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노체트 군사정권 피해자-가해자 딸 맞대결로 압축
- 1차 투표서 압도적 지지 확인한 바첼레트 당선 유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죽마고우에서 정적(政敵)으로’
역대 최다인 9명의 후보가 출마한 칠레 대통령 선거가 중도좌파와 보수우파를 대표하는 두 여성 후보의 맞대결로 좁혀졌다.
특히 이번 대결은 단순한 정파간 대립 구도 뿐만 아니라 지난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주도했던 군사 쿠데타와 이후 군사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투표에서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62·여)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보였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보수우파 에벨린 마테이(60·여) 후보와 다음달 15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바첼레트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칠레의 사상 첫 여성대통령을 역임했으며 퇴임 후 유엔 여성기구(UN Women) 대표직을 맡았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 후보로 나섰다. 누에바 마요리아는 사회당, 기독교민주당, 민주사회당, 급진당 등 4개 정당을 중심으로 중도좌파 정치세력이 참여하고 있다.
보수우파연합 ‘알리안사(Alianza)’ 후보 마테이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알리안사의 주축세력은 마테이가 속한 독립민주연합(UDI)과 피녜라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개혁당(R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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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바첼레트(왼쪽)와 에벨린 마테이(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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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첼레트와 마테이 모두 공군 장성인 부친 덕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그러나 둘은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1990년)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딸이 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걸어야했다.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 당시 바첼레트의 부친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살바도르아옌데 전 대통령 편에 섰다가 체포돼 옥사했다.
반면 마테이의 부친 페르난도 마테이는 쿠데타를 지지했고 그 대가로 피노체트 정권에서 장관을 지냈다.
한편 결선투표에서는 바첼레트의 승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 공공연구센터(CEP) 여론조사 결과 바첼레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성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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