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지옥의 땅’ 벗어났지만…탈출 교민들 “앞길 안 보인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1월16일 06시46분    조회:346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초대형 태풍 하이옌 탓에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생활기반이 붕괴된 필리핀 레이테주 타클로반을 벗어나려는 필리핀 사람들이 15일 새벽(현지시각) 공항 관제탑 위로 떠오른 무지개 아래에서 군 수송기를 탈 기회를 얻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타클로반/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필리핀 태풍 피해 현장 르포

정세라·김정효 기자 5신


“헬프!”

15일 새벽 5시30분(현지시각) 필리핀 타클라반 공항. 아직 어둑한 새벽이지만 미군 수송기가 상공에 뜨자 필리핀 어린아이가 울부짖으며 활주로로 달려나왔다. 공항은 8일 태풍 하이옌으로 ‘죽음의 도시’가 된 타클로반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필리핀 사람들과 외국인 등 수천명이 며칠째 노숙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줄을 서 있어, 밤마다 고통에 울부짖는 아이들로 아수라장이다.

태풍서 살아남은 여섯 가족

약탈·폭력 아비규환 벗어나

겨우 긴급 수송기 올라탔지만

생활기반 송두리째 잃어버려

“다시 살아남을 일 걱정” 한숨


이런 상황에서 한인 교민들은 14일 자정께 처음으로 세 가족 11명이 한국 정부의 주선으로 미군 수송기를 타고 타클로반을 탈출했다. 이어 15일 또다른 세 한인 가족이 한국 공군기를 타고 지옥의 땅을 벗어났다. 이들은 쓰나미처럼 모든 것을 쓸어버린 태풍에 저마다 삶과 죽음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겨야 했다.

■ 생존 타클로반 빈민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박노현(44) 목사는 8일 아침 7시 아내 및 딸(5)과 함께 집에서 아침식사를 하다가 심상찮은 바람소리를 들었다. 바닷가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이라 태풍 걱정을 하긴 했지만, 어렵게 가꾼 교회와 집, 현지 빈민인 교인들을 두고 떠나는 게 마음에 걸려 남은 터였다. 태풍의 위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바람소리가 거세진다 싶더니 순식간에 시커먼 물이 집 안으로 밀려들고,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어렵사리 교회로 도망쳤더니, 현지 교인 가족 등 30명가량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교회 건물에도 흙탕물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아이들을 먼저 다락으로 피신시키고 어른들도 서둘러 좁은 다락에 올라섰지만 비바람은 멈출 줄 몰랐다. 박 목사는 “교회 지붕마저 날아가면 끝장이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지붕을 꽉 붙들고 있었는데, 다행히 물이 다락 바로 아래서 멈췄다”며 “물이 다 빠진 뒤 낮 12시쯤 교회 밖으로 나서니 세상은 이미 진흙과 무너진 건물, 시커먼 물로 뒤덮이고 주검이 사방에 뒹구는 쓰나미 직후의 상황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 탈출 끔찍한 태풍은 지나갔지만, 더 공포스런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끼리의 아귀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박 목사처럼 현지에서 빈민 목회 활동을 하는 사공세현(40) 선교사는 “태풍 다음날 시내에 나가 보니 사람들이 식량과 생필품을 찾아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약탈과 폭력이 난무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근 대형 쇼핑센터, 슈퍼마켓 등 어디든 물건이 남은 곳이라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쌀·생필품 따위를 차지하려고 서로 치고받고 싸워 힘센 사람이 차지하는 살풍경이 빚어졌다”며 “전기·통신 등이 모두 끊겨 도움을 청할 길이 없는 상황에서 가족과 교인을 살리려면 남은 식량이 떨어지기 전에 누군가 외부로 나가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풍이 온 지 사흘째인 11일 밤, 사공 선교사가 향한 곳은 세부섬으로 나갈 배편이 있는 오르모크였다. 평소에도 비적떼가 출몰하는 위험한 밤길을 자전거를 끌고 홀로 가야 했다. 혹여 지나가는 차를 얻어탈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약탈 총성이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낯선 외국인을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그는 결국 차로 두세시간 거리를 22시간 동안 걸어 12일 오후 5시께 오르모크에 도착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통신이 연결되자 기함할 소식이 들렸다. 태풍으로 무너진 타클로반 교도소를 탈옥한 죄수들이 시내에서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외부 선교단체에 연락해 도움을 청하고는 비상금을 털어 오토바이를 세 내어 타클로반으로 되돌아갔다”며 “돌아가는 동안 식량창고를 약탈하는 모습, 총을 들이대고 오토바이를 뺏는 모습, 주유소에서 기름을 약탈하는 모습 등 온갖 광경을 목격해 가족들 걱정으로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일 밤에 타클로반에 도착하자 박 목사와 의논해 통행금지가 풀리는 다음날 새벽 5시가 되면 무조건 차량과 기름을 구해 가족들만이라도 타클로반 바깥으로 탈출시키기로 했다. 이들은 대여섯시간 이상 떨어진 사마르섬 북부로 가족을 가까스로 실어냈다. 그런데 이젠 현금이 한푼도 없었다. 사마르섬은 워낙 가난한 곳이라 은행을 찾기 어렵다. 현금이 떨어지니 오도 가도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 외교부가 필리핀의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인 ‘졸리비’ 점포를 통해 긴급자금 2만페소를 보내와 곤경을 면했다. 이들은 14일 타클로반으로 돌아와 미군 수송기를 통해 탈출할 기회를 얻게 됐다.

■ 상실 현지 한인들은 대부분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부는 생활 기반을 송두리째 잃고 망연자실했다. 14일 타클로반 공항에 도착한 한명학(66)씨는 태풍 해일에 휩쓸렸을 때 깊이 찢어진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에게는 필리핀인 아내와 어린 딸 애진(5)이가 있다. 그는 필리핀에 온 지 20년째다. 타클로반에서 중고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고 한 시간 거리인 둘락 지역에서 차량 4대와 가라오케 기계 200여대로 렌트 사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바닷가라 성한 건물이 없을 정도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그는 “아내와 딸을 타클로반 2층 가게 건물에 피신시키고 난 재산을 지키느라 바닷가 창고에 남았는데 순식간에 밀려온 흙탕물 파도에 휩쓸려 지갑에 든 5000페소(12만원) 말곤 아무것도 없다”며 “나흘간 굶다가 타클로반에 돌아와 쌀 가진 사람들에게 사정해 식량을 사고 나니 남은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14일 마닐라로 떠난 뒤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재기를 모색해볼 계획이지만, 모든 게 아득한 모습이었다. 그는 “살아남을 일이 걱정”이라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날 필리핀에서 신고가 들어온 55명의 재외국민의 안부를 확인한 끝에 6명을 빼곤 무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타클로반/정세라 기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하노이=연합뉴스) 김권용 특파원 = 최근 필리핀 중부 보홀섬에 이어 남부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 필리핀에서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ABS-CBN방송 등은 23일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Philvoc)를 인용, 이날 오전 4시53분(현지시간) 남부 다바오 델 수르 주(州)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진앙은 민다나...
  • 2013-10-23
  • [서울신문 나우뉴스]체코 프라하에 ‘손가락 욕’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AP통신 등 해외언론이 지난 21일 보도했다. 이 조형물은 중지의 길이가 약 10m 정도로 돋보이게 만든 손 모양으로, 다비드 체르니라는 예술가가 제작한 것이다. 외형 자체로도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이 조형물...
  • 2013-10-23
  • "가입해줘 고맙소"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에 관해 연설한 뒤 델라웨어주 최초의 건보 가입자인 재니스 베이커 씨와 포옹하고 있다. marshal@yna.co.kr President Barack Obama hugs Janice Baker, who runs a small business in Selbyville, Del....
  • 2013-10-23
  •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리 안에 들어가 모피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주최측은 사람들이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도살을 반대하며 시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Alexander Demianchuk ⓒ로이터
  • 2013-10-21
  • 프랑스 정부 "충격적" 미국에 해명 요구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우방인 프랑스에서도 광범위한 전화 도청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비밀문서를 분석한 결과 NSA는 작년 12월 10일부터 올...
  • 2013-10-21
  • 아베 일본 총리가 설립한 "안전보장 및 방위능력 간담회" 전문가회의는 일전에 일본 외교와 안보문제의 종합적 지도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요지내용을 확정했습니다. 요지는 해양과 우주, 인터넷 공간으로부터 오는 위협 대응에 중시를 돌려야 하며 중국 군사력 증강과 조선반도 정세 등 현안에 대해 "우려"한다고 명확...
  • 2013-10-21
  • 제8차 파리 중국 영화제가 10월 29일부터 11월 14일까지 진행됩니다. 이번 영화제에 중국의 신구 영화 56부가 프랑스 관중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중국 배우 도홍(陶虹)이 이번기 영화제의 홍보대사를 맡게 되며 프랑스 감독 클로드 란즈만이 영화제 명예주석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번 영화제 주석인 고순방(高醇芳) 여사의...
  • 2013-10-21
  • 잭 루 미 재무장관은 20일 지난 몇주일동안의 재정난국에는 의심할바없이 경제대가가 뒤따랐다고 하면서 그러나 미국경제는 여전히 회생 탄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잭 루 재무장관은 미국 전국방송회사가 이날 방송한 대담프로에서 지난 몇주일 겪은 불안정성은 경제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위기였다고 지적했습...
  • 2013-10-21
  • 미국 해군의 스텔스 구축함 DDG-1000의 그래픽 이미지. 위키피디아 이미지 미국 해군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21세기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건조를 완료해 이번주 진수에 들어간다. 가공할 위력을 갖춘 ‘꿈의 구축함’이자 ‘항공모함 킬러’로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 군사 대국화...
  • 2013-10-21
  • [서울신문 나우뉴스]예전에 혹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그를 찾아가 감사함을 표시하는 게 어떨까. 미국 텍사스에서 한 60대 여성이 늙고 병든 옛 은사를 찾아 집에 모셔와 돌보는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고 허핑턴포스트 등이 최근 보도했...
  • 2013-10-2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