으로 우리는 그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마리우스를 도살하던 날 코펜하겐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은 7천명이었으며 이중 도살에 항의한 사람은 15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한편, 동물애호단체인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바라는 사람들'(PETA)의 영국지부 대변인 엘리사 앨런은 마리우스의 도살이 동물원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야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원은 지능있는 동물들을 이익을 위해 가둬두는 곳일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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